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군산 하제 팽팽 생명평화문학축전 2023
● 일시 / 2023년 5월 20(토) 오후 3시 ● 장소/ 군산시 하제마을 팽나무 광장(군산 옥서면 선연리 1238-9)
○ 주최/ 팽팽 생명평화문학축전 2023 추진위원회 ○ 주관/ 팽나무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 ○ 후원/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작가회의 연대활동위원회, 경기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 광주평화포럼, 전북작가회의, 뉴스서천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 주민 3천여 명은 미국 공군기지 확장으로 졸지에 정든 땅을 쫓겨나야 했다. 그리고 이제, 600년 동안 그곳을 지켜온 ‘팽나무’마저 뿌리 뽑힐 위험에 처해 있다.
이에 우리 문학인들은 미군기지가 지척에 있는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광장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뜨겁게 외치고, 노래하고자 한다. 전쟁위기, 전쟁불안에 휩싸인 한반도 현실에 주목하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군산 하제 팽팽 생명문학축전2023>을 개최하려고 한다.
문학은 평화의 언어를 더 많이 찾아나서야 한다. 전쟁의 논리 앞에서 문학이 방관하거나 도피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전쟁도발자에게 진지하게 맞서야 한다.
호남지역 최고령 수령을 자랑하는 군산 하제마을의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후대에 영원히 전승되어야 한다. 만경창파 거친 파도 속에서, 파란만장한 600년 세월을 헤쳐 나온 ‘팽나무 어르신’을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 군산 하제 팽팽 생명평화문학축전 2023 프로그램
○ 사회: 정용국(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 연출: 이승철(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
● 여는 인사말: 강형철(시인,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문규현(신부) ● 상생평화 해원춤: 장순향(민중춤꾼, 전 한양대 무용과 교수) ● 평화시 낭송 1: 팽나무 대덕/ 홍일선(시인, 경기작가회의 회장) 양키는 악행 보고서를 불태워라/ 김이하(시인, 사진작가) 귀를 열어, 하늘을 보라/ 이효복(시인) 서해 하제 바닷가 나무에게 드리는 연가/ 최자웅(시인, 코리아아쉬람 원장) ● 평화의 노래 1: 옥수수(민중가수) ● 평화시 낭송 2: 고향/ 이재무(시인) 시/ 늘 피어있는 하나의 꽃. 언니, 엄니/ 고희림(시인, 인혁재단 이사) 산을 알고 있다(신석정 시)/ 낭송 채영숙(한국시낭송문화군산예술원) 바람을 따라(신석정 시)/ 낭송 허복수- 고은혜(한국시낭송문화군산예술원) 해적선 10/ 이적(시인, 평화협정운동본부 상임대표) ● 평화의 노래 2: 최자웅(시인) ● 평화시 낭송 3: 신단수 팽나무, 팽나무 신단수/ 이민숙(시인, 샘뿔인문학연구소 대표) 수호신/ 이철경(시인) 하늘도 머리 숙이노라/ 박학봉(시인) 육백년 동안의 고독/ 박태건(시인,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 평화를 위한 소리굿― “살어리, 살어리랏다”: 오우열(시인) ● 닫는 인사말: 문정현(신부) ● 평화시 낭송 1― 홍일선, 김이하, 이효복, 최자웅 시인
팽나무 대덕大德
홍일선(시인)
팽나무 노대덕(老大德)께 춘추 여쭙는 것 그것 불경이리 대저 지극히 큰 것은 밖이 없고 지극히 작은 것은 안이 없는 법이나니 우리나라 깊디깊은 신심들이여 노대덕께서 감내한 세월은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다가 노여움이 되어야 했으니 그러나 그러나 거짓을 모르는 아기 눈빛의 자비 일망무제로 고군산열도 파도 꼬옥 끌어안아 주시는 일이 평생일업 일생대업이시었나니 팽나무 천수천안(千手千眼) 노대덕이시여 그대 육백여 춘추이시면 육십갑자 만고풍상이 열 번을 행하신 것입니다 하제마을 안에서 밖에서 눈 감고서도 보아야만 했던 귀 막고서도 애원성 들어야만 했던 갑오년 동학농민혁명도 삼월혁명도 동양척식회사 가없는 수탈도 팔일오도 육이오도 사일구도 오일륙도 오일팔도 그저 멍허니 바라보아야만 했으나 오늘은 노대덕 품에 깃든 천진 애기들 울음소리나 꺼내주소서 군산 옥구 미룡리 138번지 망백(望百) 시인 지켜주옵소서 숭일 숭미 만국병마(萬國兵馬) 몰아낸 땅에 보릿대궁 시푸르거든 천둥번개 가슴속에 모셔둔 화광동진(和光同塵) 그 등불도 꺼내 주시옵소서 고조선 이래 영고(迎鼓) 동맹의 북소리 불러내 석 달 열흘 들려주소서 노대덕이시여 노대덕이시여
홍일선 시인 1950년 경기 화성 동탄 출생. 1980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로 등단. <시와경제> 동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역임. 주요 시집으로 『농토의 역사』 , 『한 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 『흙의 경전』 등.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 및 경기작가회의 회장으로 활동중.
