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대한 생각
백 인 준
이 밤따라 저 달빛은 나의 가슴에
왜 이다지도 하많은 이야기 속삭여주는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 소리는
청류벽밑을 감돌아흐르는
대동강의 여울물소린가
아니면 어린 시절에 듣던
모란봉의 그 솔바람소린가
내 그곳에서 태여나 그 품속에서
사랑보다 먼저 조국을 알았고
아버지 없는 소년의 슬픔보다
조국이 없는 청년의 슬픔을
더 뼈아프게 가슴에 새겼노라
을밀대의 높은 란간에 올라
고구려의 아득한 옛 판도를
자랑높이 바라보기도 하였고
대성산 옛 성터 깨여진 성돌우에
망국의 뜨거운 눈물을 뿌리기도 하였거니
그곳은 고향이자 어머니품
어머니품이자 또한 조국이였더라
그러기에 내 그품을 떠나
운명의 먼길에 오르던 그날
오막살이문가에서 눈물지시던
늙으신 어머니의 주름깊은 얼굴은
짓밟힌 조국의 슬픈 모습이기도 하였다
아, 조국이여
나에게 그대가 없었기에
이 아들은 사나운 파도에 밀리우며
남방의 섬속에서 삶과 죽음의 계선을 넘나들었고
죽음보다 더한 노예의 슬픔속에
십자성을 우러르며 낯설은 야자수잎에서
고국의 향수를 키우기도 하였어라
이제 그 품이 두팔을 벌리고
《내 아들아, 어서 오라》 부르거늘
이 밤 이내 마음은 저 달빛을 타고
릉라도버들숲에 달빛이 안개같을
대동강기슭으로 달리여가는구나
기다려다오 기다려다오
피눈물 뿌리며 헤여졌던 련광정기둥아
내 이제 너를 부둥켜안고
어린애마냥 울고웃으며
이 가슴에 서른해동안
쌓이고쌓여온
온갖 시름과 옛 상처를
대동강 맑은 물에 고이 씻을 때
어머니조국이 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축복의 노래소리를
어린 날의 자장가보다 더 행복히 들으리라!
주체69(1980)년 창작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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