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롤리하강반의 승리
최민철
1938년 가을에 있은 일이다.
당시 요하, 호림, 보청현 등지에 근거지를 두고 북만일대에서 활동하던 유격대는 한가위를 앞둔 며칠전에 각기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먼지방으로 떠나갔다.
그것은 이해 가을철에 들어서면서 단말마적발악을 하는 원쑤들에게 도처에서 심대한 타격을 가함으로써 놈들의 《위세》를 땅바닥에 떨구며 그지방 인민들의 혁명적기세를 더욱 북돋아주기 위해서였다.
부대들이 떠난다음 요하현 소서산부근 근거지에는 지휘부를 호위하는 경위중대의 일부 력량만이 남아있었다. 근거지에 남아있은 우리들은 적구에 진출한 부대들이 돌아오기전에 겨울나이준비를 갖추기 위해 서두르고있었다.
이러한 어느날이였다. 무원현성부근에 나간 동지들로부터 《관동군》총참모장이란 놈이 수일내로 막료들을 거느리고 롤리하류역의 큰 집단부락인 소재하로 온다는 정보를 지휘부에 전해왔다.
그때 요하현 소서산에 남아있은 우리는 불과 11명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우리는 그놈들을 몽땅 소멸해치우려고 결심하였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관동군》총참모장이란자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놈이였다.
그놈은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던 시기에 의병《토벌》에서 《공로》를 세웠고 그후에는 독립군진압에 솔선나섰던 놈으로서 일제군벌들가운데서는 소문이 자자하여 제노라고 뽐내는 놈이였다.
이리하여 그놈은 《관동군》총참모장으로 등용되자 이번에는 유격대《토벌》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워보자는 야망을 품고 북만에까지 왔다.
무원현성에 도착하자 그놈은 《토벌대》와 《수비대》의 우두머리를 불러놓고 여직껏 무얼했는가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이 멍텅구리 같은 자식들아, 내가 이번에 현지정찰을 한후에 한바탕 유격대를 〈소탕〉하는 솜씨를 보라.》고 뽐내였다고 한다.
그놈의 정체를 안 우리는 치솟는 적개심을 참을수 없었다.
지휘부에서는 즉시 그놈을 소탕할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고 이른아침 군마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목적한 곳은 소서산에서 190리 떨어져있는 4평저자라는곳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말로 달린다해도 길도 없는 험한 곳을 가는 조건에서 그날저녁까지 목적한 지점에 도달하자면 급히 서둘러야만 했다.
우리는 산을 넘고 강을 건느며 앞으로앞으로 달리였다.
요하현의 수림지대를 벗어난 다음부터는 눈이 모자라게 보이는 북만의 넓은 벌판에 들어섰다. 여기서 4평저자까지는 퍼그나 멀었다.
혹시 그놈이 벌써 무원현성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우물우물하다가는 놓쳐버릴수 있었다.
우리는 말갈기를 틀어잡고 박차를 계속 찼다. 군마는 먼지를 보얗게 일구며 쏜살같이 내달리였다. 벌판은 뒤로뒤로 밀려갔다.
하지만 나는 네발을 걷어안고 뛰는 말도 굼뜨기만한것 같았다. 빨리도 저물어가는 북만의 가을은 서늘한 바람이 불건만 사람도 말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갈증에 목이 확확 탔다. 그래도 누구하나 멈춰설줄 몰랐고 서로 뒤질세라 번개같이 내달리였다.
이리하여 드디여 제정된 시간내에 4평저자부근 1㎞ 가량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일망무제한 벌판가운데 수림이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온것은 4평저자가 롤리하중류에 있으므로 그놈이 소재하로 갔다오자면 여기를 거쳐야만 하기때문에 그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감쪽같이 소탕해치울 계획이였다.
그런데 적들이 타고올라간 배가 어떤것인지 그것을 정확히 알수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림속에 말들을 은페시켜놓고 적정을 다시 확증하기 위해 그날저녁으로 인차 4평저자에 갔다.
당시 그곳에는 롤리하의 어장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로동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령도하시는 우리 항일유격대에 대하여 뜨거운 사랑과 존경을 품고있었다. 우리는 이미 그들과 긴밀한 련계를 맺고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매우 반가이 맞이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우리는 그동안 당신들을 무척 기다렸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의 손을 우스러지게 틀어쥐였다.
