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날 밤 김문보의 사랑연곡
평생의 신비
그날 밤 모깃불 매캐한 평상 위에서 나는 두 명의 여인을 좌우로 하여 누워 있었다. 왼쪽에 용궁전씨, 오른쪽엔 신라김씨
하늘엔 뭔지도 모르는 뿌연 것이 가로질러 눈이 흐릴 지경이었다.
왼쪽 여자가 말했다. "에헤이 저기 봐라. 까치가 다리 놓느라꼬 난리다."
"으엉~! 어디? 어디요?" 팔딱 일어난 내가 하늘 쳐다보며 난리를 쳤다.
"저기~! 저쪽에 봐라~! 견우 직녀 만나고 있잖아~!" "어디? 어딘데? 안보이잖아~!" "하하~ 고녀석 눈까리가 까만 게 범이 와도 니 못물고 가겠다."
할매가 손자를 한바탕 놀려댔다. . . . 잠시 후, 집 뒷동산에서 부엉이가 울어댔다. 동산에서 "부엉"하면 앞산 바걸재 쪽에서 "뽀앙"하고 울었다.
오른 쪽에 누우신 엄마께서 말했다. "부엉이 암컷 수컷이 서로 찾는거다. 부엉이 뒤에는 범이 따라 다닌다. 범은 부엉이 눈물을 받아먹고 산다." . . . 최초의 칠석날 밤 추억이다. 학교도 들기 전, 평생동안 가장 신비스런 밤이었다. 까치만 보면 떠오르는 밤이 됐다.
까치가 신비한 새가 되었고, 범이 부엉이 눈물 받아먹고 산다는 엄마 이야기는 평생의 화두가 되었다.
그게 무슨 뜻일까? 요즘 와서야 내 나름대로 풀었다.
범은 제왕을 의미한다. 부엉이 고달픈 울음은 서민을 뜻한다.
범이 부엉이 뒤를 따라다니며 부엉이 눈물 받아먹고 산다는 것은 제왕의 삶은 인민에 의해 유지되며 인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때 그 모깃불 매캐한 칠석날 밤 담장 안에 이끼 푸르스름하던, 우리집 넓은 마당 평상의 여름밤은
내 어린왕자가 탄생한 밤이었다. 평생을 동심 속에 노니는 밤이었다. 사랑하는 직녀 찾아 십만광년 은하여행을 시작한 밤이었다.
2024. 8. 10. 칠석날 김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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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 직녀 야동
일곱살 무렵 학교들기 전 그날 밤의 이야기는 내겐 최초의 야동이었다. 신비로 각인된 사랑이었다.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한 번 은하수 건너 만난다는 남녀 이야기.
그 자체가 처음 듣는 이야기, 이후 한참동안 나는 매년 칠석날 밤만 되면 하늘을 유심히 쳐다봤다.
까치가 진짜로 은하수에 아치형 다리를 놓는다고 믿었다. 그 오작교 위에 두 손 맞잡고 밤을 보내는 남녀를 상상했다.
훗날 중학시절 무협지 속에 대협 양몽환과 주약란 아씨가 달밤에 다리 위에 만날 때도 칠석날 견우 직녀가 오버랩됐다.
요석공주를 만나게 하기 위해 원효대사를 물에 밀어 빠트린 서라벌의 그 다리를 읽을 때도 은하수 오작교를 연상했다.
일곱살 그날 밤 남녀이야기는 내게 최초의 전설적 야동이 되어 이후 지금까지 모든 비데오는 물론 영화 소설마저 능가하는 영감을 준다.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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