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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 사진 김문보의 '아리아리랑'
개성 선죽소학교 졸업반 소년들이여 한없는 그리움 연민 예시한 눈빛이여 반은 인민군...반은 국군으로 갈라져
1946년 개성 선죽소학교 제34회 졸업생 들입니다. 당시 벌써 34회라니 개성에선 꽤 일찍이 근대식 초등교육이 시작된 듯 합니다. 학년 전체 약 60여명인데, 사진 속에서 여학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섭섭합니다.
앞에서 세번 째 줄 네번 째에 체크되어 있는 소년이 올해 구순을 맞은 제 장인 어른 김규찬님이십니다. 어르신은 일곱 남매 중 세번 째로 태어나 위로 두 형, 아래로 여동생 남동생들을 두고 개성시 선죽동 1번지 부유한 집에서 자라다가 나중에 500번지로 이사해 사셨다고 합니다.
"오빠~! 잘 갔다 와~!" 마지막 인사
해방직후 개성 소년들의 모습은 대체로 씩씩하고 의로와 보입니다. 김규찬님의 순진무구한 눈빛은 미래를 예시하듯 한 없는 그리움과 연민에 빠진 듯 합니다.
개성은 38선 경계지점이라 미국에 의해 분단선이 그어진 이후 이승만의 남한 치 하에서 살았는데, 남쪽에서 자주 북쪽을 향해 국지전을 일으켰다고 증언하십니다.
1950년 6.25가 터지자, 여섯살 위 제일 맏형이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나갔습니다. 어느 날 밤 모친의 꿈에 의용군 간 형이 "나 멀리 간다"라며 손 흔들어 인사 하더 랍니다. 안되겠다싶어 세살 위 둘째 형이 열다섯 살의 김규찬에게 몸에 맞지 않는 큰 국군복을 헐렁하게 입혀 둘이서 남쪽 으로 피란했습니다. 열 두살의 여동생이 "오빠들 잘 갔다 와~"하고 손을 흔들었 습니다.
남쪽에 온 형제는 갈 곳이 없어 국군에 입대, 전쟁터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그러나 인민군에 밀려 경남 창녕에 이르 렀을 때 형이 아파 수용시설로 가는 바람 에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지만 형제가 만날 길은 막막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김규찬님이 사귀게 된 어느 지인이 신문사에 광고를 내어 형이 찾아오게 되고, 극적으로 만났 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갈 길이 막혀 버 렸습니다. 형제의 삶은 말할 수 없는 고 난의 연속이었답니다. 와중에 기적같이 각각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것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적군과 아군이 된 동급생 친구들
사진 속 소년들은 아마도 반은 인민군, 반은 국군으로 흡수되어 전쟁을 치르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만약 전투 현장 에서 적군으로 친구끼리 또는 형제가 만났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친구야, 전쟁 끝날 때까지 죽지 말고 살 아라. 고향에서 꼭 만나세." "아우야, 이게 웬 일이야. 꼭 살아야 한다. 전쟁 끝나고 집에서 보자." 다급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보냈 을 것입니다.
따져보면 우리는 이념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닙니다. 패권을 쥐고 세계를 지배하려 는 강대국 농간과 친일파 세력가들의 이해관계가 무장 독립항쟁가들을 빨갱이 로 몰아 북쪽에 고립시킨 것이 우리의 분단입니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빨갱이 운운하 며 이념을 핑계로 친구와 가족, 민족과 나라까지 갈라먹은 것입니다. 이에 무지 한 국민들이 80년 동안 속고 세뇌되며 살아온 결과가 오늘의 남북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자유주의 빨갱이 구분이 의미 가 없음은 오늘날 중국 러시아 베트남과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 또는 동구권 옛 소련 지역 나라들의 발전과 삶의 모습을 보면 단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모양이나 인간성은 종교 사상 이념의 차 이를 넘어 본질은 똑같다는 말입니다.
종교 사상 이념 보다 위에 있는 것이 형제와 가족 인간입니다. 인간 보다 위 에는 다시 삶이 있습니다. 삶 보다 위엔 아마도 최상위 개념에 둘 수 있는 생명 과 생명의 본능인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날 인류문명은 하위 개념인 종교 사상 이념을 빌미로 상위에 있는 인간 과 삶과 생명과 사랑을 파괴하는 짓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문명의 야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 사상 이념의 활달성...
나는 고교시절에 이미 '종교 사상 이념 의 활달성'이란 개념을 혼자 정립했습 니다. 종교 사상 이념이 달라도 만나면 확 통해버리는 경지를 말합니다. 즉, 종교와 사상과 이념이 달라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차원에서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우리의 홍익인간 입니다.
종교 사상 이념이 다르다고 배타하고 적대시 하는 것은 속 좁은 족속들의 옹 졸한 짓입니다. 가장 하팔이 못난 인간 들이나 탐욕가들이 하는 짓입니다. 우리에겐 이미 5천년 전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위대한 정신이 있었습 니다.
형제와 가족, 민족과 나라를 갈라놓고 인간성을 파괴하며 삶과 생명을 위협 하는 그 어떤 종교나 사상 이념도 다 야만입니다. 우리들의 적일 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종교 사상 이념으로 포 장된 야만과 탐욕의 적들이 무너지고, 저 그리움과 연민에 사무친 듯한 열살 개성 소년의 눈빛이 환한 웃음으로 바 꾸어지길 기원합니다.
2025. 8. 23. 장인 장모님 구순 날
◆김규찬님은 김문보 장인어른◆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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