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마약수사 인원 대거투입’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11월 29일 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에 경력 총 137명을 배치했고, 그중 약 40%가 형사 부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교통·통행 관리가 주 업무가 되었어야 함에도 오히려 마약사범 등 수사에만 쏠림이 가중되었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정부는 압사 참사 후 ‘마약 연루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이를 입증할 부검까지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어, 사건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인 12월 4일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유가족에게 희생자 시신의 부검을 제안한 사례가 최소 18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장 유류품에 대해 마약 검사를 의뢰했고, 검사 결과 모든 유류품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확인됐다.
특히 유가족들은 부검 의사를 제안을 받으면서 ‘왜 부검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변사사건 처리규칙’은 집단 변사·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경우,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부검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수사상 부검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가족에게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희생자들의 사망 원인이 ‘압사’임이 명백하고, 생존자·목격자가 다수 있는데도 마약 등 범죄와 연관 지어 유가족에게 부검 의사를 타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응당 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마약문제와는 명백히 무관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어떤 정치적 책략과는 별도로 하더라도 한국이 이미 마약청정국은 ‘절대 아니다’는 확신만큼은 강하게 심어준 것은 확실하여 보인다.
● 마약 청정국 ‘한국 기준 1만 명 이하’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에서 민간 사업가가 한국 출신 마약왕 조봉행을 검거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6부작 드라마다.
마약은 더 이상 먼 나라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단언할 근거는 단 하나도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2016년에 이미 유엔이 정한 마약 청정국 기준을 벗어났고 지금은 ‘마약 신흥국’이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 마약 청정국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5,000만 명 기준 1만 명) 이하인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연간 마약사범이 1만 명을 이미 초과했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마약류 사범은 IMF 금융위기 당시인 1999~2002년에 4년 연속 1만 명을 상회하다 2000년대 초반 강력한 단속으로 2014년까지 2009년을 제외하고는 1만 명 이하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매년 만 명 이상 적발되는 상황이다. 실제 남용자는 1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마약류 사범은 1만 6천 명이 넘었다. 이와 관련 최근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이 2t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9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은 2천264㎏으로 집계됐다.
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9월 20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2016년 대비 2021년 마약밀수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마약밀수 단속실적이 3배 가까이 급증하였고 ‘특송화물·국제우편’ 마약밀수의 단속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대 ‘전체 연령대 중 1위’
20대들의 마약범죄가 산불처럼 맹렬히 확산하는 추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비중 높아지고 있으며, 마약 구매와 투약 방법은 교묘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마약의 ‘늪’에 빠지게 했을까.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1만2209명이다. 이 중 20대가 3211명(26.3%)으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2021년 우리나라 마약사범 16,153명 가운데 20대 이하는 5,527명으로 30%가 넘는 비율을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마약사범 중 20대 이하가 전체의 35%, 30대 이하까지 포함하면 60%가 젊은 층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마약 거래 방식이 젊은 세대 마약사범 증가에 높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SNS나 가상화폐 등을 다루는데 능숙한 세대이기에 전보다 쉽고 은밀하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필로폰 1회 투약분이 약 3만 5천 원 정도로 너무 저렴한 수준이다 보니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게 만들고 있다.
국내 마약사범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국제 마약 조직을 통한 밀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2021년 압수된 마약류만 시가로 1조 8,400억 원이다. 드러나지 않은 마약범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 ‘재활과 실질적인 교육’ 병행해야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뇌 전반에 걸친 손상을 일으켜 치매 등으로 이어지며, 단 한 번의 사용으로도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교란시키며 엄청난 해악을 끼칠 것임이 자명하다.
마약류에 일단 중독되면 본인의 의지나 결심만으로는 끊기가 매우 어렵다. 마약사범의 재범률이 35%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으니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마약 근절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사범이 폭증 추세이지만 마약 중독 전담 치료병원 21곳 가운데 19곳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마약에 빠진 초기 중독자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상실하지 않도록 전문 치료인력 및 관련 예산 확충에 한층 경각심을 갖아야 한다. 서둘러서 마약류 중독자 치료프로그램 개편, 재활교육 전문인력 양성 등 입체적 대책을 전방위로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미연에 학교 등에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와 실질적인 교육 역시 병행돼야 한다.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밀반입 되고 있는 만큼, 관세청 등 국내 마약류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외국 수사기관과의 국제공조 강화로 마약류 유통을 근절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임시마약류 지정을 통해 신종 유사 마약류 반입·유통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처럼 국내에서도 마약 관련 수사와 첩보 등을 총괄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려야 한다.
마약 관련 정보는 식약처, 관세청, 국정원, 해양경찰청, 경찰 등에 흩어져 있어 신속하고 일관된 총괄정보를 취합하기 어렵다. 기관별 정보를 통합하면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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