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 칼럼]
조선일보와 전태일 재단의 공동 기획을 우려한다.
1919년 3월 1일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극악한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 거족적인 만세 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이 평화적인 저항 운동에 대한 조선총독부의 기만책으로 나타난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다.
당시 조선일보 창간 주도 세력인 대정친목회는 친일 실업인의 모임으로 ‘자력으로는 독립은 불가능하니 실력을 길러야한다’는 논리로 일제의 통치 방식을 옹호하였다.
언론사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산업발전과 문화 향상’이라는 조선일보 사시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이 그 증거다.
조선일보는 태생부터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졌다.
특히 1933년 3월에는 일제에 고사포 구입비를 헌납한 광산 갑부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매입하며 반민족 행위는 더욱 노골화된다.
민족 정론지임을 자처하면서도 1937년 신년호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1면에 ‘일왕 부부’ 사진을 게재하거나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리며 충성 맹세를 하던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다.
해방 이후에는 독재에 아부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국민을 이간질하는 일에 혈안이 된 신문이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에 대해서는 혐오를 넘어서 극단적인 왜곡을 일삼아 오던 집단이 조선일보다.
윤석열 정부로부터 부당하게 건폭으로 몰리는 기가 막히는 상황에 저항하고자 2023년 5월 1일에 분신을 결행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사건에 대하여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조선일보는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라는 제하의 기사로 노조원들이 숨진 양씨의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노동자를 악마화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월간조선은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유서의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정하는 기사로 언론 폭력을 유감없이 저질렀다.
조선일보는 최근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어 놓았다.
시행 1년에 효과가 없었다면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함에도 업주 편에 서서 가당치 않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자, 마치 중소 자영업자조차 당장 큰 피해를 볼 듯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어깃장을 놓은 신문도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창간 이래 고집하고 있는 반노동에 대한 기조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를 산업 발전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4년 3월 5일은 한국 노동 운동사에 층격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조선일보 1면에 ‘12 vs 88, 쪼개진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기사가 등장하여 어리둥절하게 했다.
더구나 전태일 재단과 조선일보가 창간 104주년 공동 기획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첫 번째 기획으로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누구라도 언뜻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대기업만을 위하여 일관되게 취해왔던 입장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전태일 재단이 조선일보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전태일 재단은 이 땅의 노동자를 위해 몸을 불사르신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비정규직·하청노동·플랫폼·프리랜서·청년 등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하는 노조와 공제회 등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며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활동가와 이주노동, 청년노동에 대한 지원도 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태일 재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조선일보가 취해온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반노동자 논조를 지켜보며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노동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기획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동안 편파적으로 보여왔던 반노동적 작태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제 제국주의에 충성을 맹세하고도 사죄하지 않고 아직도 민족을 외면한 채 외세에 아부하고 있는 신문을 믿을 수는 없다.
군사독재 특히 전두환을 칭송하는 등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섰고 지금도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옹호하고 불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용서할 수 없다.
기회있을 때마다 노동자를 악마화하고 노동조합을 불법단체인 것처럼 몰아부치는 조선일보의 정체를 두고 이번 공동 기획의 불순한 의도를 경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하며 온갖 오물로 가득한 쓰레기 봉투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집요하고 극악한 반노동적 행태를 보면서 전태일 재단이 조선일보의 흉악한 노림수에 말려 들지 않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호랑이를 잡으려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거나 노동자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호기 혹은 비장함을 그저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전태일 재단은 상대가 온갖 술수로 가득한 조선일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고 전태일 열사가 꿈꿨던 노동 해방의 세상 실현에 장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전태일 열사 정신 구현의 선봉인 전태일 재단의 최근 행보를 근심스런 마음으로 예의 주시하는 이유이다.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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