양키는 악행 보고서를 불태워라
김이하(시인)
지구 곳곳을 저희 맘대로 왔다가 저희 맘대로 조져 버리는 못된 것들은 피바람인가, 악의 씨인가
길 가는 나그네인 척 들어와서는 집주인을 몰아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도의고 신의고 우의고 나발이고, 개좆도 모르는 어떤 이웃도 안심하지 못하는 무지막지한 학살자들 어쩌다 이 땅에 뿌리를 박았는가
그들이 우글거리며 근드렁거리던 그곳은 인정사정도 없는 법과 질서의 뒷골목이나 피 냄새 흥건한 살육만 정의인 전쟁터, 화약 냄새에 취한 공포스런 학살의 땅이었으니 그들이 지난 자리마다 역병과 피고름만 흥건하더라
사람의 뒤통수나 치는 비굴한 유전자 양키의, 양키에 의한, 양키만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살상 무기를 팔아 세계를 불안에 살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이웃을 괴롭히는 더러운 이웃 거짓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목숨은 약소국이 부담하라고 그들의 이익을 챙기려고 떡고물을 주어 부려 먹고 저희 마음대로 남의 안방을 두 쪽으로 나누고도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악의 축, 양키여!
일제의 그림자를 따라 이 땅에 묻어온 그들은 통한과 슬픔의 역사책이다, 그들은 끝내 꺼내지 않을 지구에 빚진 악행 보고서이다, 거대한 ‘악의 축’이다 그러나 이 땅은 평화로워야 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고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저 팽나무 아래 대동굿을 치며 춤춰야 한다, 뛰어야 한다, 흐르는 땀 식혀야 한다 인제 그만 떠나라, 스스로 파놓은 불구덩이로 온갖 피고름과 전쟁역병에 찌든 영혼 태워 팽나무 그림자처럼만 피어나라
양키 고 지옥―, 팽!
惡의 軸[axis of evil] :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 29일 테러와 전쟁의 하나로 제2단계 표적으로 이라크·이란·북한을 지명하면서 총칭한 표현이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전쟁을 획책한 악독한 자들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저지른 ‘더러운 전쟁’은 수없이 많다. 참고 : [미국 역사는 전쟁의 역사 / 김민웅]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69432.html 코를 순간적으로 힘 있게 푸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좀 시원하게 살아 보자고!
김이하 시인 1959년 전북 진안 출생. 1989년《동양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 가슴에서 날아간 UFO』『타박타박』 『춘정, 火』, 『눈물에 금이 갔다』, 『그냥, 그래』, 『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등. 사진전 <병신무란 하야祭> <씨앗페> 참가, 개인전 <시인이 만난 사람들> <홍제천>.
귀를 열어, 하늘을 보라 ― 하제마을 팽나무에 부쳐
이효복(시인)
와 보라, 여기 다시 내게로 와 보라 이제는 다시 여기로 오라
조개껍데기가 산처럼 쌓이던 곳, 어패류 위판장 포구 하제에서 나서 하제에서 자라 풍요롭던 곳 집집이 방을 세놓고, 제사도 지내고 차례도 지내 풍물도 치면서 하루벌이 거뜬했던 택시도 화물도 쉼 없이 드나들던 사람 사는 마을에 탄약고라니,
미군기지를 짓고 군사 무기를 팔고 땅을 뺏고 쫓아내고 모두가 떠난 하제마을의 길고 긴 싸움에 600년을 살아온 팽나무가 존재를 드러내었다 굴곡진 불굴의 나무 그건 신의 형상이었다 우리 민족의 굳건함이었다
와 보라, 와서 보라 신화의 숲, 옹기종기 은밀한 얘기 도란도란 낮게 앉아 작은 생명의 소리를 들어보라
땅을 돋워 일구고 피우는 우리의 자존 보듬어 안아, 더는 올곧게 일어서는 것이다, 푸른 깃 휘날리는 것이다 우렁차게 광휘의 하늘, 빛을 세우는 일이다 겨울의 눈보라 이겨내었던 옛 어른의 가르침을 회상하는 것이다, 새겨듣는 것이다
다시 바닷물이 출렁이는 곳 배를 정박하고 조개, 백합, 수북이 물밀어오는 하제마을 팽나무 광장 여기 천의무봉 한아름 둥지 바람 일렁일 때마다 떨군 생명의 이슬 눈물의 방울들 모아져
나뭇가지 숨, 소리에 꿈을 키우며 자라난 우리 네가 자라고 새가 꿈꾸고 하늘이 와 닿아, 환희의 세상 온몸의 눈, 대지의 잎, 혼을 달래는 정확하게 느끼고 바라는 언어 군산시 하제마을 팽나무 광장, 생명 평화 축전 신비의 숲 근원의 공간. 이제는 생명이고 평화다
와 보라, 여기 힘차게 눈을 떠보라 귀를 열어, 하늘을 보라
이효복 장성 출생. 시집으로 『달밤, 국도 1번』,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부부시집으로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 등. <첫눈> 갤러리에서 부부 시화전 개최(그림 홍성담 외 7인) 현재, 한국작가회의 및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서해 하제 바닷가 나무에게 드리는 연
최자웅(시인)
사람은 나무여, 그리고 나무는 사람이여. 내 가슴 속의, 내 삶 속에 사는 사람 같은 그대, 나무를 위하여 나무 같은 그대, 사람을 위하여 나, 그리운 가슴으로 노래하네.
