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
아침은 새들의 천국, 밤은 별들의 세계 범이 부엉이 눈물 받아먹던 동산
온갖 새들 지저귐에 잠이 깨고 온갖 별들 속삭임에 잠이 들었네
물은 어버이 보현산 암반을 솟아 자을천변 이루었고
자을천은 굽이 굽이 씨줄로 수만년 우리들 젖줄 되었네
나무숲은 사십리 길게 뻗어 자천 운산 오리장 숲으로 남았고
바위 절벽 수려함은 구마리 양각소 절경 만들었네
역사에도 부응하여 백의사 장군바위 권응수 임란대첩 자취 뚜렷하고
옥간정 모고헌 학문전당 선명하니 文과 武를 겸비한 아름다운 고장
사람들은 꿋꿋하여 뚝다리 영천장 활기차고
말들도 씩씩하여 왜적 쫒은 대말좆 이름 높았네
조양각 대청에 올라서니 너른 들판 이수삼산 강과 산 천하명당 고을에
포은 선생 충절이래 면면한 인걸들 단종복위 의리의 이보흠도 있었네
임란때 숱한 영웅 권장군 지휘에 정세아 정대임 정담 정천리
홍천뢰 최문병 신해 권응평 손덕침 김응택 최대기 최진립...
경상좌도 10여고을 4천명 운집하여 창의정용군 깃발 날려 이겼네
일제땐 왕평선생 '황성옛터' 싹틔우고 백신애 신여성 문학도 나왔네
광복후엔 분단반대 10.1항쟁 죽창 황보집 선생패 작대기 들고 싸웠네
아하~! 설날 저녁 내고향 노닐다가 한 걸음에 이 생각, 두 걸음에 일만 감회
옛사람 읊은 노래 틀린 게 하나 없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 없어
정다운 친구와 마신 술만 삼백 잔 귀경길 눈발 길에 다시 솟는 고향아~
2017. 1. 29. 정유년 설쇤 귀경길에 김문보 ------------------------------------------------
*어버이 보현산 : 고향의 만물을 키워 낸 우리들 삶의 요람이자 '정신적 귀의처'란 뜻.
*자을천 : 보현산서 발원하여 자천 오동 내지중리 구마리 삼창 대천 사천을 거쳐 영천에 이르는 금호강 지류를 '자을천'이라 했다. '자애로운 강'(자천) 이란 뜻이다. 일명 '고현천'이라고도 한다.
*오리장 숲 : 오리를 뻗은 자천 숲. 1959년 사라호 태풍 이전엔 운산 월지 중리 바걸강 구마리 학지 대천 사천 도림 거쳐 영천까지 40리 내내 강따라 버드나무 숲이 이어져 장관을 이루었다고 함.
*백의사 : 임진란 전국 최초 빼앗긴 성을 탈환한 영천 복성전투를 주도 했던 권응수 장군의 초기 의병부대 백여명 의사를 향사지내는 사당.
*장군바위 : 권응수 의병부대가 영천전투를 치르기 약 석달 전인 5월 6일, 한천에서 왜적을 격파한 뒤 큰 바위에 갑옷을 걸친 장군상을 그려 넣었다. 삼창 붕어듬 임계정 정자 뒤에 이 바위가 남아있다. 옛날부터 장군바위라 불렀다.
한천전투는 임란 경상좌도 의병 전쟁의 발화점으로, 이로 인해 권응수는 그해 7월 경상좌도 의병대장이 되어 영천복성 전투를 지휘한다.
*옥간정, 모고헌 : 임란 백여년 후 우리 고향에서 학문을 크게 진작시킨 훈수 정만양, 지수 정규양 형제분이 학문을 강론하며 후학 양성에 나섰던 정자. 정각 입구 횡계에 있다. 경상좌도내 선비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훈수 지수 형제분을 통칭 '양수 선생'이라 칭하는데, 임란때 영천에서 의병을 일으킨 호수공 정세아 선생의 고손자 분들이다.
*구마리 : '말을 달리던 동네'라는 뜻. 의병들의 훈련터였다.
*양각소 : 대천앞 앙강수 덤을 말한다. 삼국시대 이전 영천 골벌국 시대 성터가 남아 있다. 임란 때 이곳에서도 의병들이 훈련 했다. 천길 낭떠러지 절벽 아래 용이 사는 깊은 물이 흐르고 있다.
*뚝다리 : 어릴 때 우리 엄마께서 나를 주워 왔다는 영천 뚝다리 밑으로 유명하다. 영천 대말좆이 아버지라면, 영천 뚝다리는 내 어머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수삼산 : 영천을 이수삼산의 고장이라 함. 이수는 기룡산 아래 자양을 거쳐 영천시내 남천을 이루는 자호천과 보현산에서 발원하여 시내 북천을 이루는 자을천(고현천)을 말한다.
삼산은 진산인 보현산, 주산인 마현산, 안산인 작산을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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