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빈센트 나바로 교수에게 배우는 쿠바의 의식주교(醫食住敎)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9/1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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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땅에서는 지난 7월~8월 전공의 환자진료거부, 의사국가시험거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날 코로나 방역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에 간 쿠바 의사들을 회상하며  앞으로 민중 민권 민생에 교훈이 될 쿠바 의료사례를 송필경 원장(건치 공동대표)이 기고했다. 그 전문을 소개한다.

 
2년 전 쿠바에 다녀오고, 쿠바에 관한 글을 좀 썼다. 요즘 의료사태를 비롯해 우리 교육 주거환경 때문에 쿠바 이야기를 회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물과 공기처럼 자연에서 얻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을 이제까지 의식주(衣食住)라고 했다.  사실 입는(衣) 문제는 인류 역사에서 기본 생존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차라리 사치품으로 소중히 다뤘다.  요새 말로 명품으로 말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먹는(食) 문제는 심각하다. 아직 인류 1/3은 기아 상태에 있다고 한다.  자는(住) 문제는 G20 경제 강국인 우리나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아파트 값 폭등 문제는 젊은이들에 절망을 안겨 주고 있다.
 
그래서 살기 어려울 때 ‘입고 먹고 자는’ 게 문제라 하지 않고, ‘먹고 자는’ 게 문제라 말하지 않는가.  
 
의식주를 사람의 생물적 생활의 필수 조건이라 하자.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소중한 건강을 지키는 의료 제도와 동물적 본능이 아닌 이성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교육 제도는 문명국가라면  꼭 갖추어야 할 복지의 근본 제도다.  21세기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의.식.주.교(醫食住敎)'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싶다.  의식주(衣食住)란 원시시대 옛날 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21세기 지금 '의식주교'를 문명국가답게 제대로 책임지는 복지 국가가 지구상에서 얼마나 될까?
아마 '의식주교' 전체가 균형을 이룬 나라로 따지자면 북유럽 작은 몇 나라 다음으로 쿠바가 질적으로 우수한 나라라고 평가받는다.
 
1959년에 쿠바 혁명 정부가 들어서자 먼저 시행한 조치가 땅을 국유화하고 모든 국민에게 주택을 임대했다. 주택 임대료는 세대주의 한 달 급료의 10%를 넘지 않게 했다.  한 예로 유기농업의 핵심 인력인 푸네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대 초기준이다.
"내 월급은 28 달러입니다. 큰 주택을 빌려 쓰고 있는데 집세는 1.3달러이고, 대학생인 자식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전혀 없습니다.“
박사급 고급 인력의 월급이 3만 원 정도를 우리에게는 소주 몇 병에 간단한 안주 한 접시 밖에 안 된다고 얕잡아 볼 것이 아니라, 한 달 집세가 소주 반 병 값도 안 되는 1천5백 원 정도라는 점에 놀라야 한다. 널찍한 집 월세가 월급 5%인 셈이다.
 
내 아들이 살았던 13평 남짓 오피스텔이 월 임대료가 판교에서 1백만 원 훌쩍 넘었다.  쿠바식으로 따지자면 아들의 월 급료가 1천5백만〜2천만 원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같으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심장이식 같은 첨단의료 수술도 쿠바에서는 무료다.  “암치료에서 심장이식까지, 의료비 전부 무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 전부 무료!”
임신을 하면 국가가 나서서 상담하고 출산할 때까지 임산부를 관리한다.  태어날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어떤 질병이든 의료비는 무료다.  또한 탁아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부모가 돈 낼 일은 없다. 
 
현재 우리의 저소득층은 학비 감당에 입학 꿈꾸기 힘든 의과대학을 예로 본다면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까지 무료에다 월 일정액의 용돈도 준다.  '의식주교醫食住敎'에 관한한 쿠바 사회제도는 완벽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쿠바 의과대학 커트라인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누구나 원하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업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졸업할 때는 훌륭한 기술은 물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의사가 된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이 금전보다도 가치가 있고 부드러움과 배려심만 있으면 생명은 구할 수 있다.”  이는 쿠바 혁명 정부가 내건 의료철학이다.  “돈이 인간보다 가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유감이겠지만 쿠바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쿠바 우료기관의 젊은 의사는 말한다.  저는 병이 아니라 인간을 진찰하고 있는 거예요.”  쿠바 혁명 정부의 의료교육제도는 평범한 청년을 이런 의사로 키워냈다.  천박한 상업의료에 물든 남한에서 국가나 의사가 이런 철학을 지녔다면 과격한 빨갱이라 몰아 부칠 게 너무나 뻔한 현실이다.
 
다음은 영화 <대부2>와 쿠바 의료 이야기이다.
 