그렇지, 나무가 사람이고 사람이 나무이지 나무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 같은 나무를 좋아했네. 내 가슴과 영혼 속의 한 그루의 나무가 사랑과 그리움의 잎새와 뿌리였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있는, 가지에 희망의 말과 그대의 이름을 새기지 않더라도 프란츠 슈베르트의 보리수 이상의 우리 삶의, 우리들 존재의 나무들이 계시지. 나의 황량하고 외로운 삶의 내부에 계신 그대의 나무여. 사람 같은 나무여. 나무 같은 그대여.
이 뿌리가 몽땅 뽑혀버린 듯한 황량한 고향상실의 시대에 눈 감고 생각하면 포근한 고향 같은 나무가 있지. 언제나 슬프고 쓸쓸할 때면, 돌아갈 고향 같은 사람의 나무가 있지. 나무 같은 사람이 상하거나 스러져 지상에서 사라지면 어이 살아가나. 무슨 보람으로 무슨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살아가나. 그런 그대, 그런 당신, 그런 삶의 기둥 같고 돌아갈 지평 같은 그런 사람 어이없는 일로, 폭풍 같은 일로 스러지고 사라지면 내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여. 우리 목숨이 붙어 있어도 산 것이 아니여.
사람 같은 사람 만들어지는 일이 하늘, 한울을 새로이 만드는 일일러니, 사람 같은 나무 하나, 나무 같은 사람 하나 우리의 삶의 중심과 터에 있음은 그 얼마나 풍성하고 든든한 삶의 보람이며 기둥일까 보냐.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조선 천지에 더러운 일장기 욱일기 물러간 대신에 이어서 새로운 점령군 아메리카의 성조기가 휘날리기 시작했어. 지금도 미친 작자들 성조기 태극기 부대로 차마 부끄러움도 모르고 활보하고 있구나. 인내천, 제폭구민, 척왜양창, 광제창생 부르짖으며 흰 옷 입은 백산 황토 언덕에서 강풍에 조선혁명의 깃발이 휘날릴 적에 일본놈 청나라놈들 뒤에 양코백이 아메리카의 군대가, 보병과 공군이 이 땅의 새로운 점령부대로 조선 천지에 새로운 주인으로 군림을 하며 은빛 비행기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주름잡을 때에도 먼 펜타곤 위력 속에서도 군산 앞바다를 든든히 지키며 기나긴 600년을 뿌리내리며 폭풍 같은 세월을 바워 낸 조선 땅, 서해 바닷가를 지켜온 장엄한 하제의 팽나무여. 그대, 할아버지와 같은 풍상에 절은 장엄한 얼굴과 뿌리여. 이 땅의 새로운 점령군 주둔군, 신판 팍스 로마나로 세계를 제패하는 아메리카의 신제국주의 막강한 공군 전력과 전략으로도 그대를 뿌리 뽑을 수 없으리니.
“나라 위한 붉은 단심, 그 누가 얄랴”는 절명시와 함께 형장의 이슬로 의연하게 사라진 녹두장군 전봉준이시여 위대한 인내천의 스승 수운 최제우여. 최보따리 지하운동 40년 세월에 성스러운 잠행으로 조선 천지에 동학혁명의 씨알과 사상을 전파시킨 해월이여. 호남의 지고한 사회주의 혁명가 지운 김철수 선생이여. 우리의 저 팽내무에는 당신들의 혼과 숨결이 있다.
양키 군대와 아메리카의 은빛 비행기 조선의 푸르른 오월을 유린하는 아메리카의 극동과 세계전략의 가공할 공군력으로 순결한 우리의 하늘과 군산 앞 바다 600년의 장엄한 세월을 바워 낸 사람 같은, 장군과 같은 우리의 팽나무가 지키는 조국의 바다와 서해의 바다와 항구와 대지를 유린하지 말라. 가거라, 양키의 군대와 공군력과 항공모함이여. 조선 땅에서 온전히 검은 현대판 팍스 로마의 지배력 네오 임페리얼리즘의 마각과 뒷모습을 남기며 사라져가라.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서해 바닷가 언덕 위의 그 사람 같은 크낙한 나무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에 젖어 이별가를 슬프게 부르는 어느 날, 잔인하게 깊은 뿌리 뽑히우는 600년 모진 풍상의 세월을 장엄히 지켜오고 바워 낸 거인과 우리의 조국과 민족의 장군같은 우리의 사람 같은 나무 결코 허무하게 사라지는 저 팽나무여서는 아니 되네. 양키 고우 홈! 아메리카는 물러가라. 성스러운 우리의 팽나무 사람 같은 큰 나무, 우리의 팽나무를 사수하라. 조선의 바다에서 사수하라. 조선의 땅에서 팽나무를 연인 같은 팽나무들을 사수하라. 우리의 목숨같이 사수하라.
최자웅 시인 전북 전주 출생.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 졸업, 독일 보쿰대 종교사회학박사. 성공회 사제로 노동사목, 빈민운동, 노인운동 전개. 주요 시집으로 『그대여, 이 슬프고 어두운 예토(穢土)에서』, 『겨울늑대- 어네스토 체 게바라의 추상』등. <코리안 아쉬람> 인문예술원장, 인문계간지『산 넘고 물 건너』편집인.
