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교 시인, 『하루에도 몇 번씩 썼다 지우는』 명상산문집 출간
생활문화 공간 ‘시인보호구역’ 정훈교 작가 네 번째 출판물 『하루에도 몇 번씩 썼다 지우는,』 명상산문집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오묘한 명상의 바닷물 속으로 돌고래처럼 빠져든다. 첫 산문집은 ‘외로움, 쓸쓸함, 긍정과 부정, 역사, 문화, 인문학을 통한 작가의 삶으로 세상의 만남을 그렸다. 특히 국민가수 박창근 이솔로몬, 야구선수 구자욱’ 등 산문은“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했듯이 인간사랑을 중심에 둔 글들이 눈길을 끈다.
[국민뉴스=문해청 기자] 생활문화 공간 ‘시인보호구역’ 대표시인 정훈교는 2010년 계간문예지 ≪사람의문학≫ 등단 후 지금까지 척박한 대구지역 풍토에 굳건히 맞서며 지역생활문화 청년활동가로 있다. 정 시인은 『또 하나의 입술』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개인시집 및 『당신의 감성일기』 시에세이집을 출간 후 지난 가을 『하루에도 몇 번씩 썼다 지우는』 명상산문집을 출간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먼저 정훈교 시인의 『하루에도 몇 번씩 썼다 지우는,』 명상산문집은 총 3부로 40편의 산문으로 그려져 있다. 시인은 첫 시집처럼 ‘당신’을 화두로 대상의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 특히 2부 「민들레 홀씨처럼 아무 곳으로 떠나는 중이다」(P124-P136) 인터뷰(문화분권 기획인터뷰 4호, 2019년)했던 내용을 보면 경북 영주에서 강원 영월로 옮겨 다니며 힘겹게 보냈지만 소년시절 맑게 자라며 자연과 세상과 벗으로 광산 발파공 아버지를 자화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 인간의 내면을 찾아가며 명상한 글이 녹아있다.
1부는 ‘바람벽에 바람이 머무는 밤 ː 문학 그리고 작품세계’라는 주제로 시인들의 작품 평 및 시집 해설을 주로 다루고 있다.
2부는 ‘임중이도원 任重而道遠 ː 문학 생태계 그리고 문화’라는 주제로 작가가 시인으로서, 또 시인보호구역 대표로서 당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문학과 지역문화생태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임중이도원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야기로 증자가 말한 ‘사불가이불홍의, 임중이도원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로 “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지 않으면 안 되나니,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다.
3부에는 ‘나는 2016년생예요 ː 일상 속 동네in문학’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최근에 겪은 일상의 이야기와 인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작가 소개❚
작가 소개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을 바라보는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별과 달을 자주 본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시골, 산골, 도회지로 그 터를 옮기며 서정과 모더니즘의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다. 지금 흔적은 그때 당시 흔적이다.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10여 년 직장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문예술공동체 <시인보호구역>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인보호구역>은 2022 NAVER 로컬브랜드리뷰에 선정되었다. ❚서평❚
출판사 서평
“우리 모두는 중앙인 동시에 지역입니다.”
