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 대미 핵 위협 더 노골화…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 등 도발 본격화 가능성
북은 건군절을 맞아 8일 개최한 열병식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을 한층 노골화했다. 열병식을 기점으로 올 들어 잠잠했던 무력시위를 본격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VOA통신에 의하면 북이 8일 개최한 건군절 열병식은 자신들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다양한 핵 무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7형’을 11기 등장시켰고 고체연료 추진 ICBM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ICBM 4기도 처음 선을 보였다.
이와 함께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 운용부대인 전술핵 운용부대도 열병식에 처음으로 등장시켰다.
전문가들은 정주년인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치러진 이번 열병식이 지난해 4월 25일 열병식보다 규모는 오히려 줄었지만 미국과 한국에 대한 핵 위협 측면에서 보면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의 관영 매체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는 46개 도보종대와 14개 기계화종대 등 총 60개의 열병종대가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열병식에 72개 종대, 2만여 명이 참여해 역대급 규모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 ‘화성-17형’이 11기나 등장한 것은 4기가 동원됐던 지난해 4월 열병식보다 3배 가까운 수치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국을 겨냥해 ICBM의 양산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보통 열병식에는 무기체계가 이렇게 단일 기종이 여러 기가 공개되진 않죠. 이번에 11기가 공개됐죠. 그만큼 북한이 생산 능력과 함께 초대형 ICBM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과시하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여집니다”라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고체연료 추진 ICBM으로 추정되는 새 미사일은 수년 전부터 북이 지속해 온 고체연료 엔진 시험의 성과를 기초로 조만간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은 지난 12월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ICBM급 추력의 신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말엔 함경남도 마군포 엔진시험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최근 지상연소시험이 1단과 2단 고체연료 엔진 시험이었을 수 있다며, 북이 아직 1~3단까지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을 완성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과거 신무기 공개 후 시험발사를 했던 패턴으로 볼 때 조만간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여태까지 미사일을 개발해 온 이력을 봐선 1,2단은 지상 연소실험을 했기 때문에 3단은 아마도 기존에 있던 소형 로켓 모터를 사용할 수도 있고요,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북한이 늘 하듯이 그냥 올 상반기 중에도 충분히 시험발사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라 말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신형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 텔(TEL)에서 발사관 직립 장치가 식별돼 단순한 모형이 아닌 실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사무국장은 북이 이번에 공개한 고체연료 추정 ICBM은 2017년 4월 공개한 미사일보다 크기가 커 북이 그 사이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고체연료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한 북이 조만간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공개된 텔은 중국제 차량에 바퀴는 8축 16륜, 발사관 직립 장치는 발사관 하부 중앙 지점에 1개가 있는 형태였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북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9축 18륜 차량에 직립 장치가 발사관 좌우 측면에 달린 형태로 나타났다.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ICBM은 신속한 연료 탑재가 가능하고 연료탱크 부식 우려가 있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탑재 후에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미국과 한국의 감시 정찰자산이 발사 징후 등을 사전에 포착하기가 어렵다.
북이 전술핵 운용부대를 열병식에 처음 등장시킨 데 대해선 대남 전술핵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하고 있다.
북은 열병식에서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KN-23, KN-24, KN-25 등을 대거 공개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전술핵무기는 북한이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무기체계로서, 이번 열병식 등장을 계기로 향후 미한 연합훈련 등에 대응해 전술핵 부대의 훈련 상황을 노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무 교수는 “이번에 전술핵 부대를 퍼레이드에 등장시킨 것은 한미 연합훈련 특히 가까이 있는 미국의 위협에 대해서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또 다른 메시지를 주는 거죠. 지금까지 개발한 단거리 전술미사일들과 그 외 기타 운반수단을 실제 훈련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앞으로 그런 것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아요”라고 밝히고 있다.
북은 지난해 말 무인기 한국 영공 침범 도발 이후 이렇다 할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초 미한 공군이 서해상에서 전략자산을 동원한 공중연합훈련을 했는데도 북한이 맞대응 무력시위가 없었지만 열병식 이후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아마 그동안엔 열병식 준비에 주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북한 외무성에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열병식을 기점으로 북한의 무력시위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요”라 말했다.
한편 10일 북의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열병식에 참가한 부대 지휘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제국주의 폭제가 날로 포악해지고 있다며 이를 제압하기 위해 군이 빠른 속도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기사출처: VOA(2.10.서울 김환용기자)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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