● 평화시 낭송2― 이재무, 고희림, 이적 시인/ 채영숙, 허복수-고은혜 시낭송가
고향 ― 팽나무에게
이재무(시인)
오래 전 숨 다하여 자취조차 흔적 없지만 망각을 재촉하는 시간의 홍수에도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마음의 터에 굳건히 뿌리 내린 채 우람한 풍채로 살아계시는 당신은 수백 년 전 동네 우물 곁 거처를 마련해 놓고 해마다 스무여 평 그늘 농사를 지으셨다. 당신 슬하에 놓인 평상은 엄니와 할머니들 차지였다. 저녁밥 달게 드신 그네들은 화수분처럼 무궁무진 이야기꽃 피워댔는데 달콤하고, 쓸쓸하고, 쾌활하고, 슬펐다. 사랑방이나 회관이 되기도 했다. 큰일 생기면 품 안으로 모여들어 골짜기 패인 이마 맞대고 의논을 주고받았다. 봄이면 새 가지에 피운 잎과 꽃으로 오가는 이들 눈 맑게 씻어주었고 가을에는 단 것에 주린 아이들에게 등황색의 열매를 베풀었다. 베푼 것은 이뿐이 아니어서 한여름 밤 흘러들어온 과년한 처녀들 환한 달빛 조명 삼아 우물 퍼 올려 등목 하는 장면을, 당신 등에 숨어서 사정없이 물어뜯는 각다귀들을 견디며 몰래 훔쳐보면서 성에 눈을 뜨기도 했다. 피붙이처럼 한시도 떨어질 새 없이 고락을 함께 했던 당신이 기억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대처로 유학을 떠나고 나서부터였다. 타지의 새로운 풍속을 익히고 따르느라 당신을 그리워할 새가 없었다. 대소사나 명절을 맞아 갈 때에나 만났지만 당신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대했다. 한쪽으로 기운 어깨 두드리며 괜찮다, 아직은 괜찮다, 약 같은 위로 아끼지 않으셨다. 어느 해 갑자기 찾아든 병고 이기지 못한 어머니 돌아가시고, 연이어 동생이 사고로 죽고, 상심한 아버지가 때 이르게 생을 마감한 뒤로는 의무로 챙기던 고향도 더는 찾지 않았다. 스무 해만에 일가 문상을 갔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누가 뭉텅 파내간 것처럼 몸통 한가운데가 텅, 비워져버린 피골상접한 당신을 보며 나는 울었다. 수년을 버티다가 당신은 화수지풍(火水地風)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우물도 생기 잃더니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떠올려 지혜를 빌렸던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이제 거주를 내 마음으로 이전하여 살게 되었다.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3년『삶의 문학』으로 등단. 주요 시집으로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몸에 피는 꽃』,『저녁 6시』,『경쾌한 유랑』,『한 사람이 있었다』등. 현재 천년의시작 대표이사, 서울디지털대 교수.
늘 피어있는 하나의 꽃, 언니, 엄니,
고희림(시인)
남의 나라를 훔쳐 볼 가장 예민하고 센 레이다를 기도하던 산 꼭대기 예쁘고 귀여운 풀꽃들 동산에 함부러 누가 들여 놓았나!
초여름 구성리 돌장승 아래 따글따글 굽힌 돌멩이 위에 누워 키를 재며 소녀적 하늘을 품던 곳
터지기 직전의 오줌보를 들고 물에 풍덩 뛰어 들다 언니들의 초경을 언니들의 개울에서 맞느라 팔랑이던 물비늘 쑥맥같은 검정 눈
논으로 들로 산으로 강으로 낫질 호미질에 쨍그랑거리던 살림 굵어질대로 굵어질 마디마디 어린 뼈가 열리고 우묵한 눈두둥 밑으로 피고 지던 하루하루의 땡빛에
단일하고도 헝컬어진 머리결로 언니라는 영원한 이름으로 피고 지는 꽃, 엄니가 되는 동안 타성받이로 시집살이로 어느듯 과수댁으로 하나의 울타리가 되는 동안
날마다 홀쭉해지는 무덤 위 자라나던 잡초를 뽑으며 마을의 화목을 책임지려 절뚝거리며 불을 때며 감자를 심으며 콩으로 메주를 쏘며 떡국을 끓이고 팥죽을 쑤며 두부가 펄펄 끓는 눈 내리는 소성리
소야*마을
논이나 밭에서 음지에서 양지에서 윗마 아랫마**에서 마을의 새로운 처지로 개구리논 중심으로 어떻게든 부둥겨 안은 산전수전 소야의 종이, 땅이 꺼질것같은 다급한 종이, 제 때***의 종이 종을 치며 공산화첩, 公産畵帖, 멀리 널리 그래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는데
(나무와 풀꽃들의 동산, 목동과 달구지의 목장, 달(마)산****으로 온다하였네!) 어릴 적 소풍을 다녔다고 했다 멧돼지가 파먹은 흙속의 열매들 총소리가 수시로 들렸다 너구리 뼈들을 얻었다 삵을 보았다 꿩이 푸드덕거렸다 다람쥐나 종달새가 고라니와 매를 함께 본적도 있다 반달곰이 산사람들이 낸 길을 더듬어 달산을 지나 수도산에서 다시 잡혀가고 소쩍새와 뻐꾹새는 거진 매일 울었다 제비들이 돌아와 새끼를 깠다 참새와 민들레가 노골적으로 평화로운 면상을 버렸다 논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봄장마가 와서 이른 태풍에 개구리 떼창이 오지게 적막도 했다
그래도 한 때 인민으로 살아본 마을이었다 조롱받으며 경지를 넓혀가는 협소한 논밭의 몸뚱이만한 꿈들의 실오라기가 한올 한올 풀려나갔다
죽도록 일만 했다 이런 날벼락 맞고 꺼져가는 땅 아무개 빈집*에 들어 젖은 땅 풀숲으로 계곡에 엎어진 널찍한 바위로 진달래숲 꽃강으로 따라다니며 몰려다니며 하늘 아래 달산 아래 산나무꽃 염통이 터지도록 거품을 물었다
*소성리의 옛 이름. 小冶 **윗마을 아랫마을이란 뜻, 마을주민들은 지금도 이렇게 부름. ***마을길을 통과하려는 모든 불법사드 공사진행 차량들!을 발견할 때! ****대 중국 패권용, 미 본토 방어용 사드가 주민의 동의없이 국회의 비준없이 임시 배치된 곳의 산 이름.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임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시 읽으러 왔다가 그냥 왔다 갔다 할일은 결코 아니다 싶어 아예 빈집을 얻어 소야(소성리의 옛 이름)에 살기 시작했다. 원불교 콘테이너에 소야마을 책방도 꾸미게 되었다. - 소야의 한자는 韶野.