그리고 자기들이 잡은 물고기를 마음대로 빼앗아가며 무고한 인민을 함부로 죽이는 일제침략군놈들의 만행에 대해 격분하여 말하면서 유격대가 하루빨리 그놈들을 소탕해치울것을 바랐다.
이날저녁 우리가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냉이가루로 빵을 만들어 기어코 가져가라고 권하였다.
그리고 한 로동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낮에 왜놈의 장교들만 가득 실은 발동선 한척이 올라갔수다.》
《어느때쯤 해서요.》
《바로 점심때가 착 지나서요. 놈들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어망을 친 말뚝을 몽땅 뽑았지요. 원 기가 막혀서 … 그런데 내가 발동선에 바싹 가까이 가보니까 그가운데는 굉장히 높은 장교한놈 있더군요. 내가 요전에 누구한테 가만히 들은 이야긴데 그놈이 이번에 유격대를 〈토벌〉하겠다고 단단히 벼른다나요.》
《흥, 어리석은 놈이 잠꼬대를 하는군. 우리가 누군줄 알구.》
내가 이렇게 말하자 로동자는 《원, 애꿎은 백성만 못살게구는 그놈들을 모조리 없애치웠으면 좋겠소.》하고 분을 참지 못했다.
《걱정마오. 우리는 바로 그때문에 왔소.》
어장에서 돌아온 우리는 곧 이 사실을 지휘부에 보고하였다.
이날밤중으로 강옆에 진지를 차지하고 거기서 놈들이 내려오는것을 기다릴데 대한 임무를 받자 우리는 즉시 떠났다.
우쑤리강의 지류인 롤리하는 아득한 벌판가운데를 흐르는 강으로서 류역에는 산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량옆은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진펄이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이 강줄기를 따라 무원현성에서 소재하를 거쳐 보청으로 가는 도로가 놓여있었다. 이 벌판에서는 적을 치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놈들을 친다음에는 적어도 몇백리를 단숨에 가야만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놈을 꼭 없애치우고야 말리라는 맹세를 했다.
우리가 차지한곳은 어장에서 약 1km쯤 떨어진 강옆언덕받이였는데 이 언덕은 전술상 매우 유리한곳이였다.
이 부근 지형을 손금처럼 환히 꿰들고있는 우리는 그 언덕이 어떻게 생겼으니 어느곳에다 기관총을 배치하고 어느곳에다는 보총수를 배치하면 좋고 거기서 강바닥까지는 대략 몇m나 된다는것까지도 자세히 알고있었다.
우리는 언덕 중간쯤에다 기관총진지를 팠다. 거기에는 강상호동지와 류응삼동지 그리고 나까지 모두 3명이 있었고 그 좌우에 각각 얼마쯤 떨어져 박우섭동지와 다른 한동지가 배치되였다. 그리고 나머지 동지들은 무원현성방향과 소재하쪽으로 통하는 대도로옆에 매복하여 각기 그 방향으로부터 오는 적을 감시하고있었다.
우리들은 진지를 판 다음에 날밝기만 기다렸다. 흥분과 긴장으로하여 밤이 어떻게 지루한지 몰랐다. 온몸이 눅눅해졌다. 그런데다가 새벽녘이 되자 쌀쌀한 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까딱 안하고 사소한 징후도 놓칠세라 바늘끝처럼 예리한 신경으로 주위를 감시하였다.
해가 솟았다.
우리는 놈들이 나타나기를 이제나저제나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한낮이 되도록 종무소식이였다. 가을바람에 풀가지들만 설레이고 이따금씩 하늘높이 기러기떼가 날아갈뿐이였다.
《이놈들이 어떻게 된노릇인가. 나타나기만 해봐라.》
《젠장 빌어먹을 놈들, 갑갑해 견디겠나.》하며 우리는 총가목을 틀어쥐고 안타깝게 기다렸다.
그런데 오후 3시경에 멀리서 발동선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시선은 일시에 그쪽에 쏠렸다. 발동선의 퉁퉁거리는 소리는 점점 높이 들리였다. 멀리 버드나무사이로 파란 뼁끼칠을 한 발동선 한척이 해빛에 번쩍번쩍하며 강을 내려오는것이였다.
(옳다, 저놈들이구나.)
벼르고 벼르던 원쑤놈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우리는 더욱 긴장하여 채양이 뒤로 돌아가게 군모를 돌려쓰고 손을 비비며 총을 잡았다. 놈들은 제세상인듯 물오리를 잡느라고 총을 쏘기까지 했다.
