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니콜라이2세 대관식 고종 선물 전시
김원일 /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러시아 루데엔대학교 교수
“한국과 무기고” 전시회 개막일이다. 목요일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보낸 선물 전시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무기고 로비에서 개최되었다. 관람객들은 2월 10일부터 전시회를 볼 수 있다.
옐레나 가가리나 모스크바 크렘린 박물관 관장은 “오늘 1896년 있었던 니콜라이2세의 대관식에 대한제국 대표단이 드린 매우 흥미로운 선물 전시회의 개막식에 참가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는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막식에는 러시아 대통령 자연보호, 환경, 교통문제 특별대표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이사장과 장호진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가 참석했다. 이바노프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양국의 공통의 역사에 대한 분명한 증거라면서 전시된 선물들이 1896년 대관식에 헌정된 그 모양대로 복원되어 전시되었다고 덧붙였다.
가가리나 관장은 “이번 전시회는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한국 소장품을 전시하는 것뿐 아니라 이 소장품들에 생명을 되돌려준 복원 전문가들에 대한 일종의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 전시회는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대한제국 황제인 고종이 전권공사를 통해 전달한 선물들을 전시한 것이다. 이 선물들은 지금까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전시품들은 사전 복원 작업을 거친 19세기 조선의 명장들의 작품 5점이다. 가가리나 관장에 따르면 대관식 선물은 전체 17점이었다. 그들 중 5점이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었고 다른 그림 2점이 추가적으로 모스크바 크렘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수 개의 물품은 모스크바 동양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2개의 병풍은 분실되었다.
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예카테리나 셰르비나는 “대관식에 참석했던 대한제국의 전권공사와 사신들은 당시 폐쇄적인 국가이던 대한제국에서 공식적 인사로서 유럽을 방문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리고 이 방문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었고 러시아가 대한제국을 크게 지원했던 상황, 즉 대한제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정치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열쇠가 없던 흑칠나전이층농을 열었다
크렘린 박물관은 전시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로 흑칠나전이층농을 손꼽았다. 이 농은 장식이 매우 화려하고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장인은 자개를 널리 사용했으며 무병장수를 비는 상징물들을 조합하여 농을 장식했다. 이 농은 한국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소재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지원 사업’을 통해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 복원예산을 지원함으로 시나리오’에 전러시아 그라바리 미술과학복원센터에서 복원작업을 시행할 수 있었다.
그라바리 센터의 복원전문가들인 라리사 게트만, 알렉산드르 조토프, 로만 스투덴니코프가 타스 통신에 전한 바에 따르면 작업 1단계에서 부딪친 문제는 농을 여는 것이었다. 농의 문이 잠겨있었는데 열쇠는 분실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어떻게 자물쇠를 열 것이며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스투덴니코프 전문가는 “약간의 수고를 거치고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한 끝에 열쇠를 만들었고 문이 아주 잘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자물쇠의 역사에 관한 문헌을 공부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크렘린 박물관은 이 농을 열 수 있는 두 개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조토프 전문가는 “모든 내부에 붙인 재료를 분해하고 틈이 생긴 곳을 붙이고 뒷면을 납땜하고 강화해야했다”라고 설명했다. 게트만 전문가는 농 내부에 장미색 종이가 붙여져 있었으며 문에는 동물들(십장생)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스투덴니코프 전문가는 “그림은 생생하고 풍부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고 덧붙였다. 또한 복원에 필요한 자개를 선정해야 했다. 게트만 전문가는 “우리는 자개의 색깔과 광학적 성질에 근거해서 재료를 골랐는데 정확히 선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도 자체적으로 2개의 백동향로 복원작업을 시행했다. 백동향로에 새겨진 박쥐와 나비 문양은 한국의 전통에 따르면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관식 선물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은 당시 가장 유명한 화가이던 오원 장승업이 그린 1890년대 작품 ‘고사인물도’ 2점이다. 이 두 점의 작품은 2022년 푸시킨 국립 미술관 복원실에서 복원했다. 첫 번째 작품은 도교의 창시자인 노자로부터 그의 가르침을 기술한 경전 “도덕경”를 받는 모습을 그린 노자출관도이며, 두 번째 작품은 중국의 시인 이보(이태백)가 취한 모습을 그린 취태백도이다.
복원 전문가인 마리나 프롤로바는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들을 복원하는데 있어서 난점은 작품의 크기가 큰 것이었고 그 외에도 상단이 떨어져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프롤로바 전문가는 “우리는 다시 그 작품을 모아서 비단이 떨어진 부분을 붙였다. 비단은 매우 얇았다”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박물관이다. 무기고는 1806년 일반에 공개되었다. 크렘린 박물관은 러시아와 해외 예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기사출처: 세계한인신문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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