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국회 국정감사, 검찰권력에 대한 정치철학적, 신학적 비판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10/2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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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아리랑=고경하 기자] 평론가 염무웅 교수(영남대 명예)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한 검찰개혁이 아쉬움만 남긴 것과 관련해 이인엽 선생이 쓴 글을 읽을 가치가 있는 귀한 글이라며 추천했다.

 
이어 이 글에 동의한다면 과거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쿠테타에 대해 엄중처벌했어야 옳았다며 당시 최규하 대통령 특명에 의하든 다른 어떤 법률적 절차에 의하든 간에 체포, 구속해 반역죄로 엄중처벌해야 했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지금 검찰청 윤석열 총장을 즉각 해임하고 체포, 구속하여 반역죄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렇게하지 않고 일벌백계 할 때를 놓쳐 버리면 나라에 큰 암종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글의 전문이다.
 
<검찰청 윤석열 총장, 국회 국정감사 태도를 보며 검찰 권력에 대한 정치철학적 신학적 비판> 
 
1년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나왔다. 돌아보면, 검찰개혁이라는 차원에서 정말 지리하고 고통스러운 1년이었다. 윤석열의 말과 태도를 관찰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1.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 권력에 대한 정치철학적 고찰
 
지난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한 것에 대해, 윤석열이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하면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고의적으로 "부하"라는 과장된 표현을 쓰고, 그걸 스스로 부정하면서, 자신이 소위 '꼬붕'처럼 추 장관이 시키는대로 다 따라야 할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 발언에는 단순히 라임 건 수사배제에 대한 불만을 넘어, 윤석열과 검찰의 '자기 인식'이 집약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혼동해 왔지만, 검찰은 사법부 소속이 아니라 행정부 소속이다. 조직상 법무부의 외청이고 당연히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따라서 '부하'라는 군대나 조폭같은 용어가 과장되었을 뿐, 당연히 상하관계, 명령체계는 대통령 - 국무총리 - 법무부 장관 - 검찰총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왜 '부하' 운운 했을까? 여기에는 검찰 조직이 스스로를 행정부의 외청이 아닌 '준사법기관'이라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검찰과 법원이 기소와 판결로 동등하게 사법부의 양 축을 이루며, 검찰은 행정부의 하부기관이 아니라는 의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비판한 바 있다. 
 
이미 검찰은 엄청난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고, 정치화 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적 통제가 없다면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거라는 지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검찰 독립'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쓰는데, 그것은 사법부에만 써야 할 말이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검찰 중립'은 맞지만 검찰이 행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듯 한, '검찰 독립'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검찰과 사법부를 갈라 놓은 데는, 상호 견제의 의미도 존재한다. 
 
쉬운 비유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만일 어떤 군 장성이 "나는 국방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한다면 어떤 의미일까? 이는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거부하겠다는 말이고, 사안에 따라 군대가 대통령에서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명령체계를 거부하고, 주어진 무력으로 정치에 참여하거나, 심지어 쿠테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장이 아니라, 이는 우리 역사의 현실이었다. 소위 "조국에 대한 충정" 운운하며 일개 '투스타' 박정희와 '투스타' 전두환은, 기존의 지휘체계를 뒤집고, 국민에게서 위임된 정치 권력을 찬탈했다. 
 
군대가 스스로 '민족의 이익과 우선과제'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반공과 안보, 안정, 발전 등을 이룬다는 명분하에,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반란 월권 행위를 한 것이다.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12.12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을 듣자,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이 이렇게 일갈 했던 것이 드라마 제5공화국을 통해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니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니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수화기를 전화기에 아무렇게나 쳐박고) 역적 놈의 새끼들!!"
 