발동선은 점점 가까이 왔다. 일제의 장교놈들이 우글거리는 갑판우에는 중기 4정과 경기 6정이나 걸려있고 무선기의 안테나까지 늘여놓은것이 보였다. 놈들은 갑판우에 거만하게 버티고서서 쌍안경을 들고 바라보며 무어라고 지껄이고있었다.
후에 발동선 선장에게서 들은 이야긴데 그때 《관동군》총참모장이란자는 소재하에서 떠날 때 그곳에 주둔한 위만군부대에서 무원에 도착할 때까지 엄호를 해주겠다는것을 《이놈들,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아 엉?! 여기 올 때 공산군은 그림자도 얼씬하지 못했다. 너희들따위는 필요없어. 싹 걷어치우라. 멍텅구리 같은 자식들.》하고 눈을 부라렸다는것이다. 그놈의 말대로 올라갈 때는 무사했으나 내려올 때는 결코 무사할수 없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알리 없는 그놈은 앞으로 새로운 《공훈》을 세운후의 자기에게 돌아올 《영예》를 꿈꾸면서 큰 함지박만한 배를 잔뜩 내밀고 막료들에게 무슨 훈시를 하고있었다.
강이 구불구불하기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발동선도 한량없이 더딘것만 같았다. 우리는 풀잎으로 위장하고 눈섭하나 까딱 안하고 적을 노려보고있었다. 한적한 벌판은 발동선의 퉁퉁 소리만이 들릴뿐 아무 변동도 없는듯했다.
적들이 얼마간 더 가까이오자 어떤 동지는 그만 참지 못해 쏘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럴 땔수록 침착해야 하므로 서로 타이르며 놈들이 바싹 가까이올 때까지 인내성있게 기다렸다.
발동선은 《ㄹ》자형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굽이를 돌 때마다 멀어졌다 가까와졌다 하면서 다가왔다.
배는 드디여 우리의 정면에 있는 굽이를 돌아섰다. 이제는 갑판우에서 지껄여대는 수염쟁이상판과 허연 이발까지도 드러나보였다.
(저놈들이 우리 부모형제들의 피땀을 빨아먹는 철천지원쑤다.)
우리는 일제히 방아쇠에 손을 걸었다.
폭풍전의 긴장한 순간이였다.
60m, 50m, 30m… 발동선은 쏜살같이 달려오고있었다.
바로 이때 사격신호가 났다. 우리는 기관총구앞에 가리웠던 풀을 홱 헤치며 불의에 맹렬한 사격을 들이대였다. 순간 벌판은 요란한 총성으로 들썩했다.
한탄창을 벼락같이 풀자 탄알을 가득 재운 탄창을 2개, 3개, 4개… 계속 바꿔대며 방아쇠를 그냥 당기였다. 마른날 벼락맞은 격인 적들은 미처 손쓸새도 없이 갑판우에 누렇게 쓰러졌다.
당황한 적들은 발동선을 맞은켠 강기슭에다 들이박았다.
강이 넓지 않아 사격에는 별로 지장이 없었다.
우리는 계속 사격을 하였다. 살아남은 놈들이 좁은 배우에서 갈팡질팡하다가는 쓰러지군 했다. 놈들은 대응사격도 별반 하지 못했다.
우리는 안에 기여들어간 놈까지 모조리 소탕하기 위해 배전이 벌둥지처럼 될때까지 탄창을 이어대며 우리 부모형제들의 원한에 사무친 복수를 위해 계속 쏘고 또 쐈다.
우리가 사격을 중지했을 때는 갑판우에 서있는 놈이라고는 한놈도 없었다.
주위는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이제는 발동선에 올라가 수색을 할 차례였다.
그런데 잠시후에 발동선안에서 무어라고 수군거리는 인기척소리가 들렸다.
아직 몇놈이 숨이 붙어있었던것이다.
우리는 침착하게 놈들의 동정만 살피였다. 바람결에 도간도간 들리는 말소리는 무어라고하는지 딱히 알수 없었다.
그러더니만 조금 있다가 일본군 장교의 복장과는 달리 검은 제복을 입은 웬 사나이가 비칠거리며 갑판우에 기여올라오더니 우리쪽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이 배의 선장이요. 다 죽었으니 얼른 건너오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기울어진 배전에 몸을 굽혀 손으로 물을 떠서 던지였다. 무슨 신호인듯 했다. 배안에 숨어있는 적들은 그에게 갑판에 나가 이렇게 말할것을 강박한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빠진 적장교놈들은 우리를 기만해가지고 강기슭으로 내려올 때 사격을 하자는 흉계였던것이다.
