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보의 사랑연곡
사무사(思無邪)
공자선생이 시경(詩經) 삼백 편을 열어놓고 사무사(思無邪)라* 하셨어요. 시 삼백 편에 사악함이 없다고 하셨어요.
아들 백어를 불러놓곤 시를 모르면 말을 하지마라 하셨어요.
선생 말씀대로라면 나는 정말로 말을 하지 말아야 해요. 정말로 시라는 걸 몰라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를 공부한 적이 없어요.
한 가지 자부할 건 있어요. 바로 사악함이 없다는 거여요. 그래서 어린왕자가 되었어요. 사악함이 없기에 가능한 거여요. 영원히 철들지 않는 어린왕자.
무지하지만 사악함이 없어서 그 자체로 시가 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사랑도 알아요. 사무사(思無邪)의 원천은 사랑이어요.
어린왕자의 원천도 사랑이어요. 시 솟는 샘(泉)의 아련한 바닥도 사랑이어요. 오직 사랑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무사(思無邪)'를 쓸 뿐이어요.
---------------------------------------------------- *사무사(思無사), 즉 생각과 판단에 있어 삿됨이 없고, 무불경(毋不敬), 늘 공경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무사무불경'(思無邪毋不敬)의 마음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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