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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아내여

김문보의 사랑연곡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3/08/14 [07:35]

혁명의 아내여

김문보의 사랑연곡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3/08/14 [07:35]

혁명의 아내여

김문보의 사랑연곡 

 

 

손금에 새겨진 그대와

통일 코리아연방으로

 

 

손깍지를 끼고 넙적 돌에 앉아 있었다.

지나가던 병장이 등 뒤쪽에서 깍지 낀 내 손바닥을 보았다.

 

"어이~! 손금 좀 봅시다.

막손을 쥐셨네"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지나가다가 등 뒤로 우연히 내 손바닥을 보았노라며 말을 붙였다.

 

그는 육군 병장, 난 해병 일병.

내 보다 고참이었다.

 

서울대 철학과 다니다가 징집, 군대생활 말년 병장이라며 자기를 소개했다.

스스럼없는 태도가 맘에 들어 손바닥을 맡겼다.

왼손 오른손 이리저리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왜 그러시나요. 병장님"

"권해병은 아내가 둘입니다.

살아있는 아내가 둘입니다.

여자 복이 있어요."

 

"무슨 뚱단지 같은 말씀을?"

"권해병은 콧대와 눈매가 살아있어요.

어려운 일 있어도 뜻을 굽히지 마세요."

 

"허허 참~! 언제 날 보셨다고..."

"손금에 새긴 아내가 큰 역할 할 겁니다.

손금아내...손금아내"

 

놀리듯 씨익 웃으며 사라진 그의 표정이 생생했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의 말이 인상적인 반면, 두 아내의 조짐은 없었다.

 

이 여자한테 차이고, 저 여자한테 차인 그는 서울운동장의 축구공이었다.

여자 한 명도 꼬시기 어려웠다.

 

*

그런 어느 날 문득 글 속에 '혁명의 아내'를 생각해 냈다.

고향집에 처자식 두고 길 떠나버린 그는 독립군 투사였다.

나라 걱정 잠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던 열혈 청년이었다.

 

해방됐나 싶어 돌아봤더니 아닌, 그의 나라는 분단 조국이었다.

일제에서 미제로 교체됐을 뿐이었다.

 

독립군은 여전히 필요했다.

일제 땐 독립만 부르짖었지만 지금은 통일도 부르짖어야 했다.

 

훨씬 어려운 싸움이었다.

백배 복잡한 방정식이었다.

 

떠돌아다닐 만주도 연해주도 상해도 시베리아 벌판마저 없었다.

백두산 깊은 숲도 태백산맥도 지리산도 빨치산도 없었다.

 

*

그에겐 오직 혁명의 아내만 있었다.

굥꽝철이 무리를 소금에 구워 먹겠다던 엽기적인 미녀,

전설의 까칠미녀 아리아씨였다.

 

만주 하얼빈 연해주 상해 대신 우주를 무대에 올렸다.

까칠미녀 아리와 함께 10만 광년 은하를 헤매었다.

 

굥꽝철이를 우주로 끌어냈다.

은하를 무대로 우주적 싸움을 벌였다.

꽝철이 무리를 소금에 구우려 아리는 늘 소금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소금혁명이라 명명했다.

만주 하얼빈 연해주 떠돌듯 은하 곳곳 행성을 돌며 게릴라전, 유격대로 싸웠다.

 

그들은 스스로를 어린왕자 댄둥이와 아리아씨라 규정했다.

꽝철이와 싸우기 위한 방편이었다.

 

혁명동지의 길이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길이었다.

혁명의 아내가 되는 길이었다.

혁명의 남아가 되는 길이었다.

서로에게 전설이 되었다.

 

*

에덴동산 뱀의 후손인 굥꽝철이는 거미를 두려워했다.

거미가 꽝철이의 천적이었다.

 

거미는 은하와 은하, 별과 별, 삼라만상 우주 모든 것을 끈으로 연결하는 끈의 생산자였다.

모든 은하와 별들과 만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 세계까지 거미가 만든 줄에 이어져 있었다.

 

거미줄은 부드러운 것 같지만 강했다.

허술하게 성긴 것 같아도 사악한 것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눈치 빠른 학자들은 이를 보고 우주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끈 이론'으로 세계를 설명했다.

거미는 우주와 하늘의 길목을 지키는 수호자요 권능자였다.

 

댄둥과 아리는 거미에게 도움을 청했다.

거미는 기꺼이 동지가 되어 주었다.

자기 등 따시고, 자기 배만 채우면 되는 개돼지 족속들을 거미도 분노하고 있었다.

그 수괴 굥을 잡는데 의기투합했다.

 

*

먼저 소금으로 세상을 깨운 후,

굥이 용() 행세를 하며 가짜 승천쇼를 벌일 때 거미줄로 공중 포획, 바로 교수형에 처해 버리기로 했다.

 

꽝철이는 어디까지나 꽝철이였다.

암만 용을 써도 용이 될 수 없었다.

원래 태생이 뱀이기 때문이다.

굥이 그랬다.