우리는 선장에게 명령했다.
《좋다. 너는 빨리 배전 제일 뒤로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
선장은 급히 몸을 피하였다.
우리는 발동선 허리에다 대고 다시 맹렬한 사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찍소리도 못했다.
이때 어장 로동자 한명이 고기배를 타고 급히 노를 저으며 왔다.
나와 박우섭동지와 류응삼동지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발동선에 올라갔다.
갑판은 가증스러운 원쑤들의 주검으로 발을 옮겨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속에는 100만대군을 거느리고 강산을 쥐락펴락한다던 《관동군》총참모장이란자의 징그러운 몸뚱아리도 있었다.
우리는 발동선의 구석구석을 수색했다. 배간은 물이 콸콸 스며들었다.
선장실에 들어가니 팔다리에 서너곳 관통상을 입은 장교한놈이 끙긍거리고있었다. 그놈은 우리를 보자 겁에 질려 대항할 생각도 못하고 금시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해주십시오.》하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이 더러운 놈아, 네가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우리가 호통을 치자 일제장교놈은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우리는 치미는 적개심에 더 참을수 없어 그놈을 단방에 쏴넘겼다.
이날 그 발동선에는 《관동군》총참모장이란 놈이하 그의 수원인 막료들과 경비병 등 43명의 일제놈들이 탔었는데 살아남은 놈은 한놈도 없었다.
습격이 끝난후 우리는 부근에서 모여온 군중들앞에서 감명깊은 연설을 하였다.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을 천대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며 당신들의 부모형제를 학살하는 일제침략자들을 반대해싸우는 당신들의 군대, 인민의 군대입니다.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싸우는 항일유격대는 만주땅 넓은곳 이르는곳마다에서 이처럼 목숨을 내걸고 일제놈들을 쳐부시고있습니다.
여러분! 일제놈들은 우리 인민의 철천지원쑤입니다. 우리는 힘을 합쳐 일제놈들을 때려부셔야 합니다.
혁명은 반드시 승리하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날은 기어코 오고야 말것입니다. 그날을 위하여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기쁨과 감격에 싸인 군중들은 눈물을 흘리였다.
그속에는 발동선 선장도 있었다. 그는 연신 주먹으로 눈언저리를 문질렀다.
아낙네들은 어깨를 들먹거리며 흐느끼였다.
우리는 그들에게 놈들의 탄압에 굴하지 말라고 격려하면서 유격대와 인민은 언제나 한마음한뜻으로 굳게 뭉쳐싸워야 한다는것을 호소하였다.
그러자 군중들속에서는 《일제를 타도하자!》, 《조선인민혁명군 만세!》하는 웨침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는 나는 걷잡을수 없는 흥분에 휩싸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날밤으로 우리는 어장 로동자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음 다시 말을 타고 번개같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 이튿날도 사흗날도 계속 달리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거기서 단숨에 600리나 되는 호림현의 추수평자수림속에 도달하였다.
롤리하의 《비보》를 접한 《관동군》사령부에서는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놈들은 즉시 《토벌대》의 대부대를 풀어 롤리하류역을 참빗으로 훑듯 샅샅이 뒤졌으나 유격대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강기슭에는 《관동군》총참모장이란 놈이 탔던 발동선이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있었고 그우로는 까마귀가 날아다닐뿐이였다.
적들은 할수없이 도로 터벅터벅 돌아가고말았다.
이 소문은 인차 북만일대에 쫙 퍼지였다. 그리하여 적들의 발악이 심하던 가장 간고한 시기에 롤리하에서의 승리는 일제의 탄압밑에서 신음하는 인민들에게 무한한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강철의 령장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위력을 다시한번 널리 시위하였다.
뿐만아니라 이 전투는 당시 쏘련을 침공하려는 기도밑에 롤리하상류에 비밀리에 군용비행장을 만들던 일제침략자들의 흉계를 완전히 파탄시켰다.
20. 적들의 흉계를 부시고
윤태홍
1938년 여름이였다. 멀리 남만지방에 나가서 활동하던 우리들 경위련대의 일부 성원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명령을 받고 사령부를 찾아 동만으로 돌아오고있었다.
