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이스라엘의 언론인 학살을 규탄한다!
: 이삼 압달라 기자를 비롯한 36명의 사망한 언론인들에 애도를 표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킬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되레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며 이스라엘의 만행을 방치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사망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언론인의 명단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은 11월 2일,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며 봉쇄된 가자지구에 공격을 시작한 이후로 1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망자(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9,000명 이상/이스라엘에서 1,400명 이상)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인 사망자 역시 최소 36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인 희생은 팔레스타인 31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인 1명이라고 합니다. CPJ는 이 밖에도 이번 전쟁으로 언론인 8명이 부상당했을 뿐 아니라, 9명이 실종되거나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이 발생한 곳은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에서는 기자가 보도 하던 중 인근 건물이 파괴되는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CNN 기자 역시 가자지구의 소식을 전하는 도중 폭발음이 들려 엎드리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종종 폭발음이 들려왔고, 공습경보가 울리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JTBC 취재진의 카메라에는 로켓포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전쟁이 벌어진 현장에서는 언론인을 비롯한,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언론인들의 직업의식은 존경받아야 마땅합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 학살입니다. 이스라엘 군은 취재 중인 언론인을 조준해 포탄을 쏴 외신 기자를 살해했습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비극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백한 살해 사건으로 기록돼야 합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접경지대에 포탄이 떨어지며 취재 중이던 로이터 소속 이삼 압달라 기자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프랑스 뉴스통신사 아에프페(AFP) 크리스티나 아시 특파원 또한 크게 다쳤습니다. 현장에는 이들을 포함해 6명의 기자가 취재 중이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사건은 이스라엘군의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탄도 미사일 전문가한테 의뢰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당시 취재진은 ‘Press’라고 쓰인 헬멧과 방탄용 조끼를 착용한 채 시야가 트인 언덕에서 1시간 넘게 취재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인근에 취재용 차량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에 오인 가능성이 적다는 게 RSF의 설명입니다.
이스라엘이 언론인을 저격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알자지라 소속 아부 아클레 기자(미국국적)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취재하던 중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 함께 취재하던 언론인을 포함한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기자를 조준 사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명백한 민간인 학살입니다.
이스라엘의 강제 점령과 가자지구 봉쇄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어둡기만 합니다. 국제정세는 물론 언론환경 또한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전쟁의 참상을 취재하던 언론인들마저 사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의 절박한 목소리는 누구를 통해 전 세계 민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스라엘의 언론인 공격은 전쟁범죄인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행위입니다.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고, 이스라엘이 저지른 학살을 가리려는 만행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인들이 이번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들 언론인들은 전쟁의 참상을 시청자와 독자들한테 전하기 위해 오늘도 싸이렌 소리에 자세를 낮추고 방공호에 몸을 숨기며 취재를 벌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뉴스를 보며 하루빨리 이스라엘의 폭격이 중단되길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지속 가능한 평화가 도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이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그렇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민중들의 직접적인 감시가 닿지 않는 곳, 그곳에서 팔레스타인과 세상을 연결시켜줄 마지막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연대는 취재하는 언론인을 향해 포탄을 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합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누비다 희생한 언론인과 가족들에 애도와 위로를 보냅니다. 이스라엘은 언론인 공격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정의를!
11월 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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