군대가 자의적으로 무엇이 국익인지 판단해 나라를 뒤집던 시대는 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검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엄밀히 말해, 검찰의 '준사법기관론'이나 윤석열이 보이는, 소위 국민들에게 부여받은 소명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까지 수사하겠다는 태도 뒤에는, 정부의 지휘체계와 상관없이, 검찰은 국민으로 부터 '직통'으로 권한을 위임받았고, 필요하다면 살아있는 권력, 현 정부까지도 날릴 수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동안 큰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검찰의 몇가지 행태와 그에 대한 의혹만 살펴 봐도, 이런 의구심은 커진다. 
 
(1) 박상기 전 장관 증언
 
박상기 전 법무장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기를, 작년 8월 7일 법무장관 후보자인 조국 일가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보고 받고 놀라서 윤석열에게 전화를 하자, 그는 "거 그만 이제 물러나라는 뜻으로 제가 지시했습니다"라고 뻔뻔하게 말했다고 한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니 사모펀드 이야기만 주로 하면서 이런 사람은 법무장관을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은 이에 대해 박상기 장관이 소위 '선처(?)'를 부탁해 자기가 그럴 수 없다 했다며, 박상기 장관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로 표현했다. 
 
그런데 박 전 장관의 말이 맞다면, 윤석열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 대해 자격이 없는 범법자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무리한 기소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 난리를 치고 조국 일가에게서 권력형 비리가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1년 전 국정조사에서 윤석열은 수사 결과를 보면 알게 될거라 큰 소리를 쳤지만, 결과물은 조국 일가 수사는 윤석열의 자기확신에서 나온 엄청난 무리수였음이 거의 분명해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실제 이유는 조국 장관이 추진할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많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2) 한동훈 - 이동재 검언유착 의혹
 
윤석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더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한동훈과 이동재의 검언유착 의혹을 보면, 이동재는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윤석열의 최측근인 한동훈과의 특수관계를 내세우며, 검찰을 비판해 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인사'에 대한 비위 사실을 내놓으라 회유 협박했다는 내용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3) 충격적인 한 검사의 익명 인터뷰 
 
지난 PD수첩의 검찰 특별수사편에서 한 현직 검사는 익명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윤(윤석열)이랑 주위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과반 될 걸로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면 공수처 법안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법안을 다시 내서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작년이나 올해 1월까지는 탄핵까지도 염두에 뒀으니까요. [...] 다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조국 수사할 때, 정유라(최서원 딸)를 했던 것처럼 조민(조국 딸) 이렇게 해서 그 부분을 건드리고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 맞춰서 울산 시장 선거개입 그림을 그렸단 말이에요." 
 
(4) 라임 사건과 청와대 조준 
 
이번 라임 사건 김봉현의 폭로에 따르면, A변호사에게서 첫 접견 때부터 여권 유력 정치인을 불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라고 전달 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여당에서 해체해버려서 (형사)6부가 합수단 역할을 하고, 부장(검사)부터 이른바 윤석열 키즈라고 하는 사람이고 이번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했다)”라고도 했다.
 
물론 이런 의혹들은 아직 수사 중이다. 그러나 만일 어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검찰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 정치권력의 문제까지 자의적으로 판단으로 좌우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속에, 과거 '군대'가 해 왔던 것과 유사한 엄청난 월권 행위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과연 누가 이런 무제한의 권한을 검찰에게 부여했는가?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점점 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안하무인격 발언들을 들으며, 앞에서 언급한 장태완 사령관의 일갈이 머리속을 맴돌기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인가?
 
물론 과거 군사독재정부에서 검찰을 사냥개로 활용해 정적들을 정치적으로 핍박한 예가 많다. 그렇기에 검찰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 아닌 경우도 있고, 현 체제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이나 검찰 등을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해 왔지만, 정권이 검찰을 이용할 유혹은 상존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검찰이 명령체계를 거부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민으로 부터 정치적 심판을 받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에 대한 의구심은, 오히려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상황을 강조하면서, 민주정부의 문민통제는 거부한 채, 오히려 정권을 좌지우지하려는 월권 행위,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한 그가 국민의 기대, 국민에 대한 충성 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을 보면, 마치 검찰이 그 권한을 국민으로 부터 직접적, 독립적으로 위임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듯 한 느낌이다. 문제는 소속 상,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를 선출했고, 그 대통령이 검찰총장도 임명했으며, 국민의 권한 위임은 이러한 명령체계를 따라 부여된 것이고,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지, 이런 체제를 초월해서 자의적으로 규정되고 행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권세들의 가면 벗기기: 검찰권력에 대한 신학적 고찰 
 
