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크리스마스 김문보의 '아리아리랑'
선한 교회는 왜 신발을 훔쳤던가 아이들은 알았네, 천심이 알았네
"예뷔당에 가뜨니~ 눈 까므라 케놓코~ 신 도디켜 가드라~"
갱상도식 발음으로 아이들이 부르던 이 노래 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예배당에 갔더니~ 눈 감아라 해놓고~ 내 신발 훔쳐 가더라~"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교도 들기 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모들이 부르던 노래다. 고모들 따라 나도 마구 불러댔다. 그 어떤 노래보다 일찍 배운 노래라 할 수 있다. 그걸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자라면서 무의식중에 이 노래에 대한 의문이 가끔씩 솟아났다. 교회는 선한 곳인데, 왜 눈 감아라 해놓고 신발을 훔쳐 가는가.
그러나 이 의문을 풀려고 아무에게도 물어보거나 논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세상을 살면서 저절로 깨우치게 됐을 뿐이다.
길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란 붉은 팻말을 들고 혐오스런 선교활동을 하는 광인들을 볼 때마다 절로 절로 머리에 맴돌았다.
"예뷔당에 가뜨니~ 눈 까므라 케놓코~ 신 도디켜 가드라~"
북한산을 오르다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어놓은 것을 봤을 때, 초등학교 교정에 세워놓은 국조 단군의 목을 잘라 내팽개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교회 신도들이 절간을 찾아가 사탄이라며 단체로 땅 밟기 행사를 한 소식을 들었을 때 뇌리에 자동적으로 이 구절이 떠올랐다.
자주 평화 통일을 방해하는 교회들
그 뿐인가. 70여 년 전 이승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미국 기독교를 이 땅에 심으려 기독교 입국(立國)을 시도한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런 그가 이북 기독교 출신 서북청년단을 동원해 수많은 인민을 학살하며 나라를 분단으로 이끌었음을 알았을 때 분노하며 저 구절이 떠올랐다.
급기야 전광훈 목사일당이 극우 태극기 부대와 함께 광화문에서 미국을 향해 북한을 폭격 해달라 외칠 때, 독실한 크리스찬 황교안이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복원하라며 단식을 벌였을 때 절로 절로 이 구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에도, 윤석열이 교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스라엘이 미국을 업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무자비하게 유린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이 구절을 떠올린다.
미국은 대한민국 식민지에 교회를 부흥시켜 놓고, 교회들로 하여금 우리 민족과 인민들이 신고 걸어야 할 자주 평화 통일의 신발을 도둑질 하게 한 것이다. 그걸 기가 막히게도 이 땅 아이들의 천심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뷔당에 가뜨니~ 눈 까므라 케놓코~ 신 도디켜 가드라~"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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