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전국피해자연합회, 국회서 법개정 토론회개최
삼청교육 피해자법, 진상규명·직권조사 조항 넣어 개정해야
삼청전국피해자연합회(회장 이적)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삼청교육대피해자법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2004년에 제정된 삼청교육피해자법(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과 2023년 1월에 국회에 발의된 일부개정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목소리로 나왔다. 토론회는 윤미향·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삼청교육대 전국피해자연합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삼청교육대 변호단)가 공동주최했다.
이날 피해자 홍씨의 증언으로 시작했다. 980년 8월 17살에 거리에서 팔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삼청교육을 받았던 홍찬선(60)씨가 순화교육 중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취임 후 화장실을 가려면 많은 구호를 복창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갑자기 내무반에 난리가 났습니다. 교육생 한 분이 구호복창 외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 내무반 실내화 고무신 두 개에 소변을 가득 채우고 취침했던 겁니다. 그 사실이 발각되었고 전체 소대원이 기상하고 범인 색출에 나섰는데 소변을 본 교육생이 본인이 그랬다고 울면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때 조교는 명령했습니다. 고무신에 담겨 있는 소변을 단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다 마시라고 . 그는 독약을 마시듯 고무신에 담긴 소변을 다 마셨습니다. 소변물을 다 마신 그는 죽지 않을 만큼 긴 시간 동안 구타, 린치를 당했습니다.”
발제자로 참여한 삼청교육대 변호단 이영기 변호사는 “2004년 제정된 삼청교육피해자법은 ‘삼청교육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또는 상이를 입은 자’만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시혜적 보상규정으로 인해 한계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법률의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나온 것이 올해 민주당 설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다. 이 변호사는 “2023년 발의된 일부개정안은 피해자 범위확대(강제입소자 3만9742명 전체)와 배상에 이은 생활지원금 지급, 군법회의에 회부됐던 이들의 특별재심 등 2004년보다 진일보했으나 가장 핵심적인 진상규명과 피해자 전수조사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따라 “진상규명 활동이 첫번째로 들어가야 하며, 신청자에 한한 조사를 넘어 직권조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위원회의 사실조사 방법 및 권한 명시, 진상조사보고서의 작성, 위령사업 수행 등이 추가로 담긴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5~2010년 활동했던 제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삼청교육피해사건은 불과 20건이 접수돼 이 중 17명이 진실규명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엔 총 758건이 신청돼 올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310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4만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감안 할때 이 숫자는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2022년 12월 이후엔 신청기간마저 끝나 더 이상 진실규명 신청도 불가능하다. 법 개정안에 직권조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다.
토론자로 참여한 허상수 재경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삼청교육은 전두환 신군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의 거의 모든 군부대가 동원된 국가범죄”였다며 “여기에 맞서 죽기살기로 생존항쟁을 한 것은 불법적 헌정질서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라 부르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청교육 피해자 유영근(68)씨는 “삼청교육 피해자 중엔 현행범이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 법 절차를 무시한 국가의 책임이었다. 그런데도 삼청교육 피해자는 불량배였다는 사회의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삼청교육에서 인생을 마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사회에 나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었고, 진실화해위 신청 등의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들은 극소수였다”면서 “국회와 정부가 나서 법을 개정하고 진상규명과 직권조사가 이뤄지도록 힘써달라”는 호소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은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 회기 동안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법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삼청교육대피해자 문해청씨는 “서울에서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 마시고 거리를 걸어가는데 앞에서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뒤에서 같이 외치다가 붙잡혀 가서 모진 고통과 훈련을 받았다며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사진 ▲삼청전국피해자연합회 국회서 법개정 토론회개최 ©고경하 기자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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