[책 소개] 이철경 시인, 3번 째 시집 『한정판 인생』 실천문학사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9/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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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경은  2011년 발견》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프레스아리랑=문해청 기자]   이 시인의 이번 시집은 상처와 결핍의 원체험을 통해 역설적인 삶의 희망, 빛을 노래한다시인의 말」은과거 기억의 시적 형상화를 현실에 빗대어 문학적 치유를 보여주고자하는 그의 시 쓰기는 곧 상처받은 영혼슬픔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자아에 대한 성찰과 희망의 가치를 추구하는 몸짓.

 

이 시인은 상처투성이 세계 속에서 인간을 믿고문학의 힘을 믿는다. “저 중년의 사내, / 삼십 분 전 의자 난간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어깨를 보았다 저 꺾인 날개의 들썩임 전철도 부르르 떨면서 목 놓아 우는구나”(밤 열차)의 구절은 당신의 슬픔에 공감한다는 감정을 전철의 떨림을 통해 형상화해내고 있다.

 

이 시인은 이 세상에 신은 없는 듯하지만, / 가끔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신의 분노)는 인식을 통해 삶의 피폐함과 현실의 부조리에 저항하며 순례길 같은 인생을 걸어간다.

 

 

한정판 인생추천사 나해철 시인 -

중년의 사내가 전철에서 어깨를 들썩일 때 전철도 부르르 떨며 함께 울었다고 시를 쓰고늙고 여윈 릭샤꾼을 손님 자리에 태우고 자기가 페달을 밟아 목적지까지 간 사람유년 시절부터 불우한 집단생활에서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는지 참고 또 참는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사람.

 

기저귀 찬 두 아이를 성년이 될 때까지 홀로 키워낸 사람자신의 그림자를 자기를 따라오는 작은 아이라고 시인하고시인의 존재를 시인(是認)’하는 사람세월호 참사와 비정규직코로나19 같은 불편한 이슈에 뜨거운 가슴으로 연대하는 사람.

 

고통의 강을 건너 긍정의 힘으로 연민과 해학의 꽃밭에 도달한 향기로운 사람그러므로 그 사람이철경 시인은 거대한 인생시인이고 위대한 인간시인이다그의 모든 삶과 가슴속 이야기가 서정시로 가득한 이 시집은 참으로 특별하다부디 읽고 감동하시길 바란다.

 

 

한정판 인생』 추천사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

이철경 시인의 시들은 버림받은 자의 비망록이다그것은 유년기부터 주변부에서 고통 받던 한 서발턴(subaltern)’의 목소리이다그리하여 그 문장들에는 소외와 억압과 차별과 고통의 이슬방울들이 맺혀 있다모든 이론과 철학의 최종적인 목표는대신 떠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발턴들이 스스로 제 목소리를 내도록 겸손히 돕는 것이다.

 

이철경 시인은 제 발로 시인의 세계로 나간 주변인이다그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계급과 계급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하여 외친다시스템은 수많은 서발턴을 노예처럼 거느리며 생명을 유지하는 나쁜’ 숙주이다.

 

이철경 시인의 시들은 이제 자신을 주변화 시킨 체제를 두려워하지 않으며그 체제를 교란시키고 그 체제에 구멍을 낸다이철경 시인의 시에서 우리는 그 어떤 위력에 의해서도 무릎 꿇지 않는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을 읽는다이철경 시인의 시들은 말한다체제여다름 아닌 인간’ 앞에서 그 오만한 가면을 내리고 무릎을 꿇어라.

 

 

<실천문학사출판사 서평

이철경 시인은 여섯 살의 나이에 북한강 근처의 고아원에 들어갔다집안이 몰락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그의 유년기 체험이 담긴 시에 폭력’ ‘허기’ ‘가난’ 등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싱글 대디부재」 같은 시편에서 짐작되듯 그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그렇지만 이철경 시인은 자신의 상처에 갇히지 않는다세상이 그를 부서뜨릴지언정 그는 단단한 사금파리처럼 스스로를 벼리며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통과해 나아간다.