또 다른 쉬운 예를 들자. 어떤 교단에 소속된 목사가 있는데, 윤리적 신학적 물의를 일으키고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 자신은 하나님으로 부터 특별한 직통 계시와 직접 지시를 받기 때문에 교단의 권고나 지시에 따를 수 없다고 한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신학적으로 각자 신으로 부터 받은 사명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한 교단과 목회자라면, 교리와 합의된 교단 법을 따라 사명을 실천해야 하고, 그게 상충된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스스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것이요, 이단사이비의 자질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논리를 자세히 들으면, 마치 검찰은 '신', 혹은 '국민'으로 부터 직통으로 권한을 임명받은 '준사법기관'이므로, 자신의 판단과 원칙에 의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집단 같다. 윤석열은 "검찰권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있고"라고 말했는데, 소위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라는 말 처럼 모호한 말이 없다. 그런 말은 내 권한은 '신'에게서 위임받은 것이라는 말 만큼 모호하고 위험하다. 과연 누가 국민이고, 누가 국민의 의사를 독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신의 뜻이나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결국 민주주의라 절차에서 국민의 집단 지성을 통해 정치적으로 선택된 합법한 권력과 명령체계를 따라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국민의 뜻에만 충성한다는 말은, 곧 나는 내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국민의 뜻에 따라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행동하겠다는 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종의 '007 살인면허'처럼 스스로를 초법적인 존재, 궁극적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주체로 생각한다는 뉘앙스를 준다. 이에 대해 김용민의원이 지적하자 윤석열은 "초임 검사때부터 그렇게 배웠다"고 응수했고, 김용민 의원은 "검찰 자체가 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이라고 일갈했다.  
 
윤석열의 말을 들으며 창세기의 선악과 사건도 떠오른다. 왜, 신은 선악과를 따먹는 것을 그토록 무서운 죄로 심판한 것일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선악과를 따먹는 것은 스스로를 선과 악의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 주체로 규정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권력이 나오고, 철학이 나온다. 문제는, 인간은 신과 진리 앞에서 스스로를 불완전한 존재로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철학이나 법철학으로 볼 때, 정치권력이나 법률적 권위는 모두 그 기원이 종교 권력이다. 탈기독교 사회, 정교분리가 이루어 졌으나, 법의 해석과 집행, 권력의 소유와 실행에 있어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버리면, 신적인 절대성을 참칭하는 엄청난 권력의 남용과 악행이 가능하다. 
 
윤석열 검찰이 주장하는 논리의 뒤에 있는 정치철학, 법철학의 뉘앙스를 듣다 보면, 스스로 선악과를 따 먹는 오만과 자기 확신이 느껴진다. 누가 검찰을 그런 독단적인 정의의 수호자요 집행자로 세웠는가? 앞에서 언급했듯, 대한민국 법체계와 어긋나는 자기 인식이요, 검찰의 역사와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과도 상충한다. 이제까지 검찰 역사에서 자행된 권력 남용과 인권 유린으로 볼 때, 국민들은 검찰을 개혁의 우선적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검찰이 스스로를 무소불위한 개혁의 주체로 인식하고 행동한다면, 비웃음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과거 군대나 기무사, 국정원이 한때 부리던 절대 권력의 칼이 국민에게 회수되고, 적절하게 그 자리를 찾아가고 통제되어온 것처럼, 이제 검찰이 가진 칼도 이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지휘감독 등을 통해 정상적인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윤석열 검찰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과거에 국민들이 치열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권력의 지도들이 그려지고, 사회의 기득권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모순들이 국민들 앞에 드러나고 있다. 검찰, 사법부, 언론, 의사들과 의료계, 목사들과 종교계까지. 이들은 과거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했을 텐데, 이들의 움직임은 국민들에게 인식되지 못했다. 
 
