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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2)

조기천의 장편서사시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2/12/18 [01:01]

백두산(2)

조기천의 장편서사시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2/12/18 [01:01]

장편서사시

 

                                   백두산

  © 프레스아리랑



 

 

 

제1장

1

 

고개뒤에 또 고개…

몇몇이나 있으련고?

넘어 넘어 또 넘어도

기다린듯 다가만 서라!

한 골짜기 지나면

또 다른 골짜기-

이깔로 백화로 뒤엉켜 앞길 막노니

목도군이 고역에 노그라지듯

골짜기는 으슥히 휘늘어져있어라!

울림으로 삑삑하여 몇백리

백설로 아득하여 몇천리-

사나운 짐승도

발길 돌리기 서슴어하고

날새도 고적에 애태우다

날아날아 떠나고야마는

장백의 중중심처 홍산골-

절벽사이 칼바람에 쌓인 눈우에

뚜렷이 그려진 이 발자욱

어디론지 북으로 북으로 가버린

가없이 외로운 이 발자욱-

어느 뉘의 자취인가

눈보라에 길 잃었던 포수

절망에 운명 맡긴 자취인가?

어느 뉜지 북으로 웨 갔느뇨?

북에선 백두산이 백발을 휘날리며

한설을 안아 뒤뿌려치는데

서리발로 한숨 쉬고있는데!

 

2

 

눈우에 뚜렷한 이 발자욱

눈여겨 살피라-

그속엔 절망의 흔적 없으리

지난밤 흰 두루마기사람들

설피 신고 이곳 꿰여 북으로 갔으니

사람은 몇백이나 되여도

발자욱은 하나만 남겨두고-

그런데 오늘은 이 발자욱 허물이며

수십의 왜놈의 무리

허리까지 눈무지에 빠지며

《토벌》의 큰 불 밀림에 지르련다

맨앞에 군견 두마리 날뛰고

그뒤엔 안경이 번뜩이고

또 그뒤엔 서리어린 총부리와 총부리-

《대체 한사람의 발자욱뿐-

모두 어디로 갔느냐 말이야!》

절벽에 안경을 두리번두리번-

맨 앞놈의 중얼거림

《글세요…신출귀몰은…》

옆놈의 대답 끝나기도 전에

《땅》-총소리

얼어든 대기를 깨뜨린다

《안경》이 눈에서 다리도 못 뺀채

경례나 하듯이 꺼꾸러진다

 

3

 

그다음…

그담엔 홍산골이 터졌다-

총소리 작탄소리 기관총소리

놈들의 아우성소리!

그담엔 절벽이 무너졌다

다닥치며 뛰치며 부서지며

바위들이 골짜기를 쳐부신다

《만세!》, 《만세!》- 골안을 떨치며

산비탈에 숨었던 흰 두루마기들

나는듯이 달려내렸다

여기서도 돌격의 《악》

저기서도 《악!》 《악!》

설광과 마주치는 날창

번개같이 서리찬 하늘을 찢는다

《동무들

한놈도 놓치지 말라!》

이것은 작렬되는 육박의 첫 구령소리

 

4

 

산비탈바위우에

청년 하나이 버쩍 올라선다

후리후리한 키꼴에

흰두루마기자락이

대공으로 솟아오르려는

거센 나래같이 퍼덕이는데

온몸과 팔과 다리-

모두다 약진의 서슬에 불붙고

서리발 칼날의 시선으로

싸움터를 단번에 쭉- 가르며

《한놈도 남기지 말라!》

그이는 부르짖었다

바른손 싸창을

바위아래로 번쩍이자

마지막발악쓰던 원쑤 두놈이

미끄러지듯 허적여 뒤여진다-

《한놈도 남기지 말라!》

그이는 재쳐 부르짖었다

이는 이름만 들어도

삼도왜적이 치떠는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

이는 장백을 쥐락펴락하는

태산을 주름잡아 한손에 넣고

동서에 번쩍!

천리허의 대령도 단숨에 넘나드니

축지법을 쓴다고-

북천에 새별 하나이 솟아

압록의 줄기줄기에

그 유독한 채광을 베푸노니

이 나라에 천명의 장수 났다고

백두산두메에서 우러러 떠드는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

 

5

 

육박의 불길 멎었을 때

밀림의 주인공 빨찌산들

주섬주섬 원쑤의 무기 거둔다

몇놈이나 복수의 칼 맞았느냐?

몇놈이나 빨찌산전법에

《천황페하》도 산산 줄달음에 팽개치고

《무사도》도 갈데로 가라-

도망치다 엎드러졌느냐?

《한놈도 빼우지 않았습니다》

철호의 보고

《놈들은 이번에도

무장을 바치러 왔지!》

김대장의 높은 말소리

그리곤 호탕한 웃음소리-

《하…하…하…》

함박꽃인양 그 웃음소리

떨기떨기 내려져 눈우에 꽂기는듯!

 

6

 

이날 밤에 눈이 내렸다-

하늘도 땅도 바위츠렁도

홍산골싸움터도

눈속에 묻히였다

이깔밭만 칠월의 꽃피는 삼밭이 되고

대부동 고목에도 때아닌 꽃이 피다

이 밤 빨찌산부대

나흘만에 천막에 들다!

내굴냄새 웨 그리도 구수하고

모닥불도 불꽃채로 품속에 껴안을듯

이날 밤 대장이 든 천막엔

새벽까지 등불이 가물가물…

허더니 아침엔 눈보라치는데

정치공작원 철호 먼길 떠났다

전송하는 대장의 말-

《철호, 조심하게! 믿네!》

덤썩 틀어쥐는 대장의 손길

심장속에 해발을 일으켜라

해는 눈보라속에 숨어있어도

추위는 박달같이 땅을 얼궈도-

 

7

 

눈보라…눈보라…

겨울이 마지막악을 쓴다

무엇이나 찾는듯 골짜기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도

잣솔을 뒤잡아 흔들며

잉-잉 통곡치누나…

자작나무 휘여잡고

못살겠다 몸부림치다가도

노한 짐승같이 절벽에 달려드누나…

절벽에 달려들어선

쳐부시고 딩굴고 물어뜯다가는

산등에 올라 미친듯 아우성치며

하늘도 땅도 휩쓸어가지고

동남으로 줄달음치누나!

눈보라… 눈보라…

네야 산넘고 골지나 또 지나

압록강까지 이르리라!

너를 동무삼아

철호 저 산 넘으리!

압록을 건너 조상의 땅 밟으리!

눈보라! 눈보라!

듣느냐?

너는야 철호를 도와주거라-

너도 장백의 눈보라 아니냐!

철호는 멀리도 간단다

경선 H시도 그의 길에 놓였고

성진 함흥도 가야만 되고

너 장백의 눈보라야!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감추라-

왜놈들을 기절케 하라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건네우라

압록강을 건네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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