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기만과 적대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공정’을 국정 운영의 핵심어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집권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정부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자유와 공정’이 기만과 적대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의도적인 언어의 오용을 통해 ‘자유와 공정’이 정권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라 언급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고등학생의 풍자적 표현에 경고를 내린 이른바 ‘윤석열차’ 사건과 방미 중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행위 등에서 보듯 그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선택적인 자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정’도 마찬가지다.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달리 대통령 부인과 그 친인척에 대한 수사의 부진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권력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사유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사용자단체에 대한 국가지원금이 노동조합에 지원된 금액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상황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일방적인 적대는 이들이 그나마 걸치고 있던 공정의 외관마저도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증하고 있다.
이러한 기만과 적대의 정치는 문화예술분야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현정부 문화예술분야 국정과제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이다. 그런데 실제는 어떠한가. 문학분야의 유일한 공적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비롯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위원회들이 예술현장과의 어떠한 소통과정도 없이 임의로 폐지되었다. 게다가 8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위촉과정에서 예술현장의 적격 추천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해명도 없이 문학분야의 위원이 배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따뜻한 동행은커녕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블랙리스트 파동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이에 한국작가회의는 언어를 정련하는 작가들의 자격으로 윤석열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요구한다.
1.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핵심 가치이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것과 함께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정치적 표현에 더욱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라.
2. 국정운영에서 공정의 토대는 공동체의 공동자산인 정치권력의 사유화를 방지하는 데 있다. 정부는 표적수사와 표적감찰을 즉각 중지하고 해당 기관들이 공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라.
3. 문화민주주의는 공동체를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견인하는 가장 주요한 경로이다. 정부는 문화민주주의의 실현과 무너진 민관협치의 복원을 위해 예술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적극 소통하라.
언어의 오용은 언어체계의 오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가치체계를 오염시킨다. 정부는 자유와 공정이라는 개념에 담긴 무거운 의미를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때까지 우리는 언어를 통해 언어의 오용과 맞서려 한다. 이것이 문학의 일이다.
2023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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