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고기 반’이던 담황색 강은 어디로 갔나

황폐화된 국토의 실핏줄...뻘밭에 갈대만 무성

말달리는 동네 | 입력 : 2020/10/05 [11:26]

 

 

 

깊고 푸른 담황색 강은 어디가고 진흙 뻘밭에 갈대들만 무성하다하얀 강돌모래사장잔디밭이 흔하던 강변은 흔적도 없다.'물 반 고기 반'이었던 물도 고기도 보이지 않는다.

 

 

고향감회- 담황수 앞에서

 

물 반 고기 반이던 담황색 강은 어디로 갔나

 황폐화된 국토의 실핏줄...뻘밭에 갈대만 무성

 

고향떠나 떠돈지 오래됐다. 올여름부터 추석까지 홍수다 뭐다 하며 오가며 바라본 고향의 모습은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연민가득한 심정으로 발을 떼지 못하게 한 장면도 있다. 우리고향 내지마을을 감싸며 돌던 담황수 풍경이 그렇다. 천문대 유명한 보현산에서 발원한 물이 자천숲과 오동들을 적시다가 질구지 고개를 만나 동남방향으로 틀면서 이룬 물이 담황수이다.

 

예전에 이곳 강물은 너무 푸르다 못해 덤에 부딪히며 담황색깔을 띄었다. 우리 고향사람들은 깊고 푸르며 담황색 띈 그 물을 '담황수'라 불렀다. 그 담황수 덤방구에서 여름철내내 물에 얼굴을 박고 뛰어들던 내지아이들은 아랫동네 중리아이들과 담황수가 깊으냐, 구마리가 깊으냐며 논쟁을 벌였다. 이곳에서 수백미터 흐르던 강이 다시 산을 끼고 남쪽으로 틀면 바로 바걸강과 구마리 용소덤으로 이어졌는데, 구마리 덤밑 물이 담황수 물과 어금버금 깊이와 푸르름을 겨루었던 것이다.

 

그 담황수의 현재 모습이 사진 속 풍경이다. 깊고 푸른 담황색 강은 어디가고 진흙 뻘밭에 갈대들만 무성하다. 하얀 강돌, 모래사장, 잔디밭이 흔하던 강변은 흔적도 없다.'물 반 고기 반'이었던 물도 고기도 보이지 않는다.

 

피리 먹지 송어 메기 뱀장어 모래무지 노고지리 텅갈래 텅수 뿌구리 미꾸라지 꺽자구 까재 버들치 징거미 돌개구리 비단개구리 엉머구리 물나비 물방개이 물장군 거머리까지 온갖 것들이 천지였던, 그 천지삐까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얀 돌자갈, 빨가벗은 아이들, 소떼들로 북적이던 강변에 그 강돌들, 아이들, 소떼들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아름답던 고향강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골재채취로 망가진 국토의 실핏줄

 

1980년대 어느날부터 구마리강변에, 사천강변에, 자천강변에, 양각소, 담황수 강변에 골재채취 시설과 장비들이 나타났다. 그때까지 잘있던 전국의 고향강들, 나라안 강변수난의 서막이었다. 아스팔트 도로포장과 도시아파트 건설에 골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도로개통과 아파트 건설붐에 따라 전국에서 농촌 실개천 강과 강변들이 파헤쳐졌다. 건설현장에 우리고향의 토종 강돌들이 질좋은 골재로 요긴하게 쓰여졌다. 강변 돌자갈과 모래는 씨도 남김없이 실려 갔다.

 

