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극
《꿈다리》
해설: 이 이야기는 서유럽의 어느 한 도시의 다방에서 있은 동포고객들의 대화에 기초한 것이다.
(음악속에)
동포1: 한 선배님, 듣자니 이제 얼마 안 있어 해외 노동생활 끝마치고 집으로 가신다죠.
동포2: 응, 귀국하네. 떠나기 전에 자네와 작별주를 마시고 싶어 이렇게 찾았네.
동포1: 예- 감사합니다. 선배님,
동포2: 귀국할 생각에 요즘은 밤잠이 다 오지 않아, 어제 밤에는 기막힌 꿈까지 다 꾸고.
동포1: 기막힌 꿈이라니요, 운수가 펴이는 요란한 꿈을 꾸신게죠?
동포2: 요란한 꿈이라… 글쎄, 요란한 꿈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튼 어제밤 《희한한 꿈다리》를 건너왔네.
동포1: 아, 《꿈다리》, 선배님도 어느 옛시에 나오는 그 황홀한 《꿈다리》를 건너오신게군요.
동포2: 헌데 그 《꿈다리》밑으로 뭐가 흐르는지 아나?
동포1: 《꿈다리》밑으로요? 글쎄?!
동포2: 자, 날도 어수선한데 소주나 한잔 하세. (술붓는 효과, 잔찧는 소리효과) 수년간 집을 떠났다가 돌아가는데 왜서 내 마음이 무겁기만 할가. 하나도 기쁘지가 않네.
동포1: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아, 집으로 갈 땐 말못하는 짐승들도 달음박질 친다는데… 하물며 고국을 떠나 수년간을 해외생활하신 선배님이야 오죽하겠나요.
동포2: 자넨 내 고충을 다 몰라. 자영업이 파산돼서 처랑 애들이랑 지하층살이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돼오네. 자네두 알테지. 지난해 큰물때 지하층에 살던 세모녀가 죽은 사실 말이야. 다음번에 물에 잠겨 죽을건 아마 우리 가족일거네. 자, 진성이, 이 쓴 술이나 마시자구.
하기야 원래부터 전셋집 신세이던걸 뭐, 하두 속이 타서 후배 앞에서 이런 소릴 한다만… 그렇다구 자네 날 비웃지 말게.
동포1: 비웃기야 왜 비웃겠습니까. 나두 같구같은 신세인데요.
동포2: 뭐? 자네도?
동포1: 예, 우리 집은 요 며칠 전에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했답니다.
동포2: 그러니 동병상련이라! 정말 자네 처지도 막연하구만.
동포1: 선배님, 내 여기로 오기 전에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아버지랑, 어머니랑 같이 보름달에게 제집을 가지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동포2: 아따, 모두들 천진한지, 아니면 어리석은지… 아, 하늘의 달이 주택회사사장인가, 건설주인가? 둥근달에게 빌어서 집이 생길것 같으면 이 땅에 집없는 사람 없겠다. 안그런가?
동포1: 아, 어리석은걸 몰라서 그럽니까. 그래도 마음상으로나마 위안이 돼서 그러지요.
동포2: 그런데도 《정부》것들은 밥먹고 뭣들 하는지… 에익 더러운것들같으니…
동포1: 아, 그걸 몰라 그러십니까? 그 《정부》란 처음 《선거공약》때에나 표를 많이 따내자구 《공공주택창출》이요, 뭐요 하면서 알짜 빈공약으로 《서민》들을 기만하지요.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던가싶게 공약은 가뭇없이 사라지구요.
동포2: 정말 하루하루 살기가 막 지겨워 죽겠네.
동포1: 집한채 가진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면 《평생소원이 내집마련》이라는 낱말이 유행어가 되여버렸구 또 미친 집값에 사람도 미치구 미치다 힘빠지면 맥없이 죽어버리구, 이게 바루 《이남사회》의 현실이지요.
동포2: 그래 얼마나 제집마련이 소원이면 그런 말이 다 나왔겠나. 그런데도 지금까지 당국은 서민의 꿈따위는 강건너 불보듯 하며 세월을 보냈지. 그뿐인가. 윤석열이란놈은 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내는 혈세를 뭉청 떼서 용산에다가 《대통령실》과 관저를 요란하게 꾸려놓고 풍청댄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동포1: 그러게 말입니다. 선배님, 그래도 우린 좀 나은편입니다. 이남땅에 집없는 세대가 900여만세대나 된다지 않습니까.
