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청 작가, 자주통일문학의 창(窓) 7호 「눈」
「눈」 - 김상오 -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아득한 허공에서, 먼 곳에서 푸근한 겨울 저녘, 불 밝은 평양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그지없이 깨끗하고 하얀 것 햇솜처럼 부드럽고 정다운 것 눈이 내린다, 온 하늘 가득히 고요히 고요히 소리도 없이...
팔랑 춤추며 횟돌 맴돌며 앞을 다투며 인사를 하며 내린다 억천만의 흰 꽃잎 날아온다 억만 쌍의 흰나비 떼...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수도의 밤하늘에 둥근 지붕에 불빛 밝은 포도 우에 가로등 우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어깨 우에도
기중기의 팔뚝 우에 블로크 우에 비계를 내리는 미장공의 흙손 우에 그리고 새로 든 아파트의 밝은 창문에 사뿐히 내려앉아 들여다본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하늘 가득 날아온다 흰나비 떼 흰 꽃잎...
누구뇨, 눈을 가리켜 한갓 하늘에서 언 물이라 함은 이는 축복이여라 번영하는 이 땅에 하늘이 뿌리는 기쁨이여라
눈 덮힌 백두산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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