고희림 시인 1960년 원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1999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으로『평화의 속도』,『인간의 문제』,『대가리』,『가창골 학살』등.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시월문학회 회원, 인혁재단 이사로 활동 중.
산(山)은 알고 있다
신석정 시/ 채영숙 낭송(한국시낭송문화군산예술원)
산은 어찌 보면 운무와 더불어 항상 저 아득한 하늘을 연모하는 것 같지만 오래오래 겪어 온 피묻은 역사의 그 생생한 기록을 잘 알고 있다.
산은 알고 있다.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리고 그 기나긴 세월에 묻어간 모든 서럽고 빛나는 이야기를 너그러운 가슴에서 철철이 피고 지는 꽃들의 가냘픈 이야기보다도 더 역력히 알고 있다.
산은 가슴 언저리에 그 어깨 언저리에 스며들던 더운 피와 그 피가 남기고 간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마련하는 역사와 그 역사가 이룩할 줄기찬 합창소리도 알고 있다. 산은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슬 젖은 하얀 촉루가 딩구는 저 능선과 골짜구니에는 그리도 숱한 풀과 나무와 산새와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그리고 그칠 줄 모르고 흘러가는 시냇물과 시냇물이 모여서 부르는 노랫소리와 철쭉꽃 나리꽃과 나리꽃에 내려앉은 나비의 날개에 사운대는 바람과 바람결에 묻혀가는 꿈과 생시를 산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산은 우리들이 내일을 믿고 살아가듯 언제나 머언 하늘을 바라보고 가슴을 벌린 채 피묻은 역사의 기록을 외우면서 손을 들어 우리들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이여! 나도 알고 있다. 네가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역력히 알고 있는 것이다.
신석정 (1907∼1974)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본명은 석정(錫正), 아호는 석정(夕汀). 1931년『시문학』동인지 제3호에「선물」로 작품활동 시작. 박용철, 김영랑, 김현구, 정지용 등과 시문학파 동인 활동. 주요 시집으로 『촛불』,『슬픈 목가』, 『빙하』,『산의 서곡』,『대바람 소리』. 전주고 김제고 전주상고 교사. 유고 시집『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창작과비평사, 2007).
바람을 따라
신석정 시/ 허복수- 고은혜 낭송(한국시낭송문화군산예술원)
그때 나는 바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바람을 따라가면 바다같이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떼 지어 흘러가고 구름 밖엔 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들을 만나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길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지상에서 숱하게 일어났던 일을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별들은 역력히 알고 있었다.
별들과 이야길 주고받던 나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너무도 부끄러운 까닭이었다.
다시 바람은 나를 데불고 구름을 헤쳐 무지갤 건너서 새벽안개 자욱한 강 언덕을 찾아가고 있었다.
바람을 따라 강 언덕을 걷노라면 민들레꽃들이 모여서 흐드러지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들레꽃들도 자랑할 수 없는 지상의 모든 일을 너무도 소상히 알고 있는데 나는 놀랬다.
바람을 따라 언덕길을 한참 걷다가 숲길로 빠져나가면 사슴 떼가 한가히 놀고 있었다.
이윽고 바람이 대숲으로 돌아간 뒤 홀로 언덕길을 헤매던 나는 끝내 흐느껴 울다가 소스라쳐 깨었다.
