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섯 살이었다
류계선(재일동포, 시인)
그날 그때 나는 다섯 살의 소녀였다 세월은 흘러 흘러 일흔 해도 더 넘건만 해방의 큰 기쁨 뇌에 박혀있다
온 동네에 울려 터지는 만세소리 둥-둥 북 소리 꽹과리 소리 꽹-꽹 얼싸안고 눈물 흘리시던 할아버지들 어깨춤 웃음꽃 바다 이룬 할머니들
오빠 언니들의 환호성 소리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런데도 어이하여 어이하여 암운은 드리웠는가 환희는 분노로 원한으로
선인의 탈을 쓰고 침략의 구두발로 짓밟았지 조선을 삼키었지 갖은 만행 다했지 악질 한 도적놈이 강도 놈이
삼천리 금수강산 피바다로 물들고 우리 민족에 온갖 고통 들씌웠지 사랑하는 조국을 짤라 놓았지 귀한 고향 땅에 팔짱 끼고 들어앉았지
이젠 우리는 용서치 않다 새들도 짐승도 자유로이 오간다 조선은 우리 것 우리 것이다 네놈들 집이 아니란다
어서 돌아가라 벼락맞기전에 썩 물러가라 군사연습 그만둬 살인 무기 몽땅 거두고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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