권력은 그 이름과 세력이 파악되지 않고 그 작동체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때 가장 강력하다. 
 
유시민이 윤석열 최측근인 '한동훈'의 이름이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그의 이름은 무슨 언급도 할 수 없는 '볼드모트'냐고 일갈 했던 것에 엄청난 통찰이 있다. 국민들이 감히 그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그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도 없을 때, 비판의 대상을 포착할 수도 없고 개혁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반대로 국민들이 그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시작할 때, 권력의 실체가 포착되고, 개혁의 칼날이 목표물을 잡는다.  
 
월터 윙크라는 신학자는 과거 영적(천상적, 비물질적)으로만 해석되었던 '정사와 권세(the principalities and powers)'라는 성서의 개념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확장했다. 초자연은 물질적 실재와 융합해 있으며, 하나님의 정의와 진리에 도전하는 사탄과 그의 권세는 막연한 영적 개념이 아닌, 현 세계 구조(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 지배체제들과 그 배후의 영적, 초자연적 실체들)속에 드러나는 권세의 지배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가 비폭력 저항을 통해 어떻게 그 정사와 권세를 극복했는가를 밝히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위한 교회의 과업은 "정사와 권세의 우상적인 가면을 벗기고, 그들의 비인간화하는 가치들을 규명하고, 그들이 입은 고상함의 옷을 벗기고, 그들의 희생자들을 해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명한 그의 3부작의 제목은 "권세들의 이름 붙이기`-`신약성서에 나타난 권세의 언어 (Naming the Powers`-`The Language of Power in the New Testament, 1984)", "권세들의 가면 벗기기 -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들 (Unmasking the Powers`:` The Invisible Forces that Determine Human Existence, 1986년)", 그리고 "지배세력들과 싸우기 - 지배세계에서 분별력과 저항 (Engaging the Powers - Discernment and Resistance in a World of Domination, 1990년)"이다. 
 
이러한 신학적 개념들이, 오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적폐청산의 과정과 연결되어 보이는 것은, '권력의 가면'이 드러나고 실체가 확인되며, 국민들이 그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사법농단으로 정의와 우리사회의 약자들을 짓밟는 판결을 내려도, 법복과 권위 뒤에 숨어 아무런 책임추궁을 당하지 못했다. 검사들이 가족인질극식 수사를 벌이고 망나니 칼로 사람을 찌르고 비틀고도 향응을 누리고, 전관예우를 받고 부를 축적했다. 
 
기자들이 쓰레기 같은 기사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퍼뜨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가족인질극을 비롯해서 검찰이 사용하던 악랄한 초식들이 국민들 앞에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명숙 총리, 한만호 사건에서는 그 실체가 언론에서 다뤄지지도 않았고, 폭로한 한만호는 비참하게 인생을 마쳤었다. 그런데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국민들이 깨어나다 보니, 검언유착 의혹이나, 라임 사건 등, 검찰의 진부한 전술이 바로 바로 폭로되고, 무력화 될 뿐더러, 검찰 권력남용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폭로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복음서의 유명한 예수의 거라사 귀신 축출 사건(마8, 막5, 눅8)에 대해, 진보신학에서는 당시 로마제국의 식민통치와 연관해서 해석을 해 왔다. 즉 유대인들이 먹지않는 돼지를 이천마리나 사육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로마군대의 식량과 제국의 종교적 희생제의를 연결시킬 수 있다. 또한 이름을 묻는 예수의 질문에 귀신이 자신들은 "군대입니다, 우리의 수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이 군대(Legion)라는 표현은 약 6000명에 달하는 로마의 1개 군단에 대한 호칭이라는 점 등에 착안한다. 
 
