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보의 사랑연곡 돌삐의 탄생
"돌을 별이라 불렀어요 돌별 돌별이라 했어요"
버들강아지 은하에서 지구까지, 10만 광년 건너 온 어린왕자와 아리 공주의 이야기여요.
소 먹이는 목동과 물 솟는 샘각시로 변신한 그들, 보현산 아래 바걸재 능선에 둘이 앉아 "사랑해요" "사랑해요" 눈빛 튕길 때마다 별이 둥둥 떴어요.
수많은 별들이 가야금 소리 튕기며 은하의 강에 합류했어요. 그들이 건넌 은하로 밤마다 별이 올라 가는 거여요.
두고 온 은하 버들강아지, 이상향을 향한 그리움이자 꿈이었어요.
어느 날 아리가 말했어요. "별을 만지고 놀고 싶어요"
아리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어린왕자 목동, 눈을 깜박이더니 말했어요. "이 밤 지나 내일이면 그대 별을 만질 수 있으리"
이튿날, 목동왕자는 바걸강변으로 아리를 데려 갔어요.
물반 고기반, 느티와 버들 숲이 1백리나 이어지는 갱빈에* 맑은 물과 돌자갈이 하얗게 넘실 댔어요.
목동왕자가 소 이까리를 뿔에 감으며 말했어요. "아리, 저 돌자갈들을 보세요. 그대 만지고 놀고 싶던 별이어요"
가까이서 보니 돌은 천자만별 이었어요.
큰돌, 작은돌, 중간돌, 눈꼽돌, 둥근 돌, 동그랑돌, 네모난돌, 세모 돌, 납닥돌, 긴돌, 길쭉한돌, 빼쪽한 돌, 삐죽한돌, 짧은돌, 짤쭉돌, 넙덕돌...
꽃돌, 몽돌, 차돌, 물돌, 칼돌, 기차돌, 트럭돌, 꼬네기돌, 범돌, 푸른돌, 푸르스름돌.붉은돌, 불그스름돌, 노란 돌, 노르소름돌, 보라돌, 하얀돌, 흰돌, 검정돌, 꺼먼돌, 까망돌...돌 돌 돌...
셀 수 없는 돌들이 제각각 햇빛에 반짝였어요. 은하수 강가 별들처럼 바걸강가 별들이 반짝였어요.
목동왕자가 말했어요. "별이 땅에 내려오면 돌이 되어요. 돌이 하늘에 뜨면 별이 되어요. 돌이 모여 별이 되고, 별이 쏟아져 돌이 되어요"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하, 은하 건너면서 본 별들과 똑같아요. 큰 별, 작은 별, 예쁜 별, 못생긴 별, 뜨거운 별, 차가운 별, 긴 별, 짧은 별, 동그란 별, 네모 별, 세모 별, 붉은 별, 푸른 별, 노란 별, 하얀 별, 검은 별, 남색 별, 보랏빛 별, 별의 별 별, 천자 만별 이었지요"
목동왕자가 다시 말을 받았어요. "그래서 돌엔 별 이야기가 새겨져 있어요. 우주가 새겨져 있어요. 돌엔 산과 강 이야기가 있어요. 별 이야기, 우주 이야기, 산하 이야기가 있어요. 돌은 이야기여요, 역사여요, 별이어요"
목동왕자와 아리는 돌에 영혼이 있음을, 돌이 곧 별임을 사람들에게 알려 줬어요.
이날 이후 보현산과 바걸재 아래 사람 들은 돌을 돌이라 말하지 않았어요.
돌을 돌로 보지 않았어요. 돌을 별이라 불렀어요. 돌별 돌별이라 했어요.
보현산은 끊임없이 돌을 만들어 냈어요. 곧 별을 만들어 냈어요. 바걸강은 끊임없이 돌을 실어 날랐어요. 곧 별을 실어 날랐어요.
사람들은 돌별들로 방뚝 쌓고 논둑 밭둑 앞 들 뒷 들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오랜 세월 돌별과 함께 했어요.
오랜 세월 돌별 돌별 입에 붙어 돌삐가 되었어요. 다시 오랜 세월 돌삐 돌삐 별을 부르다가 보현산에 별바라기를** 세웠어요.
일컬어 사람들은 그 고향을 '별의 고장' 이라 불렀어요.
버들강아지 은하에서 지구까지, 10만 광년 건너 온 어린왕자와 아리 공주의 이야기여요.
-------------------------------------------------- * 갱빈 : 강변 강변 하다가 갱빈 이라 발음. ** 별바라기 : 보현산 천문대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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