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보의 사랑연곡 152
입춘편지, 아리가 왕자에게
어린왕자님 그대 은하 건너오는 소리, 그대 별 넘나드는 소리는 물방울 뜯는 소리여요. 뾰옥 뾰옥 뿅...
뾰옥 뾰옥 뿅... 웜홀 열고 닫는 소리. 버들강아지 은하에서 지구로 십만 광년 압축하여 오는 소리.
내가 유배 올 때도 그랬어요. 뾰옥 뿅...물방울 소리, 물을 주관하는 신의 소리여요. 난 물의 신이어요.
지구에서도 샘각시가 되었어요. 보현산 줄기 바걸재 아래, 깊은 암반 뚫고 샘 솟아서 아름다운 자을천(慈乙川)을 만들었어요.
언젠가 목동이 나타나, 짐 가득 실은 소를 몰면 백성들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의 바걸재여요.
그대 소 먹이다가, 목 마르면 물 마시러 내려올 정겨운 능선 신라대로(新羅大路) 바걸재여요.
언젠가 천문대가 들어서서, 별을 바라보게 될 거라는 전설의 보현봉이어요. 아버지 가슴, 엄마 품 같은 보현산이어요.
내사랑. 그대 없는 세월이 지겨운 나는 가끔 보현봉에 올라, 그대 별 넘는 장면 지켜봤어요. 뾰옥 뾰봉 물방울 소리 들으며 왕자님 기다렸어요.
사랑하는 나의 왕자님. 바걸재 양지바른 비탈에 산딸기 나무 키웠어요. 그대 소 먹이다가 따먹어요.
마을 우물가엔 앵두나무 심었어요. 동네처녀 바람나는 우물가, 그대 따먹을 빨간 앵두 주렁주렁
계곡 넝쿨 속에는 산머루를 감췄어요. 새콤달콤 새그라붐 그윽한, 그대 따먹을 까망 머루여요.
그대 발그레 볼에 부비부비 산딸기 앵두 까망머루... 준비한 모든 것은 당신 것, 사랑하는 그대 것이어요. 내사랑 어린왕자님 것이어요.
-------------------------------------------- # 버들강아지 은하에서 시작된 아리와 꽝철이의 숙명적인 싸움. 꽝철이 음모와 기획수사에 걸려 10만 광년 너머 지구 행성으로 유배 온 아리공주는 '물의 신'임을 인정받아 바걸재 아래 샘각시로 자리 잡는다.
한 발 늦게 출발한 어린왕자의 분신은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
왕자의 도착을 기다리는 아리는 입춘날을 택해 은하여행 중인 왕자 에게 편지를 쓴다. 왕자님이 입춘 날에 맞추어 지구에 도착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구행성 생활의 몇가지 면면을 전한다.
후에 도착하게 되는 어린왕자의 분신은 바걸재 목동으로 자리잡아 소를 먹이면서 아리를 지키는 생활을 하게 된다. 아리는 산딸기 앵두 산머루 등을 심어놓고 왕자를 기다린다.
# 바걸재는 어린왕자의 지구에서의 고향마을 앞산. 큰 소가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출발하기 직전의 풍수형국을 띄고 있다. 소의 멍에를 거는 자리를 찾아 묘를 쓰면 당대에 큰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전한다. 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중요한 교통로 역할을 했다.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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