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배 사무총장의 영전에
제가 강상배 사무총장을 만난 것은 1981년 시카고대학 기숙사가 있는 하이드팍에서 였습니다. 저는 시카고대학 사회과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강 총장의 부인 강은선씨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81년 엘에이로 이사를 오게 되어 그 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시카고를 갈 때마다 강 총장집으로 가서 신세를 지곤 했습니다.
강 총장은 최근까지도 저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바로 지난 1월 16일 하와이 제일 큰 섬(Big Island)에서 였습니다. 우리 부부와 강 총장, 부인 강은선, 딸 경민이 5명이 한 호텔에 3일간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놀룰루로 돌아와서는 재미련의 오랜 하와이지부장인 진경자씨와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시카고로 돌아가면 사업차 디트로이트 방면으로 출장을 갈 것이라고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1월31일 출장 중 디트로이트 호텔에서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을 부인 은선씨가 저희 부부에게 전하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며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그 후 저는 정말로 기가막혀 멍한 상태로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돌이켜 볼 때 강 총장은 참 코리안이였습니다. 그는 결코 미국화될 수 없는 참된 코리안이었습니다. 코리안 냄새가 물신나는 제주도 사나이였습니다. 그는 가식이 없는 사람으로 대화의 대상이 누구든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소신껏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간사한 것이 없는 참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 총장을 좋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뭐 잘 해준 것도 없는데 강 총장은 저를 친 형처럼 대해주었습니다. 저도 강 총장을 나의 친 동생처럼 허물없이 좋아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삭막한 미국사회에서 계산이 없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려운데 우리 둘은 계산없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하와이에서 함께 보내며 제 처가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커피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그것들을 만드는 기계와 커피를 사주었습니다.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주는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강 총장은 깊이 생각하는 사색가였습니다. 그는 제가 오래 동안 통일운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산가족을 모시고 자주 북조국을 방문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제가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재미동포전국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스스로 여러 재료를 통하여 그가 가장 관심높은 북조국의 무기체계를 깊게 연구하더니 어느 날 저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했습니다.
“형, 북조국의 무기체계가 발전한 것이 우연이 아니더군요. 내가 북조국의 무기체계를 더 깊이 알면 알수록 북조국의 과학자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매혹되었습니다. 결국 인간이 중요하고 그 인간이 지닌 사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바로 물질이 아니라 사람중심인 주체사상을 신념으로 간직한 과학자들이 북조국의 어마무시한 무기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그들에게는 돈, 자본이 문제가 되지 않지요. 돈에 팔려 다니는 자본주의 사회의 과학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그래서 왜 북조국에서 사상을 앞세우고 인간교양을 중시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부터 그는 북조국에 대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핵무기를 포함한 거대한 무장력도 결국 위대한 사상의 결과물이라는 것, 위대한 사상을 지닌 인간에 의하여 거대한 힘을 가진 무기도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달은 것입니다. 그때부터 그는 북조국의 사상과 그 사상으로 뭉쳐진 조선로동당, 정부조직, 최고지도자의 의미, 등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저에게 고백했습니다.
지금 엘에이 지역에서 페북을 통한 북조국 바로알기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생물학자 김웅진 교수는 “북조국을 올바로 아는가의 여부는 한 인간에 대한 종합적이며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준”이라고 강조하십니다. 북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해온 강 총장은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가장 종합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최고의 지성인이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강 총장보다 북조국의 참된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강 총장은 저와 만난 지 20년이 지난 2000년 마침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회원이 되었고 북조국도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번 방문하였습니다. 2019년 제가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회장이 되던 2019년 사무총장이 되어 더욱 활발하게 조국통일운동을 벌렸으며 조직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참으로 아까운 인재를 잃었습니다.
그의 육체적 생명은 끝났지만 그의 사회정치적 생명은 그가 속해있던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존재하고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그 속에서 영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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