어디서 밀화부리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해적선 10 ―당신들의 하나님
이적(시인)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 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 하여 온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 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위를 돌아 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창세기 1:28) 나에게 청하여라 만방을 너에게 유산으로 주리라 땅끝에서 땅끝까지 너의것이 되리라 (시편: 2:28)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노라(마태 10:34)
파도소리 은빛구슬처럼 영롱히 빛나는 밤바다 파도는 내 영혼을 할키고 상처난 평원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악한자들에게 화평을 주러온 것이 아니라 검으로 악한것들을 다스려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 마져 침략의 교과서로 만들고 학살의 교본으로 만들어버린 아 아 그들의 이름은 청교도
우리에게 축복의 땅을 내려 주사 오, 아메리카 무고한 원주민을 도륙 하고 학살 하는 것을 허락 하신 하나님 식민지 2대 총독 월리엄 브래드 퍼드의 일기내용이 아니더래도 그들의 하나님은 살육자로 그땅에 오셨나니
북미대륙에서 1만년 이상을 살아온 크리크족, 수우족, 샤이엔족, 아라파호족
코만치족, 푸에블로족, 나바호족, 아파치족 체로키족은 살육자 하나님의 허락으로 19세기 말까지 3천만 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인디언을 죽여야 우리가 산다 그들을 살려두면 우리 백인이 살 수가 없다 1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10만 명의 원주민이 미군의 총알받이로 버려지고 나서야 휘귀종이 되어버린 인디언 부족 살아 남은 자도 관광자원으로 백인의 배를 불려준 세기의 살인 도박
무엇을 위한 갈망인가 욕망은 욕망을 낳고 갈망은 죽음을 불러들이고 주검은 해적선이 가는 바다 마다 둥둥 떠다녔다 인류를 분해 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해적선 국가 그 국가는 지금도 피를 머금고 검은피 백색피 공장을 가동 시키며 세상을 노려 보고 있다
하늘에서 죽은 별이 우두둑 쏟아진다 오 ,오 당신들의 하나님 .
이적 시인 1987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전신) 기관지 『민족문학』 5집 신인으로 등단. 주요시집으로 『바스티유의 땅』 『이별과절망의 둔주곡』 , 『식민의노래』 등. <평화협정운동본부> 상임대표, <반미투쟁본부 상임대표>로 활동 중.
● 평화시 낭송3― 이민숙, 이철경, 박학봉, 박태건 시인
신단수 팽나무, 팽나무 신단수 ― 군산 옥서면 선연리 205번지 옛 하제마을에서
이민숙(시인)
지금으로부터 4천여 년 전 태백산 신단수 아래 아름다운 자태로 엎드린 어머니는 백 일 치성 후에 딸 하나를 점지 받았습니다 생명나무 팽나무는 그 딸이 사랑해마지 않은 낭군!
사랑의 전생은 현생을 낳는 법, 이렇게 하룻날 불림을 받아 왔습니다, 와서 보니 그 팽나무, 하제마을 신단수로 대를 이었다 합니다 하늘의 뜻으로 살아온 지 6백년, 아 환합니다! 아니 외롭습니다 그립습니다
바람은 6백 년이나 이 나무신을 흔들고 빗방울들 울먹울먹 까르르르 이 나무신을 적시고 뿌리란 뿌리 어머니 대지는 쓰다듬어 키웠으며 새잎이란 새잎, 연두의 오월 열매란 열매 조롱조롱 배고픈 새들을 끌어안았습니다 녹두장군 닮은 흰옷의 백성들을 얼싸 안았습니다
그런 뿌리라고 흔들리지 않았겠습니까 역병의 시대깨나 관통하면서 혁명의 천하를 헤쳐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피 흘리고 절망했을 천지신명 신단수 팽나무
아프고 슬프고 처참했을 생명의 뿌리! 천둥번개 맞았을 어둠의 뿌리! 침탈의 총칼 앞 맨몸 사면초가 오열했을 뿌리!
그러나 시대의 새벽은 상처 치솟는 빛으로 휘돌아 형형하고 역설은 역설을 낳아 하늘의 뜻은 뼛속 깊이 웅장한 사랑으로 소생했습니다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이제는 인간의 일로 남겨진 오늘 하늘의 몸과 정성의 길과 화해의 배움 위에서 한 맘 한 몸 미래의 깃발을 세워야 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뿌리 너머 뿌리로 정신의 결을 새기고 오늘이 사천 년의 하루, 600년의 첫 발자국이라는 일념으로 드높은 우주 평화 팽나무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단기 사천삼백오십육 년, 팽나무 신단수 6백 년, 용암의 열기가 밀어내는 사랑의 폭발음처럼 모두 함께 6백 년만의 통곡을! 정성으로 기억 찾은 천체 천명의 오늘 샘이 깊고 뿌리 깊은 선언, 만방에 피워 올릴 축제의 날입니다
이민숙 시인 전남 순천 출생. 1998년 『사람의 깊이』 창간호로 등단. 주요 시집으로 『나비 그리는 여자』,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 『지금 이 순간』 등. 샘뿔인문학연구소 대표. 순천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수호신
이철경(시인)
그들만의 슈퍼히어로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비 오듯 퍼붓자 게임하듯 환호하던 백인 얼굴에서 황폐한 거리가 오버랩 되던 그날 투하된 미사일 섬광에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눈이 멀거나 파편에 팔이 잘려나가거나 폭음에 배가 터지는 아비규환의 참상을 외면한 채, 언덕 위에서 밤하늘 불꽃놀이에 환호하는 악마의 미소를 보았었네,
먼 나라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전쟁놀이가 우리 하늘 우리 산하에서 전쟁연습이 끊이질 않았네. 유구한 산하에 화살이나 창이 아닌 거대한 폭음으로 대지가 흔들리고 이 땅에서 최첨단 무기 실험이 자행되는 제국의 전쟁 놀이터가 된지 오래,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서 멀지 않은 구비 섬을 바라보면 한때는 밤마다 폭죽 터지는 불꽃놀이를 볼 수 있었네 매향리 구비 섬처럼 하제 마을 600년 팽나무도 작은 들꽃도 평화로운 청개구리나 도롱뇽도 군사놀이 타깃이 되어 사라지려네.