동포2: 참 생각할수록 억이 막혀. 태를 묻은 제땅에서도 집이 없어 지하층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살아야만 하니 이것도 《나라》인가?
동포1: 《나라》요? 그런 말씀마세요. 땅은 있어도 살 곳이 없고 하늘은 있어도 칠칠야밤처럼 어둑컴컴하기만 한 세상에서 무슨 《나라》를 찾아요?
동포2: 그 말 참 옳네. 저들은 호화주택 몇 채씩 가지고 흥청망청 살면서 《서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자들, 권력만 쥐면 《서민》들의 혈세를 가로채여 제 배나 불리우는데 급급하는 자들이 떡떡대는 세상이 무슨 《나라》겠나!
동포1: 선배님, 인터넷에서 보니 북에선 평범한 노동자들이 새집에서 또 새집으로 이사를 가구 어려운 일,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집, 궁궐 같은 집에서 살게 해주고 있습디다.
동포2: 나도 보았어. 송화거리, 경루동 호화주택에 평범한 노동자들이 보금자릴 펴는 걸 말이네. 올해에두 《이북》에선 평양시는 물론이구 지방들과 농촌들에도 현대적인 새 주택들을 계속 건설한다질 않나.
동포1: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그게 천당이지 다른게 천당이겠어요.
동포2: 그래, 그 말이 맞아. 참, 꿈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내 어제밤 꿈도 집에 대한 허황한 꿈이였어.
동포1: 예?! 집에 대한 허황한 꿈이라구요?!
동포2: 한번 들어봐. 곰팽이 낀 지하층에서 살던 내가 글쎄 재벌별장못지 않은 수백억원짜리 호화집에서 살지 않겠나.
동포1: 수백억원짜리집에서요. 야, 정말 상상이 안가는데요.
동포2: 나도 깜짝 놀랐어. 갑자기 집부자가 되고보니 정말 정신이 나갈 지경이였어.
동포1: 야, 선배님, 그때 나를 좀 찾지요. 그 집을 나도 좀 보게. 선배님은 참 좋겠어요. 꿈에서라도 그런 집을 봤으니… 정말 부러운데요.
동포2: 진성이 자넨 다 몰라. 꿈에서도 그 집은 내집이 아니였어. 글쎄 내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이방 저방 돌아보는데 경찰이 나타나 왜 남의 집에 승인없이 들어왔는가고 족쇄를 채우려 하지 않겠나. 눈앞의 호화집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아, 겨우 사정사정해서 풀려나 내가 살던 지하층집에 와보니 대기업의 공장부지가 되였다면서 아빠트 전체를 허무는 통에 들어갈수조차 없게 되지 않았겠나. 식구들도 다 맨땅에 나앉아 통곡하고있고, 정말 맹랑해서… 내 원 참, 온밤 베개가 다 젖도록 울고 또 울었네. 도저히 실현될수 없는 기막힌 현실, 꿈마저도 각박한 내 처지를 생각하니 그만 서러움이 북받쳐 소리내서 울었어.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알았어. 세상에서 나같은 사람들의 《내집마련꿈》은 언제 가도 가당치 않다는걸, 우리 《서민》들이 꾸는 《꿈다리》밑으로는 피눈물이 흐를수밖에 없지.
동포1: 《꿈다리》밑으로 피눈물이요! 거 참, 신통한 표현입니다. 정말 그 땅에선 꿈도 《서민》편이 아니지요. 후-
동포2: 반면에 북을 좀 보라구.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 살림집해결을 나라의 중대국사로 내세우고 민중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있지 않나. 정말 꿈같은 세상이지. 꿈같은 세상!!!
동포1: 정말 그래요. 선배님, 아마 《이북사람》들이 꾸는 《꿈다리》밑으로는 행복의 눈물만이 흐를겁니다.
동포2: 행복의 눈물! 정말 그래. 그 흐름은 그칠줄 모를거야. 아, 나도 그런 세상에서 반드시 현실로 되는 꿈을 꾸며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나.
동포1: 그러게 말이예요.
동포2: 진성이, 명백한건 우리 《서민》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똑바로 깨닫고 민중이 주인된 세상을 만드는 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는거네.
동포1: 나도 지금 그 생각입니다. 이남땅에 민중의 참세상을 기어이 안아오고 제집마련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나, 진성이도 정의로운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동포2: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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