그의 신념이자 화두가 된, 시인보호구역!! 시인이자 문화기획자, 문화활동가, 시인보호구역 대표 정훈교의 첫 번째 명상산문집
시인 정훈교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춘식은 그의 ‘당신’에 대해 “‘당신’과 ‘붉음’은 그 경계의 지점에 존재하는 정서이고 대상이다. 당신이라는 호명은 이 세계의 모든 현상 이전의 ‘현상’을 암시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붉음’이라는 정서를 통해 구체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시 속에 나타난다. 이 호명은 본질과 현상을 가로지르는 기록 혹은 관찰을 시도하는 시인의 정신적 특징을 함축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인은 ‘당신’을 늘 갈구하지만, 동시에 혼자이고 싶어 한다.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 그리고 이번 산문집 또한 철저히 혼자가 되는 과정의 연장선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변방의 작가를 자처하는 혼자된 시인, 끊임없이 자신을 지우고 비우는 변방의 작가
문학평론가 문종필은 시인 정훈교의 당신을 “당신들을 지우려고 애쓰지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당신은 흩어지지 않는다. 한 계절이 흐르고 흘러도 당신은 여전히 내 곁에서 살아 숨 쉰다.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서 아픔과 상처가 잊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각은 죽을 때까지 우리들의 발목을 세게 움켜잡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인 허연은 시인 정훈교의 두 번째 시집에서 “눈을 떠보면 어느새 묘한 지점에 와 있었다. 정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건, 물결을 따라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흘러가는 일과 흡사하다. 넓게 퍼져있는 슬픔, 숨쉬 듯 내뱉는 독백, 태생적으로 몸에 장착된 듯한 외로움, 유리 조각 같은 삶의 액면들. 이런 것들이 아주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의 서정에 올라타 그만의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일은 따뜻하고 충만하다. 정훈교의 서정은 끝없는 물결이다. 읽는 내내 그를 따라 떠내려갔다.”고 평한 바 있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말
가을이다. 청춘의 계절을 지나 황혼으로 접어드는 나무가 있다고 치자. 사람이나 나무나 모두 나무라고 불러도 좋다. 모든 게 잘 보이는 때, 그것은 바로 죽음을 눈앞에 둔 때가 아닐까 싶다. 뿌리마저 위태로워 몸 하나도 지탱하지 못하는 때, 아기를 낳은 몸도, 생계를 책임졌던 무게도 종국에는 모두 허물어지거나 내려놓아야 한다. 묵묵히 계절을 이겨내고 겨우 밑둥치 하나 남아, 마지막 생을 담담히 보내는 때.
당신은 지금 이 별에 계시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백열등처럼 자주 깜빡이시더니 끝내는 푸른 별이 되셨다. 추억이 침엽수림처럼 뾰족뾰족하다. 문장이 지워졌고, 사람이 지워졌고, 시간이 지워졌다. 그리하여 홀로 잠긴다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당신은 오늘도 여전히 붉은 계절을 지나고 있다. 물론 내일도 여전히 그럴 테지만. 그래서, 더더욱
우리, 이제는 지나온 일보다, 지나갈 일을 더 깊이 생각하기로 해요. 2022 시월愛, 정훈교 그리다
❚책 속의 알맹이로 명상하기❚
책 속의 알맹이로 명상하기
“사막 한가운데에서의 生은 ‘시퍼렇게 설익은 혈관 가지들이 뻗쳐있’는 생경하면서도 펄펄 살아 움직이는 ‘모래바람’ 같은 것이다. 「해부」라는 시에서도 ‘지하실 문이 열릴 때마다 산목숨들이 죽어나가는 걸 나는 막지못했다’와 같이 죽음 이면의 수동성을 능동성으로 살아 숨 쉬게 했다.” - p15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긍정을 말하는,」 중에서
“나해철의 시는 서정적 시어 ‘흙집’, ‘둥근달’, ‘삼경’, ‘무덤’, ‘그믐’을 사용함으로써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서방’, ‘모래사막’, ‘이정표’, ‘사막늑대’ 등의 시어로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여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可讀性과 심상心像을 놓치지 않는 완벽함이 있다. 시 「달의 울다」의 시적 분위기는 흡사 백석의 시 「힌 밤」과도 통한다.” - p30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긍정을 말하는,」 중에서
“안테바신처럼 어떤 경계를 넘어서면 무가 되고 넘지 않으면 유가 되는 그런 세계. 어떻게 보면 카오스Chaos의 세계이고 또 어떻게 보면 질서정연한 세계가 나란히 공존하는 지점, 시인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스스로 화두話頭를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무기질 바람, 유기질 사랑」 시도 그렇고, 위 「사랑은 경계에 서서」도 그렇다. 마치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사랑의 본질은 흐려지는 것처럼, 모호한 경계는 결국 선명함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 p44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긍정을 말하는,」 중에서
“내가 아는 한 모든 음시는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고 죽고를 수천 년 동안 반복한다. 한 사람의 언어는 그를 관통하기도 하고, 시대를 관통하기도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전부이기도 하고, 또한 그 전부는 켜켜이 쌓인 시간과 삶의 무게를 담고 있다. 또한 그 말과 언어는 수천 년 동안 위에서 아래로 전해지며 진화하기도 하고 멸종되기도 한다. 시인의 수학적 기호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 자체는 난해한 수학 공식이나 기호를 닮았다.” - p66 「늙은 게 부부가 죽은 새끼의 빈집을 밀며 이사가는 달밤」 중에서