미군이 들어선 오키나와 군사기지처럼 바다 건너 대륙과 가까운 하제마을도 돌아앉은 폐허에 평화가 뒷걸음치고 전쟁광만 남아 불의 고리가 될 것이네 미군부대 주변은 밤이고 낮이고 기상나팔로 시작하여 취침나팔까지 날아오르는 굉음과 파괴의 일상으로 지저귀던 새들도 떠나가고 아이 울음소리도 끊기고야 말겠네. 고향을 떠난 주인 잃은 빈집엔 외래종 잡풀만이 무성하게 휘감고 하제마을 원주민은 고향을 잃은 채 일만 년 이어온 수호신마저 떠나가겠네.
이철경 시인 1966년 전북 순창 출생. 2011년 시전문 계간지《발견》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죽은 사회의 시인들』,『한정판 인생』, 평론집『심해를 유영하는 시어』등.
하늘도 머리 숙이노라
박학봉(시인)
여기가 어디인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고향이어라
여기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피타는 절규는 사람이나 초목이 외치고 있다
팽나무 한그루 그것이 우리와 운명을 함께하는 것은 조국의 것이기에 영영 둘로 갈라설 수 없다
조국이 가야 할 영원한 하나의 길 통일의 길 같이 가야 한다 헤어져 간다면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이어라
아, 어쩌면 긴긴 세월 침묵으로 버텨오며 분단의 설움 안고 있어라 이 땅의 역사의 증인으로 당당하게 서 있구나
제주 강정마을 동백나무가 눈물이 아니라 피를 흘릴 때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야 운명의 갈림길에 밤마다 피눈물이라
평택, 송탄 그리고 군산미군기지의 확장은 이 땅의 노동자, 농민에게 더 큰 고통과 불행을 줄 것이라
그뿐 만이랴, 반환된 미군기지는 각종 발암물질에 기름 범벅이 되어 먼지도 일어나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려고 하는구나
우리 땅을 죽이고 민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전쟁연습 생화학무기실험에 힘자랑하지 말고 미제여 이 땅을 떠나라
결코 이대로 물려줄 수 없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어라 분열의 세월을 두고 잠 못 드는 이 땅의 밤이 분노를 합쳐
갈기갈기 찌긴 태양의 해발이 되고 별이 되어 내 가슴을 치고 있노라 통일 조국 못 넘겨주고 동강난 강토를 물려준다면 고통과 슬픔의 상처 우리 가슴에 푸른 번개가 칼날처럼 내리 꽂히리라
짓밟힌 땅 위에 너, 미제의 면상을 세차게 후려쳐라 반미의 불덩이가 되어라 길길이 자란 해묵은 가지마다 분노의 주먹이 되니
통일의 밝은 아침 오려는지 평화의 거세찬 외침이 동트는 새벽노을을 불러 오는구나 그것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이 아니던가
박학봉 시인 1957년 경기도 가평 출생. 1983년 <광주젊은벗들> 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분단과 통일시> 동인. 현재 인문학 카페 <메아리> 대표. <프레스아리랑> 발행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으로『우리의 심장에 총이 있다』등.
육백 년 동안의 고독
박태건(시인)
이것은 세상의 끝, 절망의 땅에 대한 얘기다 냄새를 증오하는 심심씨의 보고서다 실직과 이혼과 물가인상이 삼각 파도로 덮칠 때 씹을 것은 혀밖에 남지 않았다고 그는 썼다
심심씨 입속에 자리 잡은 팽나무는 6백년 간 뻗어 온 거대한 뿌리로 절망의 경계를 넘는다 지하에 뻗은 뿌리의 영역만큼 지상에 드리운 육백 년의 그늘
고독으로 깊어진 그늘 아래선 누구를 만나도 걱정이 없다 서양에서 온 위장병이 관절염에게 인사를 한다 헬로, 헬로 참을 수 없다는 듯 해소와 기침 가래가 헤드뱅잉을 한다
혀와 혀가 만나듯 냄새는 냄새를 만나 번식한다 키스, 키스, 키스 가을엔 세상의 모든 경계를 당신의 잎으로 덮어주세요
해질녁, 미군기지 철조망 너머 파란 하늘에 찬란히 뿌리를 뻗는 팽나무의 넓은 품으로 먼바다를 헤매던 파도가 밀물로 달려온다
박태건 시인 1971년 전북 익산 출생.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나바위성당 팔각창문 아래서』, 산문집 『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 등. 제13회 불꽃문학상 수상.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후기>
군산 하제 평화문학축전에 전국에서 달려와 하나가 된 시인, 작가, 평론가 문우들, 시민들과 더불어 어제, 그제 일박 이일의 일정으로 짧지만 길게 가슴에 많은 것을 새기며 잘 다녀왔습니다. . . 특히 군산은 어머님의 고향이자 친정이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불행하게도 어머님의 생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
바로 우리의 팽나무가 상징하는 전쟁의 위험과 평화의 갈구는 저에게는 시인과 사제, 온전한 세상의 근원적 개혁과 평화가 잃어버린 어머님의 삶과 존재, 그 얼굴과 모습을 살려 내드리고 부활케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특별히 시인의 가슴과 생생한 이 땅 문학의 모티브로 군산과 하제는 저에게 더 절실하고 통절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 . 하제 팽나무 너머에 그리 멀지않게 새로이 건립 돤 최신식 거대한 미국공군 격납고들이 무려 20개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평화로운 부촌이던 3000명의 한 면단위 규모의 주민들이 어느 날 흔적 없이 쫓겨 가야만 하였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하는 아메리카 극동군사전략의 일환으로 미군기지 확장 건으로 거대한 격납고, 탄약고가 우리의 평화로운 땅과 생존의 성스러운 마을을 초토화시켜 쫒아내고 600년 수명의 팽나무의 생명과 위용도 촛불 앞의 등불 신세입니다. . . 