돌자갈과 모래가 사라지니 버드나무 수풀과 잔디밭이 없어졌다. 강은 뻘밭이 되고, 갈대들이 찾아왔다. 상류에 댐이 생긴 경우엔 더 심했다. 아예 늪이 되어갔고 농민들이 내다버린 폐기물 쓰레기와 비닐들이 엉켜 엉망이 되고 말았다. 더이상 바닥 돌들이 훤히 보이던 맑은 물은 흐르지 않는다. 첨벙대며 물놀이 할 곳도, 그런 물도 없다. 어쩌다 쨀쨀대는 물엔 겨우 남은 바닥을 후적일수록 이끼와 부유물만 떠다닌다.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농촌과 농업의 희생에 기반한 것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농촌이 고향인 우리들에겐 그 고향의 상실을 의미한다. 먹고 살려고 도시로 떠난 우리들은 그 도시를 위해 눈뜨고 코베이듯, 우리고향 '비빌 언덕'이 하나하나 상실되는 것을 지켜 봐야 했다. 농업생산물을 싼 값에 내줬고, 아이와 청년들을 떠나 보냈고, 학교들도 문닫거나 도시학교 분교로 됐다. 더 크게는 물이 필요하다면 댐속에 고향집을 수몰시켰다. 그것도 모자라자 남은 강의 바닥돌과 모래들까지 길닦고 아파트 지으라며 기꺼이 내줬다. 값도 없이 싹쓸이로 다 내준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편리와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들에 직면했다. 오늘날 우리고향은 행정구역 자체의 존립에 위협을 받으면서 인구유치에 행정력까지 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노인들만 남은 고향마을의 황량한 골목은 흡사 자갈돌과 물고기 떠나버린 곳에 갈대들만 씁쓸한 담황수 강변 같다. 어찌 내 고향마을과 담황수 뿐이겠는가. 전국의 우리네 농촌, 고향마을들과 실개천 아름다운 고향강들은 똑같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면 지금껏 우리고향 농촌과 농민들은 '만만한 홍어좆'이었다. 비근한 예로 도시 대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땐 '공적자금 투입'으로 구제해 주더니, 농정실패로 인한 농가부채는 탕감 한번 해준 적 있던가. 농가부채 탕감은 말만 나오면 '모럴헤저드' 어쩌니 하며 도덕적 해이를 들고 나오지 않았던가. 한가지 예만 들었을 뿐이다.

 

대개 손에 흙한번 안 묻히며 포시랍게 자란 것들이, 모가 어떻게 심어지고 벼가 어떻게 고개숙이는지도 몰라 '쌀나무'라 하는 것들이 고시패스했다고 정책결정자 자리에 앉아서는 우리들 고향 농촌과 농업, 그곳 농민과 산과 강들을 함부로 다룬 결과가 오늘 우리고향의 모습이며 현실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편리 앞에 우리고향 농촌과 그곳 산하가 망가진 모습을 불가피했다거나, 당연히 그러려니 하며 바라보는 것은 싫다. 그것은 농촌과 농업, 우리 국토의 고향강산이 가진 자연적 아름다움과 문화역사적 귀중함을 모른 무철학 무지한 것들이 자본과 경쟁의 논리만으로 우리네 비빌 언덕을 망가뜨린 데 대한 분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편리의 이면엔 제 살을 깎아 먹은 측면이 많음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 농촌마을과 강의 모습이다. 그것은 마치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소진하고 늙고 아픈 몸을 하고 계신 우리들 부모님의 모습 같다. 문자그대로 아버지인 농촌과 어머니인 고향강이 모든 것을 내주고, 지치고 아프다며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제 모습 잃은 담황수의 풍경은 전국의 농촌과 고향마을들, 전국의 고향강들이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나라의 뿌리와 국토의 실핏줄들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돌 밑에 노오란 알 소복하던 뿌꾸리 다시 볼 수 있을까

 

개인인생이나 국가발전, 문명발전엔 때로 불가피한 희생과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을 땐 빨리 전환을 하는 것이 또한 올바른 이치다. 내 고향 담황수를 바라보며 나는 촉구한다. 이쯤하여 전국의 농촌과 소농을 살릴 농업정책을 그린 뉴딜정책으로 다시 세울 것이며, 전국의 실핏줄 고향강 살리기 대책에도 관민의 새로운 각성이 있기를 촉구하는 것이다백년후엔 담황수강변에 돌자갈 모래사장이 다시 쌓이고, 담황색 맑은 물에 돌만 딛기면 노오랗고 보드라운 알을 소복이 붙여놨던 그 뿌구리가 반드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권 대 섭 대기자

 

 

 

*: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단애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

 

**구마리 : 말을 달리는 동네라는 뜻의 지명. 임진왜란 때 경상좌도 의병대장 권응수 장군이 이곳 일대에서 말을 조련하며 군사들을 훈련한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바걸강 : 짐을 가득 실은 수레에 황소가 모가지에 바만 걸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지리형국을 가진 중리마을 앞산인 '바걸재'를 끼고 흐르던 맑은 강을 말함.

 

****그린뉴딜 : 얼마전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정책' 어디에도 농업과 농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농업과 농촌을 여전히 '만만한 홍어 좆' 취급하며 푸대접하는 현실이다.

 

<사진>20년 전만 해도 맑고 푸른 물이 담황색을 띄며 흐르던 마을 강변이 무분별한 골재채취와 4대강 사업으로 황폐화 된 현장. 전국적으로 농촌의 실개천 강들이 이런 식의 수난을 겪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강, 국토의 실핏줄이 병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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