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와 소똥구리 고향이야기
마리당 100만원씩 상금까지 걸었건만 섬유질 없는 사료소똥에 살 수가 있나
장맛비가 세찼나, 어디선가 만신창이가 된 장수풍뎅이 암컷이 고향집 앞 목련나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수컷 장수풍뎅이는 멋있는 뿔을 앞머리에 달고 있어 암컷과 구분이 됩니다. 이들의 사촌이 소똥모데기 밑 땅바닥에 구멍 파고 살던 소똥구리입니다. 생김새도 흡사합니다.
우리 어릴 땐 3일 정도 지난 소똥모데기를 딛기기만 하면 어김없이 소똥구리 구멍이 있었습니다. 맑은 계곡물에 돌을 딛기기만 하면 가재가 엉금엉금 하듯 했습니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끄직고 내거나, 구멍이 깊으면 꼬추를 꺼내어 구멍에 대고 오줌 갈기면 어쩔 수 없이 녀석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이들 노리개가 됐던 소똥구리입니다.
소똥구리 찾아 몽골까지?
지금은 씨가 말라 보이지 않습니다. 소들이 사료만 먹고 싸지르니 소똥구리들이 항생제만 있고 섬유질 없는 물똥 같은 소똥에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제주도 마소 방목장에는 아직 소똥구리가 보인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환경부에서 복원해 보겠다며, 발견해서 가져오면 마리당 100만원을 걸었지만 전국에서 한 마리도 못 얻었던 소똥구리입니다. 몽골에서 가져와 복원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우예 진행 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행히 풍뎅이는 나무에 구멍을 파고 살기 때문에 가끔 보이고 있습니다. 고향집에서 만난 장수풍뎅이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한 자 적어봤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몸에 가련하기까지 한 장수풍뎅이입니다.
2023. 7. 김문보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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