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소금꽃으로 피었습니다 조현옥
원미 섬유 삼교대 철야 근무 밤새 졸리운 눈으로 미싱을 돌리면 아찔하게 여지없이 미싱 바늘은 손톱을 뚫고 드르륵 지나 갔어 아차 하는 순간에는 고열 프레스에 손등은 화인을 찍고 우리는 부모를 잘못 만나 찢어지게 가난한 공순이로 산다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치부같이 백지장처럼 파리한 형광등 회색빛 공장의 높은 담벼락 그 불빛 따라서 더욱 쓸쓸해지는 밤 졸리운 눈이 또 다른 졸리운 눈을 서로 감겨주며 책가방 대신 짊어진 삶의 무게를 공장을 떠나는 꿈을 악몽처럼 매일 피로에 젖은 몸이 솜처럼 드러누우면 찢어질듯한 작업 반장의 연장 근무 추가 근무 독촉 소리가 이불속까지 따라 왔어 마땅히 기댈곳도 없이 뾰족한 수도 없이 대물림 하는 가난의 굴레속에는 하얀 소금꽃이 무슨 버짐 같이 아주 오랜 동안 피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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