1978년, 대학 서클에서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실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자 빈센트 나바로 교수의 쿠바 사회주의 의료체계에 대해 몰래 공부할 때다. 1960년대~1970년대 유신시대에 박정희는 사회주의 '사'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숨어서 '사'자를 봐야 했다.  그때 개봉한 영화 <대부2>는 미국과 쿠바와 관계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영화 평론가들은 연속작 <대부1>과 <대부2>를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명작이라 꼽는다.  전문가들은 영화 작품성과 제작 기법이 탁월하다고 했다.  2018년, 쿠바 역사기행하기 직전에 다시 보면서 전에 보지 못했던 쿠바 ‘혁명과 의료’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주특기인 액션 활극이 난무하는 흥미위주 갱 영화가 아니다.  마피아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미국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원초적 폭력을 묵직하게 드러냈다.  <대부1>에서 범죄 조직 마피아를 통해 ‘힘 쎈 자’(제국주의)의 일반적 속성을 엿볼 수 있었다. 
 
마피아(Mafia)의 뜻은 '기업형 범죄 조직'이라고 한다. 아주 ‘힘 쎈 자’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저지르는 범죄 주체 세력 역시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아니겠는가.  인류 역사상 최대 제국주의 미국의 속성은 일개 범죄 집단 마피아의 속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게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이다.  <대부1>의 자세한 감상평은 일단 생략하고 <대부2>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대부2>에서는 미국이 쿠바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가 잘 나타나 있다.  마피아가 저지르는 마약, 매춘, 도박 사업이 미국 내에서 견제를 받아 활동이 한계에 다다르자 사업 무대를 쿠바로 옮겼다.  마피아는 미국 다국적 기업과 함께 부패한 쿠바의 친미 독재자 바티스타를 앞세워 돈 놀음 했다.
 
<대부2>의 대부는 1세가 사망하고 셋째 아들 마이클이 승계한 대부2세다.  1950년대에 들어 미국 내에서 마피아의 불법을 견제하기 시작하자 대부 2세 마이클은 마약, 도박, 매춘 같은 뒷골목 사업을 합법적인 호텔 카지노 같은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벌이기 힘든 퇴폐사업 장소를 쿠바 수도 아바나로 점찍었다.
 
쿠바는 미국 마이애미와 뱃길로 150km 거리의 코 앞에 있는 섬이다.  20세기 초부터 미국 자본은 쿠바 농촌의 노른자 땅을 거의 다 사들였으며, 전기 · 전화 같은 국가기반산업도 손아귀에 넣었다.  마피아는 미국인들이 미국에서는 즐기지 못할 마약, 매춘, 도박을 아바나가 책임을 지게끔 ‘카리브의 환락가’로 만들었다.  마피아는 막대한 수입 일부를 부패한 대통령 바티스타에게 떼어주고 독재를 지속케 했다.
 
이런 쿠바에서 젊은이들과 의식 있는 민중들이 반미 반독재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게 아닐까?  대부2세 마이클이 퇴폐사업투자로 아바나에 처음 갔을 때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저항하는 모습을 본다.  
이 사태에서 마이클은 쿠바 혁명이 성공하리라  직감하고 쿠바 사업 투자를 주저한다.
 
마이클은 대부 1세인 아버지 친구이자 당시 아바나에서 마피아 조직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두목 하이먼 로스를 찾아 사업 투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영화 속 하이먼 로스의 실제는 유대계 마피아 두목 마이어 랜스키다.  쇠약한 유대인 로스는 사업 이야기하기 전에 마이클에게 하소연을 건넨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야.
성공보다도, 돈보다도, 권력보다도."  그러면서 질병의 고통을 하소연 한다.  “통증 없이 소변만 볼 수 있다면 4백만 달러라도 내겠네.”
 
1958년에 돈 4백만 달러면 요새 돈으로는 치면 1백 배 또는 1천 배가 되는 수 천 만원 혹은 수 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건강은 가장 큰 재산이요, 만족은 가장 값비싼 보석이요, 신뢰는 가장 위대한 친구다.”  2,500여 년 전 붓다가 하신 말씀인데 ‘법구경’이 기록해 있다.  건강이 성현이나 흉악한 범죄자에게나 인생에 가장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영화감독은 사회 비판의식이 아주 강한 프란시스 코플라다.   <대부 1,2> 연작을 만든 뒤, 베트남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룬 대작  <지옥의 묵시록>을 만든 감독이다.
코플라 감독은 이런 영화를 통해 '인간의 폭력, 권력의 속성 그리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를 그리려했다고 말했다.
 