 

자신의 장애물을 넘어선 그는 자기와 닮은 타인들의 슬픔과 마주하고마침내 그 슬픔과 결탁하여 더 큰 장애물을 향해벽을 향해 몸을 던지며 나아간다해설을 쓴 이경호 평론가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주목할 점은 현실의 상처를 감당하는 주체가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 한정되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거나 대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허기의 고통이나 상처라는 원체험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소환되는 대상들은 이제 시인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넘어서 타자의 생은 물론이거니와 소외된 집단의 현실뿐만 아니라 자연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저 힘없이 고개 떨구던 꽃들은 참회의 눈물로 누군가는 서럽게 울다가 생을 놓는 일이 허다하다 제각기 변명을 바람 앞에 늘어놓으며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만, / 처음 버려진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유기견처럼 목련꽃 난자한 바닥에 깨진 달빛마저 처절하다 1구역 재개발 골목」 부분 -

 

한겨울 북한강은 날마다 얼고얼지 않은 날은 새벽마다 안개를 몰고 쳐들어왔다 저 강이 얼면 넘어가리라 다짐하지만끝내 강을 건너지 못한다나룻배가 움직이지 못하는 날은 이쪽 강변과 저쪽 너머에 새매처럼 감시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안개 자욱한 날이면 또 누군가 강 건너 읍내로 가출을 하고일부는 밀항하듯 넘다가 다시 잡혀 오곤 했다. - 세빙」 부분 -

 

추천사를 쓴 오민석 시인이 주목한 것처럼 이철경 시인의 시는 서발턴(subaltern)’, 하위주체의 목소리를 하고 있다. “모든 이론과 철학의 최종적인 목표는대신 떠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발턴들이 스스로 제 목소리를 내도록 겸손히 돕는 것이다.

 

이철경 시인은 제 발로 시인의 세계로 나간 주변인이다그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계급과 계급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하여 외친다.” 그의 시들은 이제 자신을 주변화시킨 체제를 두려워하지 않으며그 체제를 교란시키고 그 체제에 구멍을 낸다.

 

이철경 시인의 시에서 우리는 그 어떤 위력에 의해서도 무릎 꿇지 않는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을 읽는다이철경의 시들은 말한다체제여다름 아닌 인간’ 앞에서 그 오만한 가면을 내리고 무릎을 꿇어라.”

 

도시 한복판 가장 비싼 공간을 무단으로 점유한 자유라는 저 사내, / 해가 들지 않는 지하보도 길옆에 하루 한 번씩 집을 짓고 부순다 홈리스」 전문 -

 

막막한 어둠 속날카로운 칼끝이 막다른 문에 부딪히며 번득이는 찰나의 빛과 소리에 칼보다 작아지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우리는 모두 칼끝의 두려움에 놓여 있다소속 단체의 칼끝궁핍한 굴레로 되돌아갈 칼끝사회 안전망에서 비껴 있는 칼끝바이러스 창궐의 칼끝검사가 휘두르는 망나니 칼끝거짓 뉴스에 실린 칼끝거대 제국주의 칼끝우리는 모두 막다른 미닫이에 기대어 던지는 칼날을 피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것이다미소를 띠며 던진 칼날에 심장이 찔려 피 흘리다 죽는 경우를 무수히 목격한다. - 칼끝」 전문 -

 

비 내리는 밤길 걷다가 불 켜진 버스 정류장에서 내 뒤를 따라오는 작은 아이를 보았지 잠시멈추어 서서 가로등 불빛에 난사되는 신기루 같은 아이에게 걸어 보았네 // 그는 아무 말 않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홀로 걷는 내게 보폭을 맞추며 // 중년까지 따라올 기세네 // - 그림자」 전문 -

 

금관의 여왕이 머물던 왕년의 의자인가 빛나던 권좌에서 떨어진 그녀는 터를 뒤로한 채, / 좌판의 구석진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는다 허리춤 깊숙이 숨겨 놓은 왕년의 꿈이 담긴 전대에서 궐련을 꺼내 말아 피운다 한 모금씩 필 때마다 쭈그러진 입에서 순백의 꿈들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회상 속 추억이 뭉게구름처럼 덧없이 흘러간다 저기 잠시 권좌를 비운 사이, // 붉은 대야 안가득 담긴 다슬기가 아우성이다 // - 시골 장터 좌판」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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