두달동안이나 계속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우리들의 강행군은 계속되였으며 도처에서 달려드는 적들과의 치렬한 격전이 전개되였다.
류하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고난은 더욱 심해졌다.
적들은 대부대를 풀어서 우리를 《소멸》한다고 날뛰는 한편 경찰과 자위단 등으로 하여금 지방주민들의 일체행동을 삼엄하게 《단속》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하여 지방인민들과의 련계가 끊어진 우리는 20일가량이나 낟알구경을 못하고 산열매로 끼니를 에우면서 잠을 잘 때도 풀밭나무밑에서 절반은 물속에 몸을 잠근채 잠간씩 눈을 붙이군 했다. 이렇게 굶주리고 계속 비를 맞아가면서 험산준령을 넘고 깊은 수림을 뚫고나가느라니 환자들이 생기게 되였고 전투에서 입은 상처들은 아물지 못하고 도져갈뿐이였다. 부상을 당하지 않은 동무들도 온몸이 부어서 눈을 뜨기조차 힘겨웠다. 비물에 젖은 발가락들은 퉁퉁 부어올랐고 살가죽이 벗겨져서 피가 흐르는 다리에서는 불이 이는듯 했다. 이런 몸으로 부상당한 전우들을 업거나 담가에 눕혀 험한 길을 더듬어가는 한걸음한걸음은 그대로 피어린 투쟁이였다. 그러면서도 극도의 은밀성을 보장하고 적들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쏟아져내리는 비물도랑을 거슬러오르기도 했고 산비탈에 울긋불긋한 딸기덤불을 보고도 굶주림을 참으며 그냥 지나쳐야 했다. 그럴수록 가슴속에서는 앞길을 재촉하는 전투적욕망과 그 욕망을 따라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불길처럼 일었다.
(한걸음도 지체말자. 어떤 일이 있어도 명령받은 그날까지 사령부에 도착해야 한다.)
나혼자 생각도 이러했고 서로서로 고무하고 부추기는 말도 이러했다.
간혹 담가우에 누운 전우가 뜬소리로 안타깝게 《물!… 물!》하면서 얼굴에 가린 수건을 입속으로 끌어들일 때면 우리 가슴속은 더욱더 빠작빠작 타드는듯 했다.
《참게. …참아야 사네.》
이렇게 가슴아픈 말을 하면서 우리는 그의 입으로 끌려들어가는 수건을 걷어서 물기를 꼭 짜버린다음 다시 얼굴을 가려주군 했다. 그리고는 묵묵히 걸었다. 당장이라도 되돌아서서 적들을 맞받아 쓸어눕히고싶은 충동도 꾹 눌러참고 금시 주저앉을것만 같은 몸을 버티면서 사나운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울창한 밀림속 험한 길을 걸어가는 우리였으나 가슴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해빛밝은 앞길이 내다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얼마나 우리를 기다리고계실가.)
이런 생각을 하면 금시 눈앞에 사령부의 밀영이 나타나는것만 같았다.
《동무들을 몹시 기다렸소. 한동무도 빠짐없이 돌아와주어서 기쁘오. 나는 동무들을 믿었소. 자 어서들 이리 들어오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문밖으로 나오시여 우리의 손을 잡아주실 그이, 부상당한 동무들은 어린아이처럼 다루어야 한다고 하시며 더운 물 한그릇도, 따뜻한 구들도 먼저 내주시던 사령관동지의 그리운 영상이 우리를 앞으로앞으로 이끌어주는듯 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흑석진부근을 지나 휘발하강을 건너섰을 때였다. 두달동안이나 계속되던 장마가 끝나 개이고 맑은 날씨에 따뜻한 해빛이 비쳤다.
사나운 강물을 건너선 우리들은 젖은 옷을 쥐여짜기도 했고 행건을 고쳐매며 잠시 다리쉼을 했다. 그런데 몇동무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손을 더듬거나 몸을 뒤틀며 풀밭에 쓰러지는것이였다.
《웬일이냐?!》
우리는 모두 놀랐다.
나는 우리 분대에서 제일 나이어린 장봉문동무에게로 가서 그를 급히 안아일으켰다. 그는 내 손을 더듬어잡고 머리를 내가슴에 기대면서 갑갑한 숨을 내쉬는것이였다.
《내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져요. 이젠 아무것도 안보여요. 나를 내버려두고 어서들 가세요. 이러다가 모두들 늦어지면 어찌나요.》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그를 내버려두고간단말인가. 나는 그를 그러안고 그의 손발을 주물러줄뿐 얼른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런 때에 단 한숟가락의 미시가루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하는 생각이 들뿐이였다.