 

좁은 물 웅덩이에서 편협하게 자라서 나이를 쳐먹어도 한 쪽 밖에 몰랐다.

앞뒤가 꽉 막혀 있었다.

 

이른바 배막디였다.

어찌어찌 칼춤 웅덩이의 왕이 되더니, 어느 날 사특한 외부 강자의 사주를 받고 용이 되고 싶었다.

 

용산에 거처를 만들어 행세를 했다.

하지만 가짜 바닥만 드러냈다.

고인 웅덩이 썩은 물 먹는 개돼지들만 환호했다.

 

하는 짓마다 제 무덤을 팠다.

30% 개돼지들 환호에 도취된 가짜 용,

굥이 용의 흉내를 내며 승천쇼를 벌였다.

 

비를 싫어하는 꽝철이라 지독한 열기를 콧김으로 뿜었다.

가뭄을 유발하더니, 부작용이 심해 다시 큰 물난리를 불러왔다.

 

승천쇼가 갈팡질팡 했다.

지 책임은 없고 전임자탓, 남탓, 실무자탓, 노조탓, 시민단체탓 만 해댔다.

 

자기 코엔 똥이 묻어도 괜찮았고, 남의 코엔 겨만 묻어도 무지막지 조져댔다.

제 입으로 나팔 불던 공정 상식, 정의는 사라졌다.

꼴 사나운 헛발질이 계속됐다.

 

굥이라며 시민들이 손가락질 했다.

민심이 요동치며 들끓었다.

어린 아이부터 백살 어른까지 아무도 정의롭게 살려하지 않았다.

누구도 법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정의와 법을 따를수록 손해를 봤다.

나쁜 놈이 되어야 잘 살 수 있었다.

사이코들까지 활보하기 시작했다.

회칼 들고 무작위로 사람을 찔러댔다.

인민이 기댈 곳 없는 나라였다.

 

거미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허술한 것 같아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 쳐져 있었다.

나라는 망해도 인민은 살려야 했다.

 

마침내 은빛 부드러움이 출렁하더니, 굥을 포획해 버렸다.

승천쇼에 도취됐던 꽝철이가 순식간에 벌레처럼 대롱대롱 했다.

 

*

소금혁명이자 거미혁명이었다.

시민들이 기꺼이 그렇게 불렀다.

온갖 거짓 술수로 공정과 상식을 엎은 죄가 컸다.

 

부자 편에서 인민의 복지와 삶을 배신한 죄,

우리민족끼리 자주 평화 통일로 가야 할 역사를 거스른 죄,

시대소명을 왜곡한 죄가 컸다.

 

미제 꼭두각시 전쟁을 책동한 죄,

우리땅 독도를 넘기려 한 죄,

핵오염수 방류 두둔한 죄가 컸다.

무철학 무비전 무지 무식한 죄가 컸다.

 

거미줄에 대롱대롱 공중걸이 교수형이 시행됐다.

인민은 두 번 다시 굥같은 꽝철이가 나올 수 없는 나라를 원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이 되지말자 다짐했다.

 

끝까지 굥 지지하던 개돼지들은 도둑질한 재물을 배에 싣고, 미국 일본으로 탈출하다가 보트피플 신세가 됐다.

조국과 인민을 배신한 그들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

지구행성 유일 분단국에 총성이 멎었다.

평화와 자주독립, 인민주권 새 나라를 세웠다.

 

댄둥은 아리아씨와 함께 고향에 돌아가 버들부인을 만났다.

고향집 지키던 부인이었다.

 

손금을 펼치며 말했다.

"버들, 손금에 새겨진 아내여요.

손금아내여요. 혁명동지여요."

 

버들은 통이 큰 아내였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역사의 뜻이어요. 한 여자 도움만으로

어찌 그 어려운 혁명을 이룰 수 있겠어요.

혁명의 아내여 잘 오셨어요.

다음생까지도 우리 함께 살아요.

죽지않고 살아온 것만도 고마워요"

 

그들은 통일 코리아연방공화국 일원으로 오래도록 행복했다.

댄둥은 통일 코리아 인민대표대회에서 임무를 마무리했다.

 

코리아연방은 제국주의와 싸우느라 개발한 핵주권으로 다시는 침략받지 않는 강성대국이 되었다.

 

분단의 DMZ는 세계적 자연공원이 됐다.

연중 1억명의 세계인이 찾아왔다.

코리아연방은 국토 해안 전체를 빙둘러 철길을 놓았다.

 

1억을 넘어 2억명의 손님들이 왔다.

그들은 종교 사상 이념과 민족을 넘어 인간(홍익인간)과 삶을 최상위에 둔 새나라 가치에 환호했다.

세계만방 인민의 꿈이었다.

 

 

2023. 8. 광복절 앞두고 김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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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막디 : 앞뒤가 꽉 막힌 맹꽁이

* 댄둥 : 어린왕자의 이름

 

 

                                    교수형에 처해질 굥꽝철의 미래를 벌레가 미리 보여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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