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블랙리스트 장관의 소환, 문화 예술의 파탄을 우려한다!
블랙리스트 장관 출신이 다시 장관에 오르려 하고 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한 지 두 달 밖에 안되는 유인촌 문화특보를 문체부 장관 후보에 내정했고 곧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시된다. 우리는 장관 후보 내정 때부터 지명 철회를 요구해 왔으며 문체부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그는 재임 당시 블랙리스트를 만든 원조로 의심받고 있으나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고, 장관 재직 시 무더기 해임 처분한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이 잇달아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는데도 당시의 ‘막장 행정’에 대한 사과도 없다.
블랙리스트 원조 장관의 컴백
그는 블랙리스트 원조다. 우리는 그가 주연으로 펼칠 ‘블랙리스트 시즌 2’라는 시대 퇴행적 연극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본인은 모른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유인촌 장관 재임 시절에 블랙리스트의 싹이 텄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정황이 확실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기획관리비 서관실에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문건은 소위 좌파 문화 세력을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 보고서이며 향후 배제해야 할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도 적시되어 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문체부 장관을 3년 한 실세 장관 모르게 이 같은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되었다고 누가 믿겠는가. 그를 블랙리스트 원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자료에서 확인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은 모두 82명으로, 문화계·배우·영화감독·방송인·가수로 구분해 강성 성향이 69 명, 온건 성향이 13명이라며 국정원이 예술인들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좌파 인사 찍어낸 문체부, 해임 인사들에 줄 패소
블랙리스트와는 별개로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문체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며 강제 물갈이에 시동을 걸었다. 장관의 이런 발언으로 이른바 문화계 ‘좌파 찍어내기’가 각 기관마다 봇물을 이뤘다. 당시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물러난 인사 가운데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학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은 해임 무효 소송을 통해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구체적인 해임 처분 사유를 통지하지 않은 점, 인사관리 규정상 징계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뚜렷한 해임 사유가 없는 채용계약 해지의 문제점 등을 들어 해임 무효를 각각 선고했다. 유인촌 문체부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산하 기관장들을 해임했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인촌 씨는 1991년 방송연예인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20일간의 총파업을 주도할 때는 방송사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신문 인터뷰에서 “이제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몫을 찾고 싶다”며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 이런 연예인들의 불리한 위치를 방송사는 교묘히 이용해 연예인들의 단체행동을 막아왔다. 밉게 보이는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방송사에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사마다 연예인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그 대상이 된 연예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 그가 17년 뒤 장관이 된 후에는 정권에 반기를 드는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인간 유인촌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
그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명하지 않은 채 다시 또 그 자리로 돌아오려는 것은 인간적 비애가 아닌 문화 예술인에 대한 공적인 위협이며, 나아가 건전한 문화 예술을 향유할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결코 그의 장관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권을 비판하면 공산전체주의인가
우리가 문체부 장관 인선과 관련하여 특별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장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 기념사에서는 난데없이 공산전체주의를 소환했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의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민주 사회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시민 예술 문화 사회단체가 마치 공산전체주의의 그늘이나 영향권 아래라도 있는 것처럼 위협에 가까운 표현을 한 것이다. 문화 예술계를 이념에 따라 작동시키려 하거나, 건전한 예술 활동을 ‘선동’이나 ‘공작’이라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런 정권 핵심의 기류 속에서 유인촌 후보자가 만약 문체부 장관이 된다면, 최근 우경화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발언’을 후광삼아 소위 좌파 예술인을 옥죄는 교묘한 정책을 더욱 치열하게 양산하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유인촌, 그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계를 정권의 슬하로 재편하려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예총 소속 예술가들은 지금까지 블랙리스트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유인촌 씨가 장관에 취임할 경우 예술행동 차원에서 퇴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것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대통령은 유인촌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 시대 퇴행 MB 시즌 2 결사 반대한다! 문화계 인사 찍어내기 유인촌은 사퇴하라!
2023년 9월 25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강원민예총 사)경기민예총 사)경남민예총 사)광주민예총 대구민예총 사)대전민예총 사)부산민예총 사)서울민예총 사)세종민예총 사)울산민예총 사)인천민예총 사)전남민예총 사)전북민예총 사)제주민예총 사)충남민예총 사)충북민예총 사)한국민족춤협회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예총풍물굿위원회 한국민예총통일위원회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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