《나는 이제 18살이예요. 10년이고 20년이고 견디면서 더 많이 싸우고싶었어요. 내가 못보면 우리 동생들에게라도 광복된 우리 조국을 보여주고싶었어요.》
눈을 감은채 힘들게 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창백하였다.
(이제라도 이 동무에게 더운물에 무엇을 좀 타먹여주었으면…)
이런 생각을 할수록 더욱 안타까왔다.
《분대장동무, 차라리 나를 여기 남아서 싸우다 죽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장동무는 총을 더듬어쥐고 땅에 엎드려 뒤에 오는 적들을 맞겨누듯이 몸을 돌이키는것이다.
《아니다. 너는 죽지 않는다. 어째서 너를 못구한단말이냐.》
그 어떤 굳센 믿음이 나의 피를 끓게 하였다. 나는 급히 그를 업고 일어섰다.
그러나 나도 몇걸음 걸어가다가 눈앞이 캄캄해져서 그만 엎어졌다. 몸전체가 금시 땅속으로 잦아드는것 같은 어지러움을 어쩔수 없었다.
나는 진정하기 위해 천천히 숨을 내쉬였다.
이때 곁에서 다른 동무를 부축해주던 중대장의 목소리가 어느 먼곳에서처럼 들려왔다.
《여러날씩 낟알구경을 못하고 지친 몸에 부상까지 당한데다가 또 물살이 센 강물을 헤염쳐건너서자마자 갑자기 뜨거워진 해빛을 쬐게 됐으니 그렇게 될수도 있소. 그러나 놀랄것은 없소. …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하면서 잠시들 쉬오. 긴장한 생각을 늦추지만 않으면 우리가 굶어서는 죽지 않소.》
중대장은 경계를 강화하면서 이런 동무들에게 랭수를 떠다가 상한 다리를 씻어주게 하였고 눈을 가려주게 하였다. 그리고 잠시후 수림속으로 들어가서 하루 쉬여가자고 하였다.
어느정도 기력을 차려가지고 우리가 수림속으로 찾아든것은 해질무렵이였다.
《이제 며칠만 더 고생을 하면 사령부에 도착하게 될것이요. 그럴수록 더욱더 긴장성을 높이고 적정을 잘 알아야 하겠소. 우리가 잘못 행동하면 우리자신들은 물론이고 사령부위치까지 적들에게 알려주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소. 하루 쉬면서 적정도 다시한번 알아보고 또 식량도 준비하지 않고서는 행동하기 곤난하오.》
지휘부에서는 이곳에서 20리쯤 되는 뚱베차부락과 강건너에 있는 흑석진 등지로 정찰조원들을 파견하였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전투준비상태에서 교대제로 행건을 풀고 찬물에 상처들을 씻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일부 동무들은 송기를 벗기고 산열매를 따서 저녁을 에웠다.
기다리던 정찰조원들이 돌아온것은 그 다음날 새벽이였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뚱베차부락에는 몇채의 큰 지주집이 있고 양조공장과 위만군들의 식량창고도 있으나 경비인원은 불과 자위단원 30여명뿐이며 적의 《토벌대》들은 휘발하강 건너쪽인 흑석진에 집결해있다는것이다.
정찰보고를 받은 중대장은 다음과 같은 행동지시를 주었다.
…적들은 우리가 이 부근 어느 지점에 있으리라는것을 모르고있을리는 없다. 그러면 어째서 계속 추격해오지 않는가. 적들은 강건너에 있지만 이곳부터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친솔하시는 주력부대들의 활동이 눈부신 지대이므로 적들도 무모하게는 달려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적들이 언제까지나 그곳에 머물러있지는 않을것이며 우리가 뚱베차부락을 습격한줄만 알면 적들은 인차 강을 건너올수 있다. 그런것을 예견하면서 우리는 그들이 강을 건너서기전에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며 뚱베차부락을 습격하고 식량을 준비한후 다시 밀림에 들어와서 다음행군방향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개소대를 휘발하강가에 있는 흑석진쪽도로변에 방차대로 배치하고 또 일부 력량은 부락밖에서 엄호하도록 한다음에 이른아침 짙은 안개를 리용하여 우리는 부락에 접근하였다.