“나는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텍스트로 대변되는 문학은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문학을 만나는 방식, 특히 시를 만나는 일은 번거롭고 어렵다. 시는 공들여 읽거나 필사를 할 경우에는 좀 더 깊이 가슴을 파고든다. 3분 카레처럼 금방 물만 끓인다고 결과물을 쉬이 만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시 속에 숨겨진 여러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사고의 유연함과 지식의 깊이도 필요하다.” - p72 「시를 만나는 새로운 방식」 중에서
“어떻게 하다가 시인은 구경해야 할 정도로 희귀한 종족(?)이 되었을까.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시인의 잘못일까, 시민의 잘못일까. 또 얼마 있지 않아, 젊은 남성 한 분이 오셨다. 요즘 시가 너무 어렵다며, SNS에서 활동하는 ‘SNS 시인’ 하상욱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 p84 「질문에 답하기 참 민망한 순간이 되고 말았다」 중에서
“약간 빗나가자면, 대한민국호의 표준말 정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다양한 층위가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서울이 된 것인데, 보시다시피 표준어의 정의는 얼마나 권위적이며 폭력적인가. 서울 사람 절반 이상은 타지에서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 p89 「우리 모두는 지역인 동시에 중앙이다」 중에서
“이 거리에 예술가가 있고 김광석이 있고 노래가 있어 사람들이 붐비는 것인데, 예술가가 없어지고 나면 거리는 먹자골목의 탈을 쓰고 저급상업화의 길로 접어들 것은 자명한 일. 이후 풍경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마지막에는 망가진 문화만 남고, 외부자본과 상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황폐한 골목 그리고 상처받은 주민만 남을 것이다. 예술가들도 더 이상 찾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될 것이다.”
- p105 「김광석 벽화거리」 중에서
“시인보호구역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청소년독서문화캠프에 경상권 대표 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대구와 경북, 두 곳에서 진행했는데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책을 읽는 전형적인 독서캠프가 아니라 문학작품이 뮤지컬로 변신하고 문학작품이 사진·연극·만화·동화 등으로 재탄생되는, 책 없는 독서캠프였다.”
- p108 「도시가 젊어지기 위해」 중에서
“시인보호구역은 문화예술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기 보다는 문화예술 운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퇴직금과 적금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허공이 되었고, 만기가 남은 여러 보험도 모두 해약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사직서를 낼 당시의 마음을 떠올린다. 이는 설립 취지에 그대로 녹아있다.” - p110 「참으로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중에서
“시인보호구역은 대구 최초이자 지역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에 따라 생활문화시설로 인정을 받았다. 물론 여전히 지자체 그 어느 곳도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이런 정책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대구는 생활문화시설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어떠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 p122 「책이 있는 삶」 중에서
“저희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지으셨던 것 같고,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고향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2학년 올라갈 무렵,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례리로 이사를 갔고요. 영화배우 신하균 씨가 출연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 씨의 주소가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례리 산 1-35번지였는데, 아마 인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 p125 「민들레 홀씨처럼 아무 곳으로 떠나는 중이다」 중에서
“대한민국의 문화는 모든 지역을 통틀어 한데 어우러졌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날 것입니다. 지역문화의 가치는 그 지역만의 고유성을 가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서울 문화에 종속 아닌 종속이 된다면,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은 점점 옅어질 것입니다. 지역 스스로 당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 스스로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대형 프로젝트나 기획을 할 때, 타지역 인사를 초빙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인재가 없다면 육성하고 양성해야지요. 지역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딛고 있는 지역민 스스로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 p134 「민들레 홀씨처럼 아무 곳으로 떠나는 중이다」 중에서