우리의 조국, 민족의 생존과 평화가 이럴 듯 참으로 위기의 백척간두입니다. 거기에다가 못나고 어리석은 윤석열이 대통령이랍시고 우리민족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 대신에 아메리카와 일본의 신식민지를 자청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이없는 외교와 안보전략은 우리 한반도가 불구덩이 현장이 될 수 있는 위험하고 두려운 현실과 구조 속으로 우리 전체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쿼바디스 한반도 우리의 평화와 조국을 위하여 손을 뜨겁게 잡고 기도하며 싸우며 힘을 합해야만 하겠습니다. . . 쉬운 일은 결코 이니나 8순의 백발이 성성하신, 그러나 푸르른 청년의 불굴의 열정과 의지로 싸우시는. 살아있는 인간 팽나무 ㅡ노신부님이 그 현장에 버티고 계셨습니다.
“우리 승리 하리라” 입니다.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최자웅 시인)
미국이 대한민국 곳곳에 마음대로 군부대를 만들어 그곳은 한국인은 들어갈 수도 없는 미국땅이란 사실을 일반 대중들이 의의로 잘 모른다는 것이 매우 답답한 일이다.
그곳이 캘리포니아 주소라는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너무도 많고 그저 6.25때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준 나라로 기억하며 숭배하고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태극기를 모독하는 태극기부대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제주도의 격납고 흔적은 교훈이라고 말하기도 무서운 일본놈들의 온갖 만행이 저질러진 고통의 땅이라면, 어제 군산 평야에 미군이 지은 격납고는 최근에 지었다는데 문정현신부님께서 격납고를 짓는 것을 보고 꼬리뼈부터 쇠가 치솟아 오른 듯 고통이 심해져 걷기조차 힘들다는 말씀은 가슴을 쳤다.
창원 시내 한복판에 미군 사격장이 들어선다고 하고, 동탄에서 철수하여 평택으로 옮겨간 미군은 어마한 면적의 우리 땅을 지네들 땅으로 철조망을 치고 학교도 짓고, 수영장이며 모든 생활의 소비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탄의 비워진 땅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데 이러한 전국적인 현상에 심상치 않은 느낌은 기우일까?
일본이 나가고 그 모든 것을 인계 받은 미군의 점령이 백년에 가까운 세월, 윤 정부 들어서 세력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3천여 명의 주민들을 몰아내고 미군이 점령한 군산 하제마을은 지형이 낮아 중국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지리적 요충지로 선택받아 한국민은 들어갈 수 없도록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팽나무의 위용을 발견한 사람들이 보호수로 지정받도록 지켜냈다는 팽나무는 뒤늦게 도에서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하고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등재되도록 서류를 등록했다는데 그리되면 거악한 미국놈들이 팽나무를 없애지 못할것이다.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애쓴 분들이 계셨다는 것과 두 형제 신부님께서 제주 강정을 지키는 일에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왔다 갔다 하시는 고독한 저항의 순례길이 참으로 숭고하다.
춤을 추고나니 알아보시고는 손을 맞잡아 주시며 "춤이 젊다"라고 일갈해 주시는 문규현 신부님 말씀이 시인이셨다며 곁에 있던 박시인이 등단시켜 드려야 한다고 다른 동지들께 전언하며 신나하니 나 또한 흐뭇했다.
문규현 신부님은 국내가 아닌 미국평화포럼대회에서 뵈었었다. '춤이 힘이 있다' "춤에 눈물이 났다"는 소감은 들었어도, 춤이 젊다는 소감은 나 역시 처음이었다. 동생 신부님이신 문규현신부님께서 "형님께서 어느날 "외롭다!"하시더라" 그 말씀이 참 아렸고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많이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제마을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마을을 지키던 수호신 나무를 베면 급살맞아 죽는다고 하셨는데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되고 팽나무를 지켜야 한 평의 땅이라도 미국에 뺏기지 않는다. 미국은 우방이 아니다! 점령군이고 세계에서 가장 집요하고 가장 많이 한국의 고혈을 빼먹는 착취자이다.
윤정부 1년 만에 미국의 무기를 산 규모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몇 배 규모라고 하니 이 또한 매서운 매의 눈으로 시민들의 비판과 저항의 행동이 요구되는 것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윤정부의 실정과 혈세 낭비가 나라를 거덜내고도 국격은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져 자고나니 후진국이 되었다는 신조어 등장이 이미 오래 있었고 참으로 고약한 시대가 되었다.
(장순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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