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가 한글을 좀먹는다, 세종대왕이 통탄하지 않을까!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10/14 [10:41]

 

                                                                                                                  

이흥노 미주동포

 

지난 10월9일,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은 반 세기 전에 모든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언어 중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평가되는 위대한 우리말을 가진 것은 우리 민족의 행운이요 민족의 자랑이다. 

 

한글날, 즉 우리 조선어의 날을 맞아 정부 뿐 아니라 여러 관련 기관에서 우리말을 애용하자는 목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쉬운 우리말로 행정용어를 바꾸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한글날에는  한글의 꿈을 세계인과 함께 나누게 하자고 역설했다.

 

한글(조선어)이 1446년에 반포됐으니 반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외세와 사대주의 세력의 집요한 한글 박해책동으로 한글이 위축된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제치하에선 한글은 온갖 수모와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해방된 남녘땅에서는 한글의 꽃이 만발해야 했으나, 한글 전용 시비로 활짝피질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서야 한글 전용이 정착돼서 빛을 발휘할 수 있게 됐지만, 또 다른 쟁애물이 한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물론 유관 당국이 순수 우리말 사용을 위해 노력하지만, 성과를 별로 내질 못한다.

 

특히 외래어, 어려운 한자, 일본식 용어 등이 자랑스럽게 사용되는 작금의 현실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우리말은 표현 불가능한 게 없어 우리말을 쓰는 게 원칙으로 돼있다. 허나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쉬운 우리말로 고쳐쓰려는 노력이 부단히 추진되고 있는 건 높이 평가돼야 하지만, 일선 교사들이나 교육에 너무 초라한 지원과 투자가 우리말 쓰기운동 활성화에 한계점이라고 지적된다. 물론 교사, 언론매체, 법조인, 정치가들이 이에 앞장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한글의 꿈을 세계인과 함께 나누는 날을 만들자고 했다. 또, 한글날에는 한글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이기에 세계인과 함께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충분한 조건을 갖췄지만, 노력과 투자 없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 10월 8일, 한글 교원들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글 선생들은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일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시정을 호소했다.

 

한글 선생님들의 말과 같이 한글은 나라의 얼굴이다. 한글을 사랑하는 것은 민족을 사랑하는 일이다. 민족 사랑은 남북을 하나의 조국으로 보게 된다. 나라와 민족의 무궁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남북 언어의 이질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남북 언어학자들의 공동작업이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출범했다. 분단극복 차원이라 점에서 격찬할 일이다. 허나 그놈의 ‘천안함사건’을 빙자한 이명박 ‘5.24조치’로 거덜나고 말았다.

 

무엇보다 영어의 오남용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논평가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영어를 한 두 마다 섞는다. 아니, 어느 영화속에 5살 배기가 “오늘은 필링이 좋지 않다”고 하는 가 하면, 또 어떤 중년 여인은 영화속에서 “왠지 매우 해피하다”고도 했다. 더욱 놀라운 건 너나할 것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주먹을 치켜드는 꼴이다. 서울시내 간판 선전물 중에 영어 뿐 아니라 영어의 우리말 표기도 많다. 영어를 비롯 외래어를 무작정 배척 거부하자는 건 물론 아니다. 자랑스런 우리것을 아끼고 보존 더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미 남북간에는 모든 면에서, 특히 말에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민족 최대 숙원인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남북간 언어 불일치를 우려하고 시정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남녘에서는 외래어 뿐만 아니라 신조어를 우쭐대며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북녘에서는 순수한 우리말을 최대한 지키고 사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외래어 경우에는 철저하게 우리말로 바꿔쓰는 게 역력하다. 때로는 너무 지나치게 우리말 고집을 한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분단> 때문에 남북의 말과 글이 달라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변명한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끝까지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인 이상, 조기에 남북이 통일된 언어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건 무척 아쉽기 짝이 없다. 리승만 독재와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이 언어의 통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늦었지만, 참으로 위대한 발걸음이라 하겠다. 끝으로 다시 강조하픈 것은 영어를 한 두 마디씩 섞어서 말과 글을 쓰는 게 유행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 부터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우리말을 보존하고 애용한다는 것은 곧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징표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민족의 자주, 긍지, 존엄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필수다. 해어져서는 못 사는 일심동체다. 싫어도 하나가 되야 하고 미워도 하나가 되지 않곤 진정한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있다면 번지르르한 ‘사상누각’이고 언제 부서질지 보장이 없다. 오늘 한글 574돌을 맞아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세종대왕의 심기를 불편케 하질 않았나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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