“무튼 이제는 좀 힘이 듭니다. 쉬고 싶기도 하고요.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네요. 갚아야 할 빚도 많고요. 지난 7월 말에는 문득 ‘자살하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이때 나름의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후회는 없습니다. 올해 말까지만 공간을 운영하고 문은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과 이렇다 할 외식도 한 번 못했네요. 몇 년째 휴가도 없었고요.” - p143 「슬프지만, 시인보호구역 안녕!」 중에서
“결국 시골로 돌아왔다. 몇 해 전 25년 만에 그 산골을 찾아갔었는데, 마을의 흔적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은 시베리아 고드름처럼 침엽수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까만 탄 길은 풀로 무성했다. 수십 년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그곳은 이미 폐허였다. 경북 영주, 시골 고향은 ‘모래가 흐는 강, 내성천’이 유유히 흐르고, 가뭄에도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저수지가 있었다.” - p149 「홀로 잠긴다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중에서
“언어에도 생성과 소멸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생성은, 분명 언어파괴로 태어난 말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얼을 담는 말의 본질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방송을 보다가 문득, 몇 자 적는다. 우리말이 소멸에 들지 않도록 모두가 부단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 p152 「이제 말은 영원히 가난하지 않고」 중에서
“떨어지는 짧은 그 순간에 내 입가엔 환한 웃음이 번졌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다는 게 기뻐서였다. 품에 그녀를 꼭 안고 내 등으로 바닥을 품으면 될 일. (그녀가 다치지 않게) 비록 나의 모오든 뼈와 살은 생명을 잃겠지만, 꿈속에서도 기뻤던 것이다. (그리고 흰 새벽 깨어 보니 봄비다)”
- p153 「그녀를 꼭 안고」 중에서
“사르트르는 “작가는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반드시 거부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문득 드는 생각은 ‘작가가 무인도에 홀로 있다면 그것은 제도화인가, 아닌가?’ 혼자만의 사고방식도 이미 그 자체가 제도화 아닌가. 사회집단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제도화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작가(예술가)는 어느 지점에 서 있어야 하는가.” - p161 「예술은 전쟁이다」 중에서
“불행히도 당신은 이때 자리를 비웠다. 아이들 몇이 저녁동안 집 주위를 서성거렸을 뿐, 비정규직이었던 당신은 밤이 이슥해서야 겨우 돌아왔다. 그리고선 그 밤 아이를 품고, 목 놓아 울었다.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온 집은 그 집만이 아니었다. 마을 전체가 비정하고도 몰상식하게 없어졌다. 이건 몰수가 아니라, 토벌에 가까운 끔찍한 변고變故였다.” - p169 「당신의 집을 허무는 일」 중에서
“돌이켜 보니 이 분들 외에도 많은 분들이 시인보호구역을 다녀가셨네요. 새삼 인연의 귀함을 되새기는 봄날이고 센치해지는 봄날입니다. 시인보호구역은 앞으로도 지역문화와 문학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고, 공간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 시인보호구역은 오늘도 숨을 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환하게 뵙겠습니다.”
- p187 「인연 ː국민가수 박창근 이솔로몬, 야구선수 구자욱」 중에서
❚목차❚
목차
제1부 바람벽에 바람이 머무는 밤 ː 문학 그리고 작품세계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긍정을 말하는, 하염없이 낮은 온통 울음인 당신의 몸을 지나왔다,라고 그대, 아직도 안녕하신가 5번 국도 늙은 게 부부가 죽은 새끼의 빈집을 밀며 이사가는 달밤
제2부 임중이도원 任重而道遠 ː 문학 생태계 그리고 문화
당신의 품격 시를 만나는 새로운 방식 공무원께 올리는 지부상소 청년대구를 표방하는, 시장께 올리는 지부상소 질문에 답하기 참 민망한 순간이 되고 말았다 페이스북으로 본, 우리 모두는 지역인 동시에 중앙이다 지역 문학, 그리고 대구의 젊은 시인들 이런 축제 모두, 원산지는 외국산이다 대명행복문화마을에 대한 기우 착한 권력, 나쁜 권력 김광석 벽화거리 사공이 많은 대구예술발전소 도시가 젊어지기 위해 참으로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조금 더 나아진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책이 있는 삶 민들레 홀씨처럼 아무 곳으로 떠나는 중이다 슬프지만, 시인보호구역 안녕!
제3부 나는 2016년생예요 ː 일상 속 동네in문학
빈방에서 별밤을 그리워하거나 홀로 잠긴다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이제 말은 영원히 가난하지 않고 그녀를 꼭 안고 스물넷의 그녀 미래는 당연히 불투명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예술은 전쟁이다 경찰이 막아서는 겁니다 슬픈 눈으로 마지막 잔을 비웠다 당신의 집을 허무는 일 그래서 아버지 얼굴도 늘 탄빛이었나 봐 안부 ː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인연 ː 국민가수 이솔로몬 인연 ː 국민가수 박창근 이솔로몬, 야구선수 구자욱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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