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시론> '인간 노무현' 왜 이리 그립고 보고 싶은지요

.내가 만난 노무현-추모주기를 보내며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5/24 [12:22]

 

 

권대섭/ 본사대기자 

 

 
언젠가 종로 3가 단성사 옆골목 참치회집에서 노무현과 식사겸 술한잔 곁들인 적이 있다. 그때 노무현은 현역의원이 아니었고 정치1번지 종로로 진출하기 위해 종로3가 대로변에 '해마루'라
는 초라한 간판을 건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던 때였다.
 
그날 저녁 나는 무명 기자의 신분으로 80년대 청문회 스타를 만나 한잔 한다는 설레임으로 단단한 기대감에 젖어 나갔다. 노무현은 그날 서갑원 홍성일 안희정 등 보좌진과 함께 나왔다.
 
사각형 앉은뱅이 판을 가운데로 일행들이 자리를 잡은지 조금 후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음식점으로 들어왔다. 아주머니들은 선뜻 노무현을 알아보고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 노무현이네. 노무현이 맞제?"
"응. 맞는 것 같애. 노무현이다.."
 
아주머니들이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소리가 우리 일행들 귀에 다 들렸다. 노무현 자신에게도 물론 다 들리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노무현은 아무 반응도 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보좌진들도
별 반응이 없었다. 내가 건너편에서 조언을 드렸다.
 
"의원님. 저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제서야 노무현은 살짝 몸을 움직이며 아주머니들을 향해 "안녕하세요"하고 한번 꾸벅하고는 제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보통의 대중 정치인들은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악수도 건네고 할 법 한데 이때의 노무현에겐 그런 세련미나 정치인다운 쇼맨쉽이 없었다.
 
나는 그런 노무현을 보며 사람이 참 순박하고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아는 체 하는 아주머니들 앞에 쑥스러워하고 쭈굴스러워하던 특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노무현은 그만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꾸밈이 없었다. 얼마후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되고도 그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수줍음타는 듯한 모습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유지됐던 것 같다. 
 
그런 노무현이 자기를 당선시켜준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낙선할 줄 알면서도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떠날 때 역시 깊은 인상을 내게 남겼다. 종로구민들과 구청강당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에서 만난 그는 "권기자 미안해요" 하며 내 손을 잡아주는데, 그렇게 소탈할 수가 없었다.
 
 
소탈 청렴미 정의감 넘치던 사람
 
노무현은 참으로 소탈했고, 청렴했고 인간미가 넘쳤다.그러면서 정의감도 분명했다. 수줍음타며 쑥스러워하는 듯한 그를 안다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역대 대통령들 중 그만큼 대중들과 많은 개인적 친분성을 보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중들 중에 박정희를 안다, 전두환을 안다, 김영삼 김대중을 안다, 또는 이명박 박근혜를 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노무현을 안다거나 노무현과 술한잔 했다는 사람들은 참 많았다. 노무현은 참으로 우리들 중에 뽑아진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아마 다시는 그같은 대통령을 우리는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음식점에서 자기를 아는 체 하는 아주머니들께 쑥스럽게 인사하던 그의 수줍음과 순박성이 오히려 대중들께 소탈함과 친근감으로 다가섰는지 모르겠다. 스타 노무현, 거물 노무현, 또는 정의의 투사보다 인간 노무현으로 말이다.
 
어려운 시절 그의 보좌진들은 서울 청진동에서 '불알친구들'이라는 찻집을 운영하며 용돈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그런 노무현이 무슨 '논두렁 시계' 어쩌니 하며 뇌물수수사건으로 몸을 던졌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검은 우파들의 추잡함과 조작성은 더 드러날 것이다. 
 
그의 서거후 조계사 법당앞에 마련된 빈소에 걸려있던 한없이 슬픈 듯 우수에 잠긴 노무현의 눈빛 영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영정을 바라보며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길게 줄지어 꽃 한송이씩 들고 있던 시민들의 한없이 애잔한 행렬들도 잊을 수가 없다.
 
신록이 푸르러가던 그 해 5월...여느 5월이나 다름없던 그날, 불시에 접한 서거소식에 받은 충격감이 새삼스러운데, 그에 대한 그리움도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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