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양키! 방문군협정 종료, 미국에 공식 통보한 필리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했던 미군에게 주둔비도 받아냈다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20/02/13 [08:25]

잘 가라 양키! 방문군협정 종료, 미국에 공식 통보한 필리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했던 미군에게 주둔비도 받아냈다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2/13 [08:25]

▲ 필리핀 외무장관은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국방력을 강화해 자주방위를 실현하겠다"며 미국 방문군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필리핀이 11일(현지 시각), 미군이 필리핀 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연합훈련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됐던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한다고 미국에 공식 통보했다. 필리핀 외무장관은 VFA 종료를 공식적으로 미국에 통보했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인 살바도르 파넬로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필리핀이 군사 독립성을 키울 때가 된만큼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국방력을 강화해 자주방위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방문군 협정(VFA)이란 필리핀과 미국사이에 20년 넘게 유지해온 군사협정가운데 하나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 1998년, 미군이 필리핀 정부군을 훈련하고 인도적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하는 미군의 법적인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VFA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 협정을 바탕으로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Balikatan military exercise)” 등을 진행해 왔다. ‘발리카탄’ 훈련의 주요 목적은 국토방위, 해양안보, 군사역량개발, 동반관계 강화 등이다.

 

방문군 협정(VFA)의 효력은 공식 통보후 180일 이후에 자동 소멸된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랜 기간 필리핀의 동맹관계였던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러시아와 더욱 친교를 도모하겠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고 2016년 취임후에는 실제 친중 반미노선의 외교정책을 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필리핀을 줄에 묶인 개 취급을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는가 하면, 앞으로 미국과의 정례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건 어렵다는 등 필리핀 내에서의 미군의 미래향방에 대해 여러가지 소신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방문초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필리핀 로널드 델라로사 상원의원의 비자발급을 취소하자 VFA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델라로사 의원은 필리핀 경찰청장 출신으로 수천명의 마약거래 용의자들이 재판없이 처형된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에 연관된 인사이다.

 

한편 미국과 필리핀간에는 VFA를 포함하여 3개의 군사관련 협정이 존재한다. 1951년 양국이 맺은 상호방위조약, 2014년에 체결한 방위력증강협력협정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1947년 3월 14일의 군사기지협정을 통해, 필리핀은 자국내 군사기지를 99년간 무상 사용할 수 권리를 미국에 부여했었다. 99년간이면 2046년까지다. 이 협정대로라면, 아직도 필리핀은 자국 땅을 미군에 무상대여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협정을 개정해 기지사용을 무상에서 유상으로 돌리고 1976년부터 미군이 철수한 1992년 전까지 주둔비용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군 기지 사용료를 받은 바 있다.

 

그 뒤 1986년 필리핀 시민혁명 뒤에 증폭된 반미운동의 결과로 미군은 1992년 필리핀에서 철수했다가, 1999년 방문군 협정을 통해 최장 14일간 합동군사훈련을 목적으로 필리핀에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2014년에 방위협약 확대협정을 통해 미군을 재주둔시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종전에 내지도 않았던 소위 '방위비' 분담금을 1991년부터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방위비분담금 요구를 두고 “주한미군철수”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  

 

필리핀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처우가 이렇게 판이한 것은, 정부의 자주성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각성도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정치인들은 미국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미군이 단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다는 본질을 직시했다. 그렇다 보니 미군이 필리핀 땅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엄청난 불합리로 비쳐진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아가 불평등한 미국과의 군사기지협정을 개선해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태평양 방어정책을 통해 미국 본토를 지키고자 하는 미국은 필리핀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필리핀인들을 지켜주기 위해 주둔한다고 기만하고 미군 주둔을 빌미로 금전적 이익까지 얻으려 했다가는 쫓겨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기지 사용료도 내고 군사원조도 하는 방법으로 필리핀 국민들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사실을 필리핀에서만큼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주한미군철수”에의 주장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나오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미군 철수의 교훈을 기억하고 한국시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목소리로 “주한미군 철수”를 외쳐야 할 때이다. 

 

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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