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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공(無鼻孔)

김문보의 사랑연곡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3/05/05 [08:44]

무비공(無鼻孔)

김문보의 사랑연곡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3/05/05 [08:44]

무비공(無鼻孔)

김문보의 사랑연곡 

 

굥꽝철이 거짓을 끊어 버리다

 

 

보현산의 별밤 아래

바걸재 능선에 둘이 앉아

 

"사랑해요"

"내 사랑"

"사랑해요"

"내 사랑"

이렇게 수없이 주고받았어요.

 

목동이 된 어린왕자

샘각시가 된 까칠미녀,

아리공주의 이야기여요.

 

둘은 버들강아지 은하에서부터

''이란 꽝철이와 싸우다가

10만 광년 너머 지구행성에

유배 온 처지였어요.

 

목동왕자는 낮엔 바걸재에서

소를 먹이고,

밤엔 아리와 사랑을 나눴어요.

 

아리공주는 낮엔 샘각시로

목동의 목을 축이고,

밤엔 별각시로 목동과 사랑했어요.

 

버들강아지 은하에서도

목동왕자는 농업을 주관했고,

아리는 물과 숲을 주관했어요.

 

유배지이긴 하지만

지구행성에도 보현산이 있고

바걸재가 있어

그들 사랑의 무대가 되었어요.

 

낮의 샘각시는

사랑이 왕성한 목동왕자와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힘입어

밤엔 별각시가 될 수 있었어요.

 

낮엔 일하고 밤엔 사랑했어요.

"사랑해요"

"내 사랑"

"사랑해요"

"내 사랑"

이렇게 수도 없이 속삭였어요.

 

속삭이며 눈빛 튕길 때마다

별이 생겨 하늘로 올라갔어요.

사랑은 별을 잉태하고

시를 낳고,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들의 별과 시와 노래는

꽝철이와 투쟁이 주제였어요.

역사적 악마와의 싸움이었어요.

 

마침내 굥꽝철이가 조작한

거짓과 불의를 모조리 끊는

무비공(無鼻孔)의 세계로 나아

갔어요.

 

"사랑해요"

"내 사랑"

"사랑해요"

"내 사랑"

 

사랑의 속삭임은 도도하게

강물처럼 흘러

세계를 무비공으로 이끄는 힘이

되었어요.

 

신비의 경전이었어요.

그들 생애의 절정이었어요.

 

2023. 5. 김문보

  © 프레스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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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걸재 : 어린왕자 목동의 지구행성에서의 고향. 짐을 가득 실은 큰 소가 목에 바를 걸고, 길을 출발하기 직전의 풍수 형국을 갖춘 지형이다.

 

* 굥꽝철이 :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거짓과 사기, 위선이라 거꾸로 보아야 진실이라며 사람들이 굥꽝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좁은 검찰 웅덩이에서 생장한 못돼 먹은 이무기 출신으로 악질사탄의 괴수격이다.

 

* 무비공(無鼻孔) : '콧구멍 없는 소'를 말함. 콧구멍이 없으니 코뚜레를 뀔 수 없어 자유 천지 누비는 소가 된다. 유명한 경허스님을 깨달음으로 이끈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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