이때 부락정문에서 보총소리 두방이 났을뿐 우리가 문을 부시고들어설 때에 적들은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말았다. 놈들은 부락민들까지 끌고가버려서 우리가 부락복판을 통과할 때까지 어느 누구하나 만날수 없었다.
다른 지방, 특히 동만에서 같으면 수많은 인민들이 달려나와서 우리를 환영하여주었으리라고 생각하니 어딘가 허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들과 전투없이 손쉽게 부락을 점령하고 적들의 식량창고며 지주집고간을 헤치게 된것이 어느 모로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나타날 경우를 예상하여 경계를 강화한 다음에야 우리는 적들의 기관과 자위단실, 지주집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기관총분대원들을 인솔한 나는 양조공장을 경영하는 진모라는 지주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그 집은 이 부락에서도 제일 큰 기와집이였는데 앞뒤문이 전부 열려져있을뿐 집안에는 역시 어느 머슴군의 그림자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방이며 부엌 어디에나 아침밥을 먹다가 도망친 흔적이 력연했고 지하실 같은데도 끌어내던 쌀섬과 소금섬들이며 기타 여러가지 짐짝들이 란잡하게 널려져있었다.
나는 분대원들과 함께 지주가 거처하는 방에도 들어가보았다.
첫눈에 띈것은 넓은 방에 굉장히 큰 상이 있고 그 상우에는 음식들이 가득히 차려져있었다.
닭과 돼지고기며 밀가루만두, 잡채, 당과즙, 떡, 삶은 닭알, 고구마 등 모두가 다 여러날 음식구경을 못한 우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것들이였다.
바짝 마른 내 입안에도 군침이 감돌아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나는 음식상주위에 서있는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지치고 창백한 얼굴부터 눈에 띄였다. 어떤 동무는 취할듯한 음식냄새를 못참는듯 외딴곳으로 시선을 돌리고서있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중대장에게 알리고 지시를 기다려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문밖으로 걸음을 내디디였다.
그런데 이때 상곁에 서있던 대원 한명이 어느사이에 집었었는지 만두를 손에 든채 나를 흘깃 쳐다보는것이였다. 나는 흠칫 놀란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동무! 무슨짓이요. 참지 못하고…》
이렇게 소리를 치려했으나 그만 목이 꽉 메여올랐다.
그는 휘발하강가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나어린 장봉문동무가 아닌가. 오죽 배가 고프면 저러랴 하는 생각으로 솔직히 말해서 그에게 물이라도 먼저 권하며 어서 먹으라고 할 심정이 앞섰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념을 참으면서 피기없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우리는 반드시 검식을 하거나 지휘관의 지시하에서만 음식을 먹게 되여있었다. 게다가 적들이 차려놓은 음식이니 더욱 그러했고 지금까지 이 부락에 들어서면서부터 보고느낀 일들이 그 어떤 경각성을 불러일으켰기때문에 나는 잠시 더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장동무!》
입술이 부르르 떨리고 코등이 찡해지는것을 참으며 이렇게 그를 불러놓은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황해서 어쩔바를 모르며 손에 들었던 음식을 상우에 내려놓는 나어린 장동무의 두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곁에 서있는 동무들도 모두 무거운 숨을 천천히 내쉬는것이였다.
《잠시 더 참읍시다. 전투수색이 끝난 다음에 중대장동지의 지시를 기다려 먹도록 합시다.》
나는 이렇게 동무들을 타이르면서 문밖으로 나와 수색을 계속했다.
이때 중대장의 련락병이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그의 전달에 의하면 부락안에 있는 다른 지주집과 자위단실 등에도 이 집과 비슷한 음식상들이 벌려놓은채 있으며 길에 널려있는 쌀섬들과 창고들에 있는 쌀, 소금, 량식 등에도 독약이 섞여있다는것이였다.
이 말을 들은 우리는 격분을 참을수 없었다.
《이놈들, 어디 보자.》
음식상이 차려져있는 방으로 나는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상우의 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하나하나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였다. 우선 장동무가 손에 들었던 만두빛부터가 눈설어보였다. 거칠고 푸르스름한것이 아무리 서투른 솜씨라도 이렇게 설익히거나 거칠게 빚을리는 없다고 생각되였다.
중대장의 지시대로 우리는 그 음식들을 전부 먹은것처럼 없애치우고는 쌀섬과 기타 로획물자들만 운반해가지고 그곳을 급히 떠났다.
