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시국 제23차 성명]
이선균의 죽음은 언론도 가담한 ‘사회적 타살’이다
인간사 희로애락을 연기해 국민에게 위안과 자긍심을 안겨준 배우 이선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애통함과 함께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의 죽음은 외형적으로는 자살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타살'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그가 수사를 받는 동안 경찰은 흘리고 언론이 받아써 토끼몰이를 했다.
과거 정권들은 위기에 처할 때면 수사기관을 동원해 인기 있는 연예인을 제물로 삼아 국면을 전환하곤 했다. 이번 이선균 씨 마약 수사도 그런 심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찰이 수사 착수를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도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 날이다.
그런 만큼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은 ‘정권 위기와 연예인 수사’라는 조합을 경계해 눈을 더 부릅떴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지고 수사 배경을 더 파고들었어야 한다. 적어도 수사기관이 흘리는 내용을 그대로 중계방송하지는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땠는가? 거의 모든 언론이 수사기관의 ‘각본’대로 춤을 췄다. 그가 경찰에 세 차례 출석할 때마다 일정이 공개됐다. 숱한 카메라를 세워 놓고 기자들은 질문을 퍼부었다. 심지어 진술이 서로 엇갈려 그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자청한 유흥업소 실장과의 사적 대화까지 공개했다. 이 대화를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한국방송>이 이른바 단독보도로 내보냈다. 사실상 경찰과 언론이 합작해 ‘타살극’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놓고 이제 수사당국은 ‘공소권 없음’, 언론은 ‘극단적 선택’ 이 다섯 글자로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 참으로 어이없고 후안무치한 일이다.
언론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잘못 휘두른 펜과 마이크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흘리는 내용을 베껴 쓰는 관행에 확실히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피의자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무릇 인권을 최고의 잣대로 보도해야 한다.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사랑한 배우의 죽음을 언론이 진심으로 애도하는 길이다.
평생 언론인을 자임하는 우리는 언론계의 맹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이 씨의 가족에게는 깊은 위로를 보낸다.
2023년 12월 28일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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