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제7장
1
밤은 밑바닥도 없이 깊어가는데 높은 산 깊은 골 지나 빨찌산들이 압록에 이르다 뜻깊고 한많은 이 물결을 빨찌산들이 또다시 건느련다 그러나 이 길은 가슴터지는 추방의 길이 아니다 이 길은 승리의 길, 복수의 길- 허기에 압록도 기쁘게 중얼거리며 떼목을 몰아 강가에 붙이고는 밤을 헤치며 늠실늠실 대해로 흘러흐르누나 빨찌산들이 떼목다리 놓으려 할제 어디선가 총소리, 불의의 총소리 산비탈 어둠속에서 미친듯 짖는 기관총소리- 이것은 《토벌대》의 추격! 앞에는 밤안개 자욱한 대하 뒤에는 적군- 《포위?》, 《포위!》- 번개치는 생각- 누군지 왈칵 물에 뛰여든다 또 누군지 뛰여든다 《땅-땅-》 번쩍 싸창을 드는 김대장- 《명령을 들으라!》 아무 기척도 안내는 변절자 두놈- 어둠과 물결은 수치의 두 시체 삼켜버렸다
2
철호를 후위대장으로 삼고 전군은 항전을 베풀어 반격전이 밤을 달구는데 한 분대 데리고 떼목에 뛰여오른 김대장! 탄환은 죽음의 비명을 지르며 물결우에 여기저기 박히는데 하나씩- 둘씩 떼목을 이어놓는 김대장! 결사의 몇분이 지나자 떼목이 건너간다 구원의 저편으로 떼목이 건너간다 후위대를 방패로 삼아 안개속에 본대 강 건넜을제 적은 머리들어 어두운 산비탈은 억척한 분화구같이 철화를 내여뿜는데 본대 내리우는 탄막에 숨어 퇴진하는 후위대의 마지막전사- 그는 철호 그의 옆에 최석준- 사격하며 떼목에 오른다 바로 그때- 철호 말없이 넘어진다 어디선가 떼-엥(철호의 생각) 《무슨 소리 나는가? 웨 이리도 어두워지는가?》 철호 그만 정신잃는다… …
3
몇보앞 안개속에서 발악의 돌격소리 날제 철호 다시 정신차리고 온 삶을 한팔에 쏭겨 수류탄을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또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폭발에 끊어진 떼목 쭈욱 량편으로 갈라진다 그제야 철호 석준이를 보았다- 부러진 총가목을 틀어쥔채 떼목우에 쓰러진 석준이를… 그옆엔 뒤여진 왜놈들의 시체 철호 마지막힘 다잡고서 석준이를 안고 일어선다- 몇걸음 앞으로… 그만 꺼꾸러진다 또다시 일어났을 때도 전우의 시체 안고 몇걸음 앞으로… 서슴없이 내걷는다 허다가 철호 그만 우뚝 선다- 불의의 류탄이 전사의 심장을 꿰였다… 《아하!》 우뚝 섰다가 앞으로 거꾸러져… 창- 처절썩- 물결이 두 전사를 감춘다 압록강 찬 물결이…
4
실망한 적도 머슥히 사격을 멈추고 떼목도 강가에 붙을무렵 강변에서 녀자의 부르는 소리 《철—호 —석—준 —이—》 꽃분의 목소리였다 《철-호-철-호-》 분명히 김대장의 목소리 허나… 대답은 없었다 물결만 분풀이하듯이 떼목을 창-창- 걷어차며 날뛴다 몸부림친다 《철-호-석-준-이-》 처녀의 애타는 부르짖음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압록강만 한가슴 두드리며 어둠속에서 쾅- 처절썩-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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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루 바위에 선 빨찌산들- 김대장이 서고 순선이도 서고 꽃분이도 서고 전사들도 모두 서고… 누구누구 이 대렬에 없느냐? 누구의 자리 비였느냐? 철호 없었다! 석준이 없었다! 《토벌대》의 총소리 은은한 컴컴한 조국땅을 분노에 타는 두눈으로 빨찌산들이 바라본다 《동무들!》 김대장의 떨리는 목소리- 《몇몇해 우리 이방에서 싸우다가 새도 날틈없는 수비망을 무찌르고 오늘밤 조국땅에서 원쑤를 우리 즉쳤다 피마르는 동포에게 살고있는 이 나라의 기개를 우리 떳떳이 보였다 그러나 동무들! 적은 아직도 강하다 때문에 우리 오늘밤 압록강을 두번다시 건너게 되였고 우리의 전우들을 철호와 석준이를 시체도 못 찾고 한많은 이 압록강물결에 영영 묻게 되지 않았는가?》 김대장의 목메인 말끝 누군지 주먹으로 눈물 씻는다 꽃분이 느껴우는 소리 …
6
《그러나 동무들!》 대장의 말소리 강철을 울린다 《우리 비록 작은거리를 쳤지만 그 거리에 일으킨 불길은 죽어가는 민족의 가슴에 투쟁의 불꽃을 떨구었다! 우리 비록 오늘은 한 거리를 치고 가지만 우리 기어코 오리라! 조선아! 조선아!》 김대장이 맹세의 칼 높이 든다 전사들도 삼대같이 총을 든다 《조선아! 우리 오리라! 인민이 살아있거든 우리의 힘은 크다! 또 우리뿐이 아니다! 피압박민족의 구호자 쏘련이 세기의 앞장에 섰고 우주에 새 륜리 세우니 정의의 검이 침략의 목우에 내려지리라! 불의를 소탕하리라! 우리 애국의 기개를 살려 해방투쟁의 불길을 높이리라 빨찌산들아! 결사의 혈전을 위하여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빨찌산들아! 우리 선렬의 령을 위하여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조선아! 조선아! 너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너의 민주 행복을 위하여 사격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삼천리를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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