적들은 우리가 음식을 다 먹었으니 얼마못가서 취해넘어졌으리라고 생각할것이며 반드시 뒤따라올것으로 예견됐다. 그래서 우리는 흑석진과 뚱베차부락어간에 있는 도로옆 릉선에 방어하기 좋은 장소에 화력을 배치하고 놈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리의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적들은 인차 뒤따라왔다. 그놈들은 뚱베차부락자위단뿐만아니라 일본지도관놈이 인솔하는 약 200여명의 《토벌대》들이였다.
적들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우리는 모두 취해넘어진듯이 위장을 한채 침착하게 대기하였다.
우리가 독약에 취해넘어졌으리라는것을 인정해서인지 적들은 도로주변 강냉이밭머리에서 잠시 대렬을 멈추고 릉선을 올려다보더니 무기들을 어깨에 멘채 계속 기여오르는것이였다.
기다리던 지휘관의 구령이 내렸다. 우리는 적들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고 나는 경기관총으로 적들의 중심을 갈겼다. 마음놓고 기여들던 적들은 우리 눈앞에서 삼대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중의 어떤 놈들은 너무 놀라서 저희끼리 그러안고 딩굴기도 했고 미처 심지도 뽑지 못한 수류탄을 우리에게 올려뿌렸다.
일본지도관놈이 쓰러지고 40여명의 주검이 나자 놈들은 뿔뿔이 내뛰였다.
그중에는 총을 내던지고 뛴 놈들도 허다했다. 그것은 이 전투에서 쓰러진 적들은 약 40명인데 무기는 약 70정이나 되였다는것만으로도 적들이 얼마나 혼비백산했는가를 알수 있다.
그만큼 우리들은 통쾌했다. 아니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환희와 새로운 신심이 가슴가득히 넘쳐났다.
(네놈들의 그 어떤 흉계도 우리를 어쩔수 없다.)
전투후에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겨 깊은 수림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처음으로 우리는 식사준비를 했다. 쌀은 끓는 재물에 여러차례 씻고 소금은 솥에 넣고 닦았다. 쌀에서는 푸른 빛이 감도는 기름방울이 떠나가고 소금에서는 파란빛 가스불이 모기향 연기처럼 피여나다가는 스러지군 했다.
그 다음에도 몇번을 더 손질하고 시험해본 뒤에 죽을 묽게 쑤어서 나누어먹게 되였다.
《동무들에게 밥도 짓고 떡도 쳐서 실컷 대접하고싶은 생각은 간절하오. 그러나 우리는 오래동안 빈속으로 지냈으니까 우선 묽은 죽을 마시고 기운을 차린 다음에 밥을 지어먹도록 합시다. 이것도 역시 경각성이요. 배가 고프다고 있는대로 털어먹는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소.》
이렇게 말을 하면서 중대장은 우리 대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를 또 한번 극복했소. 이제 얼마안가면 림강땅에 들어서게 되오. 어떠한 곤난에도, 그 어떤 적들의 간계에도 넘어가지 않은 동무들은 굳세고 용감했소. 나는 참으로 기쁨을 금치 못하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교훈을 잊지 말고 긴장성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소.》
중대장의 말을 듣고있는 나의 눈앞에는 또다시 사령부의 밀영이 보이는듯 했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오시여 우리의 손을 잡아주실 사령관동지의 그리운 모습이 가슴뜨겁게 안겨왔다.
다시 행군을 계속하면서도 나는 이러한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내곁에서 노래라도 부를듯이 거뿐거뿐 걸어가는 나어린 장봉문동무에게 자주 눈길을 돌리며 《우리는 모두 무사히 행군해가고있습니다.》이렇게 마음속으로 보고를 드렸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고 누리는 생활이 행복할수록 나는 더욱더 이러한 지난날들이 생각난다.
우리 조국의 광복과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얼마나 귀중한 전우들이 성스러운 이 길에서 자기의 모든것을 서슴없이 바쳤던가. 그만큼 오늘 우리의 행복과 혁명의 승리가 귀중함을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된다.
항상 꺼질줄 모르는 승리의 신심과 혁명적락관주의로 사령관동지의 모든 지시와 명령을 어김없이 받들어나간 우리의 전우들, 바로 그러한 전우들이 있었기에 나도 또한 그 어려운 투쟁의 나날을 끝내 이겨냈으며 오늘도 우리 당과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전사로서 성스러운 혁명대렬에 튼튼히 서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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