이 사건이 떠오른 것은, 군대나, 검찰, 사법부 등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조직들의 특성은, 개개인들이 조직의 권력뒤에 '익명'으로 숨어서 함께 권력을 남용하고, 그 카르텔 안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개개인들의 책임은 피해가는, 일종의 집단적 익명성의 권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이 군대귀신 들린 광인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런데 예수가 이들의 '이름'을 물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들 군대귀신이 광인의 몸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숙주에 들어가 함께 자폭했다는 과정은, 깊이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3. 윤석열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무너져 가는 총장 권력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관심을 끄는 또 하나는,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특이한 캐릭터이다. 마치 “나는 누구 눈치 같은건 안 보고 살아온 사람이요” 하는 듯, 말과 표현이 직설적이다. 청문회 장에서 "패죽였다", "부하가 아니다" 등의 군대나 조폭들이 쓸만한 용어를 쓰는 것은, 칼을 쓰는 검사들의 문화일수도 있겠는데, 자기가 말을 해 놓고, 말 끝마다 "응", "어", 라고 힘주어 스스로 추임새를 넣는 괴이한 버릇은, 상대방을 윽박지르거나, 자기 말을 스스로 확인하며 얼마나 자신이 정당한지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다. 다른 총장들이라면 좀더 관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더 교묘하게 넘어갔을 부분들이, 윤석열이라는 특이한 캐릭터로 인해,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 깊이 새겨주는 느낌이다.  
 
1년 전인 2019년 10월 17일의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조국 사태로 인해 여당 의원들이 비판적인 언급을 했는데 (2019년 7월 인사청문회와 여야의 공수가 완전히 바뀜), 이때 윤석열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연신 옷깃을 세우고 힘을 주면서 심지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박지원 의원 한테도 질책하듯, 정경심 편드는 거냐고 다그쳤다. 솔직히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라는 자부심이나, 면책특권도 있고, 인정사정 안보고 청문회 출두한 이들에게 호통을 치기 일색인데, 국회의원들도 슬슬 윤석열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1등은 검찰총장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개인적인 인상일지 몰라도, 판이 달라졌다. 
 
초선의원들도 작심한 듯 윤석열을 몰아 붙였고, 윤석열은 안색이나 표정도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문득 마키아벨리가 말한 군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나, 그람시의 헤게모니론 같은 개념들이 머리속을 스쳐간다. 권력이 강하다는 것은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이, 상대가 알아서 눈치를 보는 데서 확인된다. 김봉현 같은 사람이 대놓고 검찰의 비위사실을 폭로하고, 그것이 바로 기사화 되어 법무장관이 총장을 수사 배제하게 되고, 이제 검찰총장에게 국회의원들이 저 정도 소리를 높일 정도가 되었다. 
 
지난 총선의 여당 승리, 국민들의 여론이나, 윤석열 검찰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가지 면에서 이제 지리한 싸움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조금 과장하자면, 패전이 가까워 온 장수가 이성을 잃고 좌충우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4. 적폐청산, 개혁의 길. 
 
우리 사회에서 개혁과 진보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지만, 1년여 이상 지리한 검찰개혁의 줄다리기를 보며, 오늘 이 순간 검찰개혁은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검찰개혁에 대한 성공의 여부가 언론, 사법, 사학, 의료, 종교, 재벌 개혁 등 향후 과제의 가능성을 결정할 것 같다. 오늘 이 순간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디에 힘을 모았는지가, 두고 두고 부끄러울 수도, 덜 부끄러울 수도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온몸으로 가족까지 권력에 두들겨 맞고 개혁의 불쏘시개가 되는 사람도 있다. 검찰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국민들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개혁을 요구할 때, 오만해지고 절대화 된 권력은 제 자리를 찾을 것이고, 끝까지 저항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숙주와 함께 몰락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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