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살림빵깨이
따뜻한 봄날엔 고향집 뒷동산 쌍디 소나무 밑이 붐볐다.
태늠이 누부야, 현숙이 고모, 밑엣집 희야, 덕곡댁 또순이가 노는 데 내가 낑겨서 살림빵깨이가 벌어졌다.
태늠이 누브야와 현숙이 고모와 희야는 대소가 집 식구들이 되고, 또순이는 내 색시가 되었다. 나는 군대에 간 삼촌도 되었다.
동산 기슭 따뜻한 곳에 조금 숨었다가 휴가 나왔다며 작대기 한 개를 총이라 들고 살림빵깨이 현장에 나타났다.
"하이고, 우리 대름 휴가 오시능교?" 태늠이 누부야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나라 지킨 군인이라 팽대이를 치고 의젓하게 앉았다.
내 색시 또순이가 조막디 손으로 새금파리 그릇에 흙밥과 풀나물을 가득 담아 먹으라고 가져왔다. . . . 봄은 우리 집 뒷동산 쌍디 소나무 밑 살림빵깨이 놀이였다.
잔디가 좋은 대소가집 할배 무덤가엔 할미꽃도 피었다.
2025. 3
김문보
----------------------------------------- * 쌍디 소나무 : 연리지 쌍둥이 소나무. * 살림빵깨이 : 소꿉장난. 소꿉놀이. 나는 주로 군인이나 신랑 역할을 했다. * 대소가 : 동족부락의 큰 집, 작은 집들. * 대름 : 도련님. * 팽대이 : 양다리를 꼬고 양반자세로 앉은 모양. * 새금파리 : 장단지, 사기그릇 깨진 조각.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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