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동관의 사의표명, 끝까지 비겁하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탄핵의 갈림길에 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자신이 그동안 벌였던 행태에 혹독한 평가를 받기보다 도망가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는 끝까지 비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에는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상태였고, 오늘(1일) 표결을 앞둔 상태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임명 때부터 논란이 됐던 이 위원장은 100일의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방통위를 떠나게 됐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명 이전부터 부적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내며 언론 통제의 선봉에 있었던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런 이동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특보직을 수행하며 권력과 밀착돼 있었다. 독립성이 중요한 방통위원회의 장으로써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방송과 통신에 관한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중차대한 이때 방통위원장에 이동관을 지명했다. 당시 인사가 가졌던 의미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언론 통제의 임무를 완수하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동관 위원장은 임명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에 앞장서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이 받아서 증폭시키고 있다”며 ‘원스트라이트 아웃제’를 운운했다. 그리고 짧은 기간, 정부 코드에 맞춰 언론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KBS 사장에 본인한테 “형”이라 부르는 박민 문화일보 전 논설위원을 앉혔다. 현재 KBS는 어떤가. 편집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뉴스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가짜뉴스심의센터라는 위법한 기구를 설치해 법적 근거도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심의하는 등 언론 통제에 앞장서고 있다. 그 중심에 이동관 위원장이 있다.
이동관 위원장의 입에서 아직 어떠한 사퇴의 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 모든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안타까운 건, 그가 반성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라, ‘도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결코 방통위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최근 보수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만두더라도 제2의,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말해주는 건 다른 말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는 계속될 거란 얘기다. 오늘 임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거부권이 그를 말해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모든 형태의 언론통제 시도는 결코 성공한 적이 없다.
12월 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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