의식 있는 자세로 대작 영화들을 만들려면 상당히 치밀한 기획과 그에 따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늙은 마피아가 병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건강을 돈 주고라도 샀으면 하는 염원을 영화에 삽입한 것을 보면 아마 쿠바의 탁월한 의료 제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감독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의사 출신 쿠바 혁명 영웅 체 게바라는 말했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건강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1993년쯤인가 1994년쯤인지, MBC가 쿠바에 가서 만든 특집 다큐를 3시간가량 방영한 것을 보았다.
 
1991년에 소련은 해체했다. 모든 경제를 소련에 의지하던 쿠바는 수출이 1/5로 감소하고, GDP는 2/3로 줄었다.  대재앙이 닥쳤다. 휘발유 부족으로 거의 모든 차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전기는 수시로 끊겼다.  밤이면 캄캄했다.  미국은 쿠바의 멸망을 확신하며 그 시기만을 기다렸다.
 
쿠바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수단은 유럽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이었다.  이 다큐에서 가장 참혹했던 장면은 여자가 유럽 여행객을 유혹하여 자기 집안에 끌어들여 윤락행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쥐꼬리만한 휘발유는 오직 관광객에게만 공급했다.
 
전기불도 없는 캄캄한 밤에 길가에서 서성거리다가 차량불빛이 보이면 여자는 치마를 걷는다. 관광객은 차량을 세우고 여자와 흥정을 한다.  흥정을 마치면 여자는 관광객과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남편인 듯한 남자가 집안에서 아이 손을 잡고 집밖으로 나와 주는 장면을 TV는 여과 없이 방영했다.  온 식구가 아내이자 엄마의 매춘에 의지하여 산 셈이었다.
 
2018년 쿠바 방문에서 사살인지 과장인지 모르지만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시 쿠바 섬에서는 고양이와 쥐가 동시에 사라졌다고 했다.  굶주린 사람들이 쥐는 물론 고양이 까지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쿠바 민중은 고통스럽게 굶주렸다.  나라가 이쯤 되면 뒤집혀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장면에서 방송 기자가 나이 많은 쿠바인과 인터뷰하며 미국에 고분고분해서 경제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마음속을 떠봤다.  그러자 쿠바인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지금 우리는 무지 고통스럽다. 그러나 미국 체제에 편입은 절대 하지 않겠다. 우리는 미국 체제에서 살아 봤다.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 체제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성과를 이룩했다.  지금 우리 쿠바에서는 교육과 의료가 완전 무상이다."
 
미국 경제 봉쇄로 쿠바의 참혹한 경제 실상을 샅샅이 본 방송 기자의 마지막 언급은 이랬다.  “쿠바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더라도 카스트로 정권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카스트로는 쿠데타로 집권한 철부지 권력자가 아니었다.  
 
그는 56년간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있었을지라도 분명한 철학을 지닌 혁명가였다.
토지 개혁을 통해 주택 문제를 해결했고, 무상 교육을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며 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무상 교육을 통해 배출한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의사들을 통하여 무상 의료를 실시했던 것이다.
 
무상이라고 싸구려라 생각하면 크게 잘못이다. 안과의 특수 치료를 포함한 몇 몇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치료는 물론 심장이식 수술도 무료다.
아주 가난한 쿠바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보다 유아사망률은 낮으며, 평균 수명은 비슷하다. 어떤 질병은 미국에서도 치료하러 온다고 한다.
 
소련 사회주의가 해체하자 쿠바에서 어마어마한 경제혼란이 왔다.  영양실조로 국민 건강이 크게 악화하자 쿠바 정부는 국방비 40% 가량 줄여 의료예산을 높였다고 한다.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 민중 민권 민생에 봉직하는 보건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인지? 오늘 날 우리나라에서 상업주의 보건의료제도의 모순에 대한 성찰로 깊은 사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 사진설명 : 1. 영화 <대부 2>에서 대화 : 쇠약한 마피아 대부(두목)가 젊은 대부(두목)이 찾아 오자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야 성공보다도 돈 보다도, 권력보다도 중요하지”
 
SBS에서 2007년 방영한 쿠바 의사 활약상을 소개한 <맨발의 의사> 이다.  동티모르에 대재난이 일어나자 쿠바는 의사 수백 명을 파견했다.  
 
쿠바 젊은 의사는 말한다.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만족해요. 단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고,
제가 곁에서 치료하고 같이 생활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면 더는 바랄게 없죠.  ‘의사가 좋고 친절하다’는 말만 들으면 만족해요.”
 
우리나라 전교 1등, 2등, 3등 성적상위권 의사출신과, 이런 인간의 윤리가치가 풍부한 쿠바 의사를 비교하는 나는,
 
“아주 나쁜 놈이다” 
 
[정리 문해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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