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의 봄
김문보의 사랑연곡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3/04/30 [10:39]
고향 집의 봄
김문보
고향 우리 집엔 담장이 없어요 철대문도 없어요
예전엔 흙담장에 뽕나무와 거름모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예전엔 헛간과 소마굿간과 디딜방아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감나무와 깨앙나무도 두 그루씩 있었는데 역시 없어졌어요
한 때는 담배 잎을 구워내는 담배굴도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헛간 안에는 일제강점기 때 파놓은 방공호도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디딜방앗간 옆에 있던 가시돋힌 엄나무와 가중나무는 그대로 있어요
감나무 자리엔 석류나무가 자랐고, 뽕나무 자리엔 겹벚꽃이 한창이네요 전체적으로 고향집은 더 좁아진 느낌이어요
그러나 언제나 새벽이 되면 이름모를 새가 날아와 날 깨우는 장면은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 였어요
밤중에 별이 반짝이고, 소쩍새 소리와 부엉이 소리도 여전했어요
부엉이는 예전엔 맑은 울음이었는데, 요즘은 꺼억 꺽 쉰 울음을 운다는 느낌이어요
오늘은 우리 엄마께서 손없는 날이라 장독대서 장을 담그고 계세요 한때 내가 읽던 책을 감춰뒀던 그 사연 있는 장독대여요
대가족 때는 장독대가 넓었는데, 지금은 엄마 혼자 계신 집에 소담한 장독대에 채소와 꽃을 키우시네요
장 담그는 냄새가 그윽이 온 집안에 퍼졌어요 황사가 뿌옇지만 고향집의